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이대목동병원 신생아중환자실의 신생아 4명이 한날 사망한 가운데, 빨라도 18일 늦은 오후에야 대강의 사망 원인을 알 수 있을 전망이다. 양천보건소는 17일 오전 9시부터 이대목동병원에 대한 역학조사를 진행했으며, 18일에는 경찰이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의뢰해 사망 신생아의 부검에 나설 예정이다. 신생아 혈액균 배양 검사는 통상 일주일 걸리기 때문에 정확한 사망 원인을 아는 데는 더 시간이 소요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16일 오후 5시 40분경부터 오후 10시 53분까지 이대목동병원 신생아 중환자실에 입원한 환아 4명이 동시다발적으로 심정지가 발생했다. 이들은 모두 미숙아(재태 기간 37주 미만)로 태어나 이 병원 신생아중환자실에 입원했다. 병원 측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라 정확한 사고원인은 아직 규명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 병원내 감염? 기저 질환 때문에?...신생아 사망 원인 추측 쏟아져

이번 신생아 사망 사건을 두고 병원 안팎에서는 ‘세균 및 원내 감염에 따른 패혈증’, ‘기저질환’,‘병원 시스템 오작동’ 등 다양한 추측이 나오고 있다.

이대목동병원에서 숨진 신생아들은 주사로 영양분을 공급받아왔다. 이 과정에서 세균에 오염돼 급성 패혈증을 일으켰을 가능성이 있다는 의혹이 나온다. 의료진이 신생아의 상태에 따라 영양성분을 조합, 제조하는 주사 영양제가 세균에 오염된 사례는 국내외에서 보고된 바 있다.

익명을 요구한 의료계 감염 관련 전문가는 “수액 오염에 의한 균혈증 가능성에 대해 감별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지난 15일 이 병원 신생아중환자실에서 로타 바이러스 확진 환자가 나왔다. 장염을 일으키는 로타 바이러스는 분변이나 침, 오염된 손 등을 통해 감염된다.

신생아 중환자실 출입하는 이대목동병원 관계자

병원 측은 “감염관리가 철저했고, 전염병 전조 증상이 없었으므로, 전염병 가능성은 낮다”는 입장이다. 전문가들도 감염이 원인이라면 차례로 증상을 보여야 하는데, 이번 경우는 전조 없이 동시다발적으로 사망했다는 점에서 감염으로 보기 어렵다고 봤다.

괴사성 장염과 폐질환 등 신생아의 기저질환에 따른 사망 가능성도 있다. 병원 측은 “일부 미숙아는 기저질환으로 괴사성 장염을 앓았고 임신 24주에 태어난 미숙아는 폐질환을 앓은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괴사성 장염은 대장에 괴사성 염증이 발생한 것을 말한다. 이 경우 신생아는 모유 대신 정맥을 통해 영양분을 공급받는다.

신생아실 의료장비 오작동이 원인이라는 의혹도 있다. 대학병원 소속 의료계 종사자는 “산소공급장치 등 각종 기기의 전원 장치를 확인해 볼 필요가 있다"면서도 “상식적으로 신생아중환자실은 병원 내에서 가장 엄격히 관리되고 있고 비상 전력도 갖췄기 때문에 (오작동이 일어나는 것도) 거의 불가능한 일”이라고 분석했다.

다른 대학병원 소속 의료계 관계자는 “여러 환자가 동시에 심정지가 발생해 심폐소생술(CPR)을 시행해야하는 상황은 정말 드물다"면서 “환자 한 명한테 CPR을 해도 의료진이 기진맥진할 수 밖에 없는데, 여러 명의 CPR을 동시에 수행해야 했다면 정말 어려운 상황이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한수 이대목동병원 홍보실장은 “사고 원인을 다각도로 파악하고 있다"면서 “국과수에서 투여 약물을 모두 수거해서 감식 중”이라고 밝혔다. 그는 “신생아중환자실 환아 4명이 동시다발적으로 심정지에 이르는 사건은 매우 이례적”이라며 “병원은 최선을 다해 관계 기관과 협조하고 있다”고 답했다.

◆ 유가족 항의...이대목동병원 포털 검색어 1위에 올라

병원 측의 미흡한 대응이 유가족의 슬픔과 네티즌의 분노를 키우고 있다. 한 신생아의 부모는 17일 오후 2시 이대목동병원에서 열린 기자 브리핑에서 병원 측에 강하게 항의하기도 했다. 그는 “어제 죽은 애 아빠인데, (언론) 브리핑한다는 기사를 보고 부랴부랴 찾아왔다"면서 “유가족한테 먼저 브리핑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병원 측은 “이 자리는 언론 브리핑 자리였고, 유가족들은 자리를 따로 마련할 예정이었다”면서 “다시 한 번 유가족 여러분께 깊은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며 거듭 사과를 표했다.

이날 ‘이대목동병원’은 네이버와 다음 등 인터넷 포털사이트 실시간 검색어 1위에 올랐다. 또 일부 네티즌은 청와대 홈페이지의 국민청원 및 제안 게시판에 '이대 목동병원 신생아 사망사건 진상규명', '이대 목동병원 임시 폐쇄 해주세요'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한 환자단체 대표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기저질환에 의한 동시다발적인 사망이라고 하기에는 사안이 너무 이례적”이라면서 “환자 안전 사고에 대한 이중 삼중의 예방장치에 구멍이 생긴 것 같다"고 썼다.

17일 오후 2시 서울 양천구 이대목동병원 의료진이 병원 2층 대회의실에서 신생아 사망 사건에 관해 기자 브리핑을 하고 있다.

병원 브리핑에 따르면, 16일 오후 신생아중환자실에 입원한지 1달 2주된 A 남자 아기에의 심정지가 발생했다. 의료진이 오후 5시 44분부터 6시 4분까지 1차 심폐소생술을 시행했다. 의료진이 오후 8시 12분경부터 오후 10시 10분까지 2차 심폐소생술을 했으나 환아는 끝내 숨을 거뒀다.

그 사이 입원 24일째였던 B 여자 아기도 심정지가 발생했다. 의료진은 오후 7시 23분부터 오후 9시 32분까지 심폐소생술을 했으나 생명을 구하지 못했다. 입원한지 1개월 1주된 C 남자 아기도 심정지가 발생해 오후 9시부터 10시 31분까지 심폐소생술을 받았다. 입원한지 9일된 D 여자 아기도 1차 오후 9시 8분~9시 10분, 2차 오후 9시 11분~10시 53분까지 두차례에 걸쳐 심폐소생술을 받았으나 모두 사망했다.

경찰은 병원 근무자들과 유가족을 상대로 1차 조사를 마쳤으며 18일 오전 부검을 실시하는 동시에 전담팀을 투입해 의료과실 여부를 수사한다는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