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의점 업계 1위 CU가 내년도 최저임금 대폭 인상(16.4%)을 앞두고 가맹점주 지원을 위한 상생안을 지난 1일 내놓았다. 가맹점주들은 당초 예상보다 아쉬운 지원 내용에 크게 반발하며 상생안 전면 무효를 선언했지만 내년 최저임금 실행이 일주일여 앞으로 다가오자 대부분 점주가 상생안 동의서에 서명했다.

25일 편의점업계에 따르면 CU가맹점주협의회는 지난 22일 대표위원 회의를 열고 새로운 집행부를 선출했다. 7월부터 진행한 본사와의 상생안 협의에 나섰던 기존 CU가맹점주협의회 집행부는 지난 8일 긴급 총회에서 미흡한 상생안 도출에 대한 책임을 지고 상생안 전면 무효를 선언한 뒤 일괄 사퇴했다.

그러나 새 집행부가 상생안 전면 재협상에 나서기는 힘든 상황이다. 상생안 발표 후 한달여 시간이 흐르며 90% 이상의 가맹점주가 본사측 상생안 동의서에 서명했기 때문이다.

야간 운영중인 서울의 한 CU 편의점.

편의점 업계 한 관계자는 “초기 가맹점주들의 반발이 극심했지만 상생안이 회사 의무사항이 아니라는 점, 회사측 입장이 완고하다는 점, 최저임금 인상이 코 앞이어서 시간이 촉박하다는 점 등을 이유로 대부분 점주들이 상생안을 받아들였다”며 “상생안에 만족한다기보단 최저임금 대폭 인상이라는 정부 정책 앞에서 ‘체념’한 점주들이 많다”고 분석했다.

◆ 최저임금 급등하는데 미흡한 지원안… 세븐일레븐 미니스톱 올해안 발표 힘들듯

CU 가맹점주들은 CU 본사에서 발표한 상생안이 신규 점포 지원에 치중돼 있고 기존 점포에 대한 지원은 미흡하다며 반발했다. CU는 상생안에서 신규 점포 대상으로 최저 수입 보장액을 120만원 증액하고 월 최대 30만원의 폐기지원금을 신설했다. 그러나 기존 점포에 대해선 전산·간판 유지관리비와 심야 전기료 지원에 그쳤다. CU 상생안에 따른 심야 전기 지원율은 40%선이며, 전산·간판 유지관리비 지원액은 월 4만~5만원선이다.

경쟁사 GS25는 지난 7월 발표한 상생안에서 신규·기존 점포의 최저 수입 보장 규모를 연 5000만원에서 9000만원으로 인상하고 심야 영업시 전기료를 100% 지원하기로 했다. 편의점 업계 한 관계자는 “CU가 업계 1위인만큼 가맹점주 입장에선 GS25보다 큰 규모의 지원안을 기대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세븐일레븐, 미니스톱 등은 올해내 상생안을 발표하기 어려울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편의점 업체는 1위 업체인 CU의 상생안에 따라 지원 내용을 조정하겠다는 입장이었다.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아 선두업체처럼 수백억원대 규모의 지원에 나서긴 힘들기 때문이다. 세븐일레븐과 미니스톱은 점포수 기준 국내 3위, 5위 업체다.

편의점 업계 한 관계자는 “CU 가맹점주들의 반발이 극심하자 CU보다 낮은 수준의 지원을 계획하던 세븐일레븐, 미니스톱은 당황했을 것”이라며 “사태를 관망하다 시간이 지체돼 올해 안 발표가 요원한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 출점 경쟁으로 악화된 수익성에 최저임금 인상 ‘치명타’... 체질개선 시급

일각에선 편의점 수익성 악화의 핵심 원인이 출점 경쟁인만큼 이번 최저임금 인상 사태를 계기로 전면적인 체질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편의점 업계는 최근 극심한 출혈 출점 경쟁을 펼쳤다. 그 결과 점포당 매출은 올해들어 감소세로 돌아섰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편의점 점포당 매출액은 올해 2월부터 전년 동기대비 감소했다. 지난 10월 기준 편의점 점포당 매출액은 전년 동기보다 3% 줄었다. CU, GS25, 세븐일레븐, 이마트24, 미니스톱 등 ‘편의점 빅5’의 점포수는 지난 11월말 기준 3만9085개로 지난해 말 3만4252개에서 11개월만에 14% 늘었다.

편의점 업계 한 관계자는 “출점 경쟁으로 본사 매출은 상승세를 보였지만 점주 수익성은 악화되고 있었다. 이런 와중에 최저임금인상이 치명적인 타격을 준 것”이라며 “최근 2~3년간 외형적 성장으로 몸집을 불렸던 편의점 업계의 돌파구 마련이 시급한 시점”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