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수기인 연말이 차를 사기 좋은 때'라는 통설이 있다. 완성차업체들이 연초에 세웠던 목표를 채우기 위해, 또는 신차 출시를 앞두고 재고 소진 차원에서 연말 할인행사를 빼먹지 않고 하기 때문이다.

소비자 입장에서 이런 업계 관행이 나쁘지 않지만 꼼꼼하게 따져볼 필요는 있다. 할인폭이 큰 차량은 대부분 이미 신형이 등장해 판매가 부진한 구형 재고모델이거나 경쟁사에서 신 모델이 등장한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또 내년 초 신모델이 나올 예정인 차종도 큰 폭으로 차값을 할인해준다.

완성차업계 관계자는 “회사 입장에서는 재고 밀어내기로 볼 수 있지만, 소비자 입장에서는 연말이 차를 싸게 살 수 있는 기회”라며 “구매 리스트에 올린 차가 인기차종이 아니라면 연말에 차를 사는 것이 좋을 수 있다”고 말했다.

◆ 내수 시장 선전한 현대차·쌍용차 할인폭 박해

현대자동차의 올해말 할인 폭은 박한 편이다. 주력 차종은 할인을 안해도 국내에서 잘팔리다보니 예년보다 할인폭이 작다. 올해 11월까지 현대차(제네시스 포함)의 누적 내수 판매대수는 63만5578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8.4% 증가했다. 매달 1만대 이상 판매된 올해의 베스트셀링카인 그랜저IG를 비롯해 소형 SUV(스포츠유틸리티차량) 신차 코나와 쏘나타 부분변경(페이스리프트) 모델이 선전하면서 내수 판매를 이끌었다.

경쟁사들은 최대 15% 할인하는 데 반해 현대차(005380)의 할인율은 5%가량에 그친다. 그랜저, 쏘나타 등 인기 세단과 SUV 6종이 대상이지만 금액으로 따지면 대부분 60만~100만원 가량 할인되는 수준이다. 게다가 인기리에 팔리고 있는 코나는 대상에서 제외됐다. 유일하게 싼타페 디젤 2.0모델의 할인폭이 230만원으로 크다. 내년초 신차 출시를 앞두고 기존 모델 재고떨이 차원에서 할인 판매가 진행되고 있다.

올해 내수 시장에서 선전한 쌍용자동차의 차종별 할인 폭도 상대적으로 크지 않다. 쌍용차는 이달 ‘아듀 2017 세일페스타’ 행사에서 티볼리 6~10%, 티볼리 에어 7~10%, 코란도C 8~12%, 코란도 투리스모 8~12% 할인 판매를 통해 재고 물량을 소진한다는 계획이다. 또 티볼리 브랜드를 포함한 레저용 차량(RV)을 일시불 또 정상할부로 구매하면 취득세(5~7%)를 지원한다. 다만 올해 출시한 대형 SUV인 G4 렉스턴은 할인 대상에서 제외됐다.

◆ 기아차·한국GM·르노삼성 등 할인폭 커

기아차는 현대차와 달리 할인폭이 크다. 내년 신차 출시를 앞둔 일부 모델은 현대차 할인율의 두배에 이른다. 특히 내년초 완전변경(풀체인지) 모델을 출시를 앞두고 있는 K3는 할인율이 12%이며, 부분변경 모델 출시가 예정된 K5도 7%까지 할인받을 수 있다.

모닝과 K3, K5를 구매하는 고객에게는 선수율과 할부기간, 유예율을 고객이 원하는 대로 정할 수 있는 '내맘대로 할부'프로그램도 실시한다. 이에 반해 중형 SUV 최강자로 군림하고 있는 쏘렌토의 할인율은 3%에 불과하다.

올해 11월까지 내수 점유율이 지난해 9.9%에서 7.4%로 급감한 한국GM은 연말에 대대적인 할인 행사를 벌이고 있다. 한국GM은 전 차종에 대해 5~15% 할인한다. 특히 올해 출시한 올뉴크루즈의 할인폭은 최대 250만원이다. 당초 한국GM은 올해 올뉴크루즈 3만대 이상을 판매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출시 초반 가격 논란 등이 불거지면서 1만대도 채 팔지 못했다.

내년 중형 SUV 에퀴녹스 출시로 단종이 예정된 캡티바도 500만원까지 할인해 판매한다. 임팔라와 올란도 등도 각각 13~14% 할인율을 적용하거나 장기 무이자 할부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올해 쌍용차에 밀려 내수 점유율 5위로 떨어진 르노삼성차는 SM5와 QM6 가솔린을 제외한 전 차종 구입시 조기 출고 고객에게 20만원의 할인혜택을 제공한다. 또 QM6와 SM6 구매시 각각 최대 300만원과 250만원, QM3 구매시 150만원을 할인해 준다.

자동차업계 한 관계자는 "한 달 뒤면 '1년 된 차'가 되는 2016년형 차량의 경우 귀가 솔깃한 할인 혜택을 내세우지만 중고차 가치 하락과 신형 모델의 개선사항을 꼼꼼히 따져보고 구매를 결정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