페이스북이 국내 인터넷서비스제공사업자(ISP)와 망 이용 대가 지불을 위한 협상에 착수했다.
국내 인터넷 업체와 역차별 논란을 빚은 통신망 사용료 문제가 매듭지어질 경우, 구글과 유튜브 등 해외 사업자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27일 인터넷과 통신업계에 따르면 페이스북은 SK브로드밴드와 LG유플러스(032640)등 국내 ISP들과 통신망 사용대가 지불을 위한 협상에 돌입했다. 이미 실무자급 선에서 한 차례 이상 망 사용료 협의를 가진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네이버가 지불하는 망 사용료를 기준으로 논의가 이뤄지고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네이버는 지난해 734억원을 망 사용료로 지불했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협상이 진행 중인 단계에 불과하고 협상 금액에도 차이가 있어 팽팽한 신경전이 이어지고 있다”며 “일단 국내 여론이 우호적인 상황이고, 페이스북도 협상을 서두르고 있어 조만간 문제가 매듭이 지어질 가능성이 커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페이스북과 국내 ISP 간 협상이 마무리되면 구글과 유튜브에도 적지 않은 영향이 미칠 것”이라고 덧붙였다.

페이스북은 국내 ISP 사업자 중 KT(030200)와 계약을 체결하고 캐시 서버를 설치하고 통신망 사용료를 지불해왔다. 하지만 페이스북이 사용하는 트래픽에 비해 적은 금액을 지불하고 있다는 지적이 많았다. 국내 인터넷 사업자들이 연간 수백억원에 이르는 망 이용대가를 납부해왔다는 점에서 역차별 논란도 끊이지 않았다.

캐시 서버는 이용자가 자주 이용하는 정보를 빠르게 가져오기 위해 별도로 운영하는 서버다. 캐시 서버를 사용하면 해외 망을 이용하지 않아도 되고 사용자에게 빠른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

페이스북은 지난해 1월 상호접속 고시 개정안이 시행되자 국내 ISP들과 정면 충돌했다. 변경된 고시 개정안의 내용은 그동안 용량 단위로 부과하던 접속료를 트래픽 단위로 바꾼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페이스북의 캐시서버를 둔 KT는 다른 ISP를 통해 페이스북을 이용하는 트래픽 비용을 대신 납부해야 할 상황이 됐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상호접속 고시 개정안 시행후 접속료 정산 문제 때문에 페이스북이 다른 국내 ISP와도 캐시 서버 설치 협상을 시작해야 하는 계기가 됐다”고 설명했다.

페이스북은 국내 ISP에 별도의 캐시서버 설치 비용을 내지 않겠다는 입장을 고수해왔다. 페이스북은 지난 5월 SK브로드밴드와 통신망 사용료 협상 과정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해 SK브로드밴드 인터넷을 이용하는 가입자의 ‘페이스북’의 접속경로를 변경했다는 의혹을 받기도 했다.

이같은 상황에서 페이스북이 갑자기 망 사용료 협상을 서두르는 것이 내년 초 출시 예정인 가상현실(VR) 기기 '오큘러스고'와 관련 있는 것 아니냐는 이야기도 나온다. 인터넷 업계 관계자는 “대용량 데이터를 빠르게 전송하지 못하면 서비스 품질이 떨어질수 밖에는 것이 VR 콘텐츠”라며 “페이스북이 본격적인 VR 서비스 개시를 앞두고 사전 작업으로 망 사용료 협상에 나선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