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샤프가 내년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는 세계 최대 전자박람회인 ‘CES 2018’에 3년 만에 참가한다. 경영 부진으로 지난 2016년부터 CES에 참가하지 않은 샤프가 대만 홍하이그룹에 인수된 후 해외 진출에 다시 시동을 걸고 있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사업 재건에 박차를 가하는 샤프가 CES 2018에 참가해 풀HD 8배 해상도인 8K TV인 '아쿠오스(Aquos) 8K' 등 제품을 전시할 예정이다. 아쿠오스는 샤프의 자체 액정표시장치(LCD) TV 브랜드다. 샤프는 8K TV 사업을 주요 수익원으로 삼고 있다.

다이정우 샤프 사장이 지난 7일 도쿄증권거래소에서 기자 간담회를 하고 있다.

샤프는 이번 CES 2018 참가로 북미 TV 시장 재진출을 노리고 있다. 니혼게이자이신문 등 일본 현지 매체에 따르면, 샤프는 내년 60인치 이상급 고급형 TV로 미국 시장을 공략할 예정이며 아쿠오스를 대신하는 새 브랜드를 마련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샤프의 LCD TV 브랜드명인 아쿠오스는 중국 하이센스가 2020년까지 사용하기로 계약돼 있기 때문이다. 현재 샤프와 하이센스는 아쿠오스 브랜드명 회수 건을 두고 법정 공방을 펼치고 있다.

샤프는 미국 시장에 LCD TV 판매 재개를 발판삼아 2018년도 전 세계에 1000만대를 판다는 목표를 설정했다. 이를 위해 샤프는 홍하이그룹과 함께 미국에 대형 TV용 LCD 패널 공장을 신설해 TV 조립까지 하는 방안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샤프는 TV용 LCD 패널 사업 부진 등으로 작년까지 지난 5년간 1조4000억엔(약 15조2100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샤프는 지난 2015년 북미 TV 사업에서 철수하면서 북미 주력 생산 거점인 멕시코 공장과 판권을 중국 가전업체 하이센스에 매각했다.

샤프는 지난해 8월 대만 홍하이 그룹의 폭스콘(Foxconn)에 인수된 이후 고강도 구조조정과 사업재편 작업에 착수했고 올해 연간기준으로 3년 만에 흑자전환하면서 부활을 알렸다. 지난 7일에는 1년 4개월 만에 도쿄증권거래소 2부에서 1부로 성공적으로 복귀했다. 샤프는 1부 복귀를 축하하며 일본 내 직원 약 2만명에게 현금 2만엔과 자사 전자상거래 사이트에서 쓸 수 있는 1만엔 상당의 상품권이 든 봉투를 전달하기도 했다.

다이정우(戴正吳) 샤프 사장은 이날 도쿄증권거래소에서 기자들과 만나 8K LCD 제품군을 늘려 초고화질 TV 시장에 대응하면서 중장기적으로 OLED TV 사업에도 진출하겠다는 셈법을 내비쳤다. 다이정우 사장은 “일본 기업 중심의 유기발광다이오드(OLED)연합을 만들어야 한다”고 밝히면서 기존 LCD TV뿐 아니라 OLED TV 영역도 넘보고 있다는 점을 시사했다. 샤프와 재팬디스플레이(JDI)는 내후년 중 OLED 패널 생산에 착수할 계획이다.

샤프의 8K LCD TV인 아쿠오스 8K 제품

샤프는 지난해 말 자사 브랜드 TV 판매업체인 슬로바키아 UMC사의 모기업인 SUMC사를 104억엔(약 1060억원)에 인수한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지난 2014년 UMC사에 매각한 유럽 시장의 샤프 TV 판매 권한과 폴란드 TV 공장을 다시 사들인 것이다. 샤프는 지난해 9월 열린 유럽 최대 전자박람회인 ‘IFA 2017’에도 4년 만에 복귀하며 유럽 시장 재진출에 대한 포부를 드러내기도 했다.

샤프는 궈타이밍 폭스콘 회장과 다이정우 샤프 사장 주도로 중국에서 TV 사업을 공격적으로 확대하면서 실적을 호전한 바 있다. 업계는 중국에서 예전의 ‘TV 왕국’ 일본을 이끌었던 샤프의 자존심을 회복하고 이를 기반으로 북미와 유럽 시장도 재공략 하겠다는 전략으로 풀이하고 있다.

다이정우 사장은 지난해 8월 취임 이후 비용 절감을 강조하면서 주력공장 폐쇄와 이전 등 대규모 공장재편을 실시했다. 또 샤프가 폭스콘에 인수된 후, TV 사업을 강화하는 방침을 정하고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본사 내 자신의 사무실에 LCD 디스플레이를 전면에 일렬로 걸어놓으며 LCD 사업 의지를 불태운 것으로 알려져 있다. 중국 광저우(廣州)에 10조원 규모의 LCD 패널 공장도 짓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