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십자가 미국에서 개최된 혈액 질환 관련 세계 최대 학술행사에서 약효 지속시간을 획기적으로 늘린 차세대 ‘혈우병 치료제’ 연구 데이터를 공개해 다국적 제약사 및 미국 보건당국 관계자들의 주목을 끌었다.

조의철(사진 왼쪽에서 넷째) 목암생명과학연구소 책임 연구위원이 ‘미국혈액학회(ASH)’ 연례회의에 참석한 관계자들에게 녹십자의 차세대 혈우병 A형 치료제 ‘MG1121’의 비임상시험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녹십자(006280)는 지난 9일부터 12일(현지시간)까지 미국 애틀랜타에서 열린 ‘제59회 미국혈액학회(ASH)’ 연례회의에서 차세대 혈우병 A형 치료제 ‘MG1121’의 비임상시험(동물실험) 결과를 발표했다고 18일 밝혔다.

녹십자 부설 목암생명과학연구소와 공동으로 개발 중인 MG1121은 비임상시험에서 혈중 약물 농도가 절반이 되는 시간인 ‘반감기(半減期)’가 기존 제품 대비 3배 이상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이틀 또는 사흘에 한 번 꼴이던 혈우병 치료제 투약 빈도가 주 1회로 줄어들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혈우병은 혈액응고인자의 선천적 결핍에 따른 출혈성 질환으로, 치료 또는 출혈 예방을 위해 혈우병 치료제를 주기적으로 평생 투여해야 한다. 이 때문에 제약업계는 약효 지속시간을 늘려 약물 투여 횟수를 줄임으로써 환자의 편의성을 높이는 것이 혈우병 치료제 연구의 핵심으로 보고 있다.

전 세계 혈우병 환자수는 약 40만명 정도로 추정된다. 이 가운데 약 80%가 제8응고인자가 부족한 혈우병 A형 환자다.

녹십자 측은 MG1121에는 반감기 증가와 동시에 약물의 구조적 안정성을 증가시키기 위해 회사의 축적된 다양한 단백질제제 기술이 적용됐다고 설명했다.

이번 비임상시험의 책임 연구자인 조의철 목암생명과학연구소 책임 연구위원은 “혈우병 환자의 편의성 개선이 제품 개발의 핵심”이라며 “주 1회 투여 가능성을 확인한 만큼 개발 속도를 더욱 끌어올릴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