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G(5세대 이동통신) 기술은 음성·메시지와 데이터, 각종 동영상을 전송하는 기존 이동통신의 수준을 넘어 자율주행차 제어와 산업용 로봇, 드론 등에도 활용할 수 있다. 이를 위해선 현재 사용하고 있는 LTE(4세대 이동통신)보다 최소 20~100배까지 빠른 속도로 데이터를 전송해야 한다. 또 자율주행차의 안전한 제어를 위해 데이터 송수신 과정에서 발생하는 지연 시간(latency)도 거의 제로(zero)에 가까운 수준으로 낮춰야 한다. 그럼 5G는 어떤 원리로 구현될까?

초광대역 주파수로 길을 넓혀

통신에서 전송 속도는 동일한 시간에 보낼 수 있는 데이터 전송량을 의미한다. 이를 위해서는 우선 데이터가 지나가는 통로인 주파수의 대역 폭을 넓혀야 한다. 예를 들어 초당 10메가비트(Mbps)로 신호를 보내려면 1Mbps보다 도로(주파수 대역 폭)가 10배는 넓어야 하는 것이다.

ITU(국제전기통신연합)가 결정한 5G 속도 요구 조건은 최대 전송 속도가 초당 20기가비트(Gbps)에 달한다. 이는 현재 LTE가 낼 수 있는 최대 속도(700Mbps)보다 20배 이상 빠른 것이다. 이론상 주파수 대역 폭을 20배 이상 넓혀야 구현할 수 있다. 하지만 현재 전 세계 통신업체들이 사용하는 주파수 대역에선 이 정도로 넓은 도로(주파수)를 확보할 방법이 없다.

그래픽=송윤혜 기자 <br>이미지를 클릭하시면 그래픽 뉴스로 크게 볼 수 있습니다.

전 세계 통신업계는 5G를 개발하면서 미개척지로 남아 있던 3㎓(기가헤르츠) 이상 고주파 대역에 눈을 돌렸다. 아무도 안 다니는 길에 들어가 마음껏 도로를 넓게 설계할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5G 주파수 표준을 정하는 국제 민간 기구 3GPP는 이 대역에 100~400㎒ 폭을 5G의 최소 할당 대역 폭으로 지정했다. 이는 3G(3세대 이동통신) 주파수 대역 폭의 80배, LTE에 비해서는 20~40배나 길이 넓어진 것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도 5G 주파수 후보군으로 거론되는 3.5㎓ 대역에서 3.4~3.7㎓ 대역의 300㎒를 100㎒ 폭으로 나눠 할당하고, 28㎓ 대역에서 26.5~29.5㎓까지 3㎓를 400㎒ 크기로 나눠 통신업계에 배분할 계획으로 알려졌다.

"다중안테나로 데이터 전용 고가도로까지 설치"

하지만 고주파는 치명적 단점이 있다. 주파수는 대역이 낮을수록 도달 범위가 넓고 대역이 높으면 도달 범위가 좁다. 고주파는 직진성이 강해 빌딩이나 가로수 등 방해물이 있으면 전파가 끊겨버린다. KT 네트워크전략본부 이동준 팀장은 "과거 2G 시절 황금 주파수로 불렸던 800㎒ 대역은 도달 거리가 넓고 실내에서도 잘 연결되어 기지국을 많이 필요로 하지 않았던 반면, 5G 망은 좁은 도달 범위를 보완하기 위해 3G나 4G 망보다 기지국을 더 많이 세우는 '스몰 셀(cell)'이 적용될 전망"이라고 말했다.

기지국과 스마트 기기에 여러 개의 안테나를 설치하는 다중 안테나(MIMO· Multiple Input Multiple Output)도 활용된다. 다중 안테나는 원래 LTE 속도 개선을 위해 개발된 기술이다. 기지국과 스마트폰에 각각 2개씩 안테나를 장착한 2×2 안테나에서 시작해 4×4 안테나까지 사용되고 있다. 5G는 16×16의 다중 안테나가 사용될 전망이다. 기지국에 안테나가 많으면 사람이나 차량이 움직여도 기지국과 연결이 끊기지 않고 계속 이어질 수 있다.

오동준 SK텔레콤 부장은 "더 넓은 주파수에서 더 많은 안테나를 활용함으로써 데이터 전송량과 속도를 향상시킬 수 있다"며 "고속도로의 폭을 넓히면서 그 위에 고가도로까지 여러 개 만드는 것과 같은 개념"이라고 말했다.

"지연 시간을 줄이는 것이 5G의 핵심"

데이터 지연은 극복해야 하는 과제다. LTE 지연 시간은 0.04~0.05초인 반면, 5G는 이를 0.001초 이하로 낮춰야 한다. 사실 일반 음성 통화나 단순 데이터 송수신에서 지연 시간은 크게 중요하지 않다. 하지만 5G 기술은 자율주행차나 원격 수술, 산업용 로봇에 활용되기 때문에 지연 시간이 길면 큰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시속 100㎞로 달리는 자율주행차가 장애물을 발견하고 멈추기까지 지연 시간이 0.04초라면, 차량은 그 사이 1m 이상 이동한다. 이 경우 사고가 발생할 수 있다. 하지만 지연 시간이 0.001초면 이동 거리를 2.8㎝까지 줄일 수 있다.

신호가 오가는 시간을 줄이기 위해 서버를 분산시키는 에지(edge) 컴퓨팅이란 기술도 활용된다. 이는 기지국으로 들어온 데이터가 유선(有線) 구간을 지나는 시간을 최소화하기 위해 기지국 인근에 서버를 두고 빅데이터 처리나 AI 연산까지 수행하는 기술이다. 기지국에서 중앙 데이터 센터까지 신호가 갔다 오는 시간이 그만큼 줄어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