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전 세계가 기록적인 폭설과 한파로 몸살을 앓고 있다. 영국과 독일 등 유럽 북부 지역은 4년 만에 최대 규모의 강설량을 기록했고 미국은 때 이른 한파와 폭설이 남부까지 강타했다. 한국도 이달 들어 최저 기온이 영하 20도를 넘어서는 등 연일 거센 맹추위가 이어지고 있다.

과거보다 훨씬 혹독해진 추위와 기록적인 폭설에 맞서 완벽한 성능을 확보하기 위한 자동차 업체들의 시험과 기술개발 노력도 진화하고 있다. 극한의 추위와 눈, 얼음으로 뒤덮인 최악의 주행 환경을 찾아 세계 최북단 지역의 얼음 호수와 설원 등 다양한 장소에서 성능을 테스트하고 초대형 냉장고와 인공기후 시설 등 이색적인 공간도 활용하고 있다.

벤츠가 독일 진델핑겐 지역에 설립한 ‘기후 윈드터널’에서 한 차량에 대해 혹한 성능 테스트를 하고 있다. 벤츠의 기후 윈드터널에서는 지구 상에 존재하는 대부분의 기후 조건을 만들어 차량 테스트를 하고 있다.

북극 설원·얼음호수에서 자동차 혹한기 테스트

북극권 한계선에서 약 56㎞ 떨어진 곳에 위치한 스웨덴 북부의 소도시 아르예플로그. 이곳은 최저 기온이 영하 40도까지 내려가는 세계 최고의 혹한 지역 중 하나로 꼽히는 지역이다. 기아자동차는 올해 5월 스팅어를 출시하기에 앞서 지난해 말 아르예플로그의 광활한 빙판길에서 한 달여간 잠김방지브레이크시스템(ABS)과 각종 차체 제어장치, 사륜구동 시스템 등을 집중적으로 점검했다.

BMW도 이곳에 혹한기 성능시험센터를 세우고 신차를 출시하기 전 히터와 서리 제거, 엔진 예열 등 내부 장치의 성능시험을 진행한다. BMW는 아르예플로그 지역 곳곳에 있는 두께 3m 이상의 얼음 호수 위에서 차로 변경과 원형 주행, 브레이크 작동 등 각종 주행시험을 거친 후 눈 덮인 공공 도로에서 최종 테스트를 진행한다.

혼다는 매년 폭설이 내리는 일본 홋카이도 지역의 다카스 주행시험장에서 눈길 주행 성능을 테스트한다. 이곳은 6.8㎞의 고속 원형 코스와 반경이 각기 다른 17개의 회전 구간, 경사로 등을 갖추고 있어 눈길에서의 가속력과 차체 제어력, 엔진 가동 등을 시험하기에 안성맞춤이다.

자동차 부품 기업인 현대모비스는 매년 1월 중국과 스웨덴에서, 6월에는 남반구에 위치한 뉴질랜드에서 두 차례씩 혹한기 테스트를 진행한다. 특히 뉴질랜드 시험장에는 70개의 스노건(snow gun)을 설치해 인공 눈을 생성하고 있다. 시험장은 육상 트랙과 호수 트랙으로 나뉘어 주로 브레이크와 조향장치, 첨단운전자보조장치(DAS) 등 핵심 부품의 성능을 시험하는 데 활용된다.

인공기후시설, 대형 냉장고 등 이색적인 성능시험장도 눈길

급변하는 기후에 맞춰 세밀하게 성능을 점검하기 위해 이색적인 시설을 조성한 업체들도 있다. 메르세데스-벤츠는 지난 2011년 새로운 두 개의 '기후 윈드터널'을 독일 진델핑겐 지역에 설립했다. 이 윈드터널은 일출에서 일몰, 영하 40도부터 영상 40도에 달하는 혹한에서 혹서까지 지구 상에 존재하는 대부분의 기후 조건을 만들어낼 수 있도록 설계됐다. 또 허리케인 수준의 강풍과 비, 진눈깨비, 거대한 눈보라 등 각종 악천후도 이곳에서 접할 수 있다. 두 개의 터널은 '트윈-액셀 롤러 다이나모미터(twin-axle roller dynamomete·동력측정기)'가 통합돼 있어 시속 265㎞의 시뮬레이션 속도를 낼 수 있다. 기후 윈드터널은 극단적인 날씨와 속도뿐 아니라 오르막과 내리막, 교통정체 등 다양한 주행 환경도 연출할 수 있도록 만들어졌다.

재규어 랜드로버는 영국 게이든시에 있는 연구·개발(R&D)센터에서 대형 냉장고를 이용해 추위를 견디는 시험을 한다. 차량이 들어가는 대형 냉장고 내부의 온도는 영하 40도. 피부가 노출되면 1분 안에 얼어붙고 시간당 30㎞의 바람이 불었을 때 30초 내 동상을 입는 엄청난 추위다. 랜드로버는 이 대형 냉장고에 개발 중인 신차를 집어넣고 내부에 150개가 넘는 탐지기를 장착해 차체와 엔진의 움직임, 전자 기자재의 작동, 엔진의 운동 능력 등을 테스트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