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120단 3D 낸드까지 '싱글 에칭' 기술 적용
"낸드플래시 공급 과잉 우려, 생산단가·시설투자비 낮춰야"

내년부터 낸드플래시가 공급 과잉 국면에 진입할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되는 가운데, 삼성전자가 낸드플래시 생산 단가 절감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3D 낸드플래시의 공정을 단순화하기 위해 120단 3D 낸드까지 싱글 에칭(etching) 기술을 도입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에칭 공정을 1회로 줄이면 재료값 등 생산비를 아끼고 설비 투자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본다. SK하이닉스, 도시바 등 경쟁사들은 96단부터는 2회의 에칭 공정으로 낸드를 만든다.

삼성전자 평택 반도체공장 항공사진.

3D 낸드는 기존의 평면(2D) 미세공정 기술이 10나노미터(㎚)대에서 맞은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개발됐다. 가령 평면이 단독주택이라면, 3D 낸드는 아파트에 비유된다. 평면 낸드보다 속도가 빠르고 용량을 크게 늘릴 수 있고 안정성과 내구성도 뛰어나며 전기 소모량마저 적다. 48단 이상 적층시에 평면 낸드보다 생산 원가도 크게 낮아진다.

에칭은 각 층을 하나로 잇는 채널을 만들기 위해 구멍을 뚫는 과정으로 3D 낸드 생산 과정에서 가장 핵심적인 공정 중의 하나로 꼽힌다. 3D 낸드 상단에서 하단으로 균일한 구멍 직경을 뚫어야 수율(양품·良品의 비율)도 높아진다. 에칭 난이도는 48단, 72단 등으로 적층수를 늘릴 수록 높아진다.

삼성전자는 월 1만장 규모의 낸드 생산능력을 갖추는데 약 8000억원을 투자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도시바, SK하이닉스. 마이크론 등은 동일한 규모의 공장을 만드는데 9000억원에서 1조원대을 투자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싱글 에칭 기술로 생산공정을 한층 고도화해 설비 투자 비용을 줄이겠다는 전략이다.

삼성전자의 싱글 에칭 기술이 쉬운 것만은 아니다. 에칭 공정 두 번을 사용하는 것이 생산 안정화와 차세대 공정 도입에 더 유리하기 때문이다. 국내 반도체기업의 한 엔지니어는 “삼성전자가 싱글 에칭을 도입해 생산 단가를 줄이려면 고도의 기술력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반도체 전문 시장조사업체인 D램익스체인지가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내년 1분기 전 세계 낸드플래시 공급은 올 4분기 대비 6% 증가하는 반면, 수요는 0.7%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올해 내내 공급부족에 힘입어 가격이 올랐던 낸드플래시도 내년부터는 가격 경쟁이 시작될 수 있다.

D램익스체인지는 최근 보고서에서 내년 1분기는 전통적인 비수기인 탓에 스마트폰 등 각종 모바일 기기에 들어가는 낸드플래시 수요가 올 4분기에 비해 15% 이상 줄어들 것이라고 밝혔다. 또 삼성전자, 도시바 등 주요 기업들이 생산 능력을 지속 확대하고 있으며 3D 낸드의 수율도 개선되는 추세여서 공급이 지속적으로 늘어날 것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