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는 제도권 금융투자업계에서 서서히 가상화폐를 인정해가는 분위기다. 주요 거래소에서 비트코인 선물 상품 거래를 시작했고 골드만삭스 등이 비트코인 투자를 준비하고 있다. 미국은 국내와 달리 가상화폐 거래 및 투자를 금융업으로 인정하는 분위기다.

미국 법체계는 기본적으로 네거티브 규제여서 가상화폐 거래에 별다른 제재 조치를 취하지 않고 오히려 양도세, 법인세 등을 물게 하는 등의 제도권 금융업으로 인정하고 있다.

반면, 국내의 경우 명확한 규제책은 마련되지 않고 있다. 정부 합동 TF를 통해 가상화폐 규제안을 내놓았지만, 거래소에 대한 자격요건 강화, 미성년자 거래 금지 등의 간접적인 규제안만 내놓은 상황이다.

일각에서는 우리 역시 가상화폐 투자자에 대한 과세, 거래소에 대한 명확한 규제 등을 만들어, 최근 벌어진 거래소 파산 등에 따른 투자자 손실을 예방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 미국에선 점차 제도권 금융업 인정

조선DB

24일 금융권에 따르면 미국 골드만삭스 그룹은 비트코인 등 가상화폐 투자를 위한 트레이딩 데스크 설치를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골드만삭스는 내년 6월 가상화폐 트레이딩 데스크 운영개시를 목표로 준비하고 있는데, 만약 골드만삭스가 본격적으로 가상화폐 거래에 뛰어들게 될 경우 글로벌 메이저급 금융사가 월가(Wall Street)에서 처음으로 가상화폐 거래를 시작하게 된다.

골드만삭스는 시카고옵션거래소와 시카고상품거래소에서 비트코인 선물의 결제를 처리하는 금융사 중 한 곳이다.

골드만삭스 외에도 미국 온라인 증권사인 이트레이드 금융그룹도 시카고옵션거래소의 비트코인 선물 거래를 허용하기로 했다. TD아메리트 레이드와 앨리 인베스트 등도 마찬가지다.

여기에 뉴욕증권거래소는 지난 20일 증권거래위원회에 비트코인 상장지수펀드(ETF) 상장을 신청했다. 거래소가 이를 승인하면 선물거래에 이어 비트코인 ETF도 가능해진다.

ICO(가상화폐 발행을 통한 자금조달) 역시 미국에서 큰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핀테크 분석업체 오토노머스 넥스트는 지난 13일 미국 내 ICO규모가 40억 달러, 우리돈 4조3000억원을 돌파했다고 밝혔다.

미국 규제 당국이 최근 ICO에 대한 무분별한 확장을 제재하고 나섰지만, 미국은 기본적으로 ICO를 허용하고 있다. 우리의 증권거래소와 같은 미국 증권거래위원회는 ICO를 IPO(기업공개)와 같이 증권거래법으로 규제할 방침이다. ICO를 전면금지한 우리와 달리 역기능보다는 순기능을 확대하는 데 집중하겠다는 방침이다.

◆ 국내는 '모호한' 반대

국내는 가상화폐 규제책이 나오지 않은 상황이다. 지난 13일 정부 합동 TF를 통해 규제안을 내놓긴 했지만, 거래소에 대한 자격 요건 강화, 위법행위 단속, 미성년자 거래 금지 등의 간접적인 방법으로만 규제를 펼치고 있다.

정부는 가상화폐 거래소를 일반 통신판매업자로 취급하고 있다. 진입장벽이 사실상 없다고 보면 된다. 수백억원의 금전 거래가 벌어지고 있는 플랫폼을 등록만으로 운영할 수 있게 하는 것이다.

정부의 이 같은 방침은 애초에 가상화폐 거래를 제도권으로 올려놓지 않겠다는 목적을 내포하고 있다. 정부가 가상화폐 거래소를 금융업으로 인정하고 인가 혹은 허가제로 운영할 경우 자칫 정부가 가상화폐를 인정하는 모양새를 취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일본 정부의 경우 가상화폐 거래에 대해 인가제를 실시한 이후 거래소들이 이를 홍보에 활용하는 등 부작용이 발생했다.

정부는 제도권으로 인정하는 미국과 우리나라의 사정은 엄연히 다르다고 선을 긋는다. 미국의 경우 GDP대비 가상화폐 거래 규모가 차지하는 비중이 크지 않고 법적 체계가 다르다는 것이다. 미국은 기본적으로 네거티브 규제여서 사후적 규제에 집중하고 우리는 포지티브 규제여서 가상화폐 거래를 허용하려면 상당히 복잡한 법 개정 행위를 거쳐야 한다는 것이다.

정부 관계자는 "우리나라가 미국, 일본과 함께 가상화폐 3대 시장에 들어간다는 평가를 받는다"며 "이러한 평가 자체가 위험하다는 신호다"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우리나라 경제 규모가 미국과 일본에 비해 작은 편인데, 투기적 수요로밖에 볼 수 없는 가상화폐를 제도권 금융으로 인정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