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대기업의 中企 기술탈취에 '징벌적 손해배상' 도입"
"中企 지식재산 보호위한 '특허공제' 도입 추진"

성윤모 특허청장이 지난 12일 오후 정부대전청사 집무실에서 “중국에서 한국의 상표권을 침해하는 사례가 없어지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하고 있다.

“중국에서 한국 상표권을 무단으로 침해하는 사례가 많아지고 있습니다. 특허청은 최근 프랜차이즈 ‘장충동왕족발’의 중국 무단 상표권 등록을 금지시키는데 성공했습니다. 한국기업 피해를 줄이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성윤모 특허청장은 지난 12일 정부대전청사에서 진행한 조선비즈와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했다. 산업통상자원부 출신(행시32회)으로 지난 7월 특허청장에 임명된 성 청장의 표정은 밝았다. 인터뷰 중 그는 “특허의 ‘양보다 질’을 중시하는 ‘강한 특허’를 반드시 만들어 내겠다”고 강조했다. 성 청장은 또 “4차산업혁명 관련 특허 심사 기간은 기존 16개월에서 6개월로 단축시켜줄 것”이라고 말했다.

◆ 중국과 상표권 분쟁 1694건...피해기업 959개사

특허청에 따르면 올해 10월 말 기준 중국과 총 1694건의 상표권 분쟁이 발생했고, 피해를 본 한국기업 수도 959개사에 달한다. 특히 중국에서는 한국 유명 프랜차이즈 상표를 미리 등록해놓고는 해당 기업이 중국에 진출하는 경우 상표권을 사라고 주장하는 비상식적인 행태가 자주 일어난다는 게 성 청장의 지적이다.

성 청장은 “한국기업 피해를 방지하기 위해 최근 중국 특허청장과 만나 악의적인 상표권 선점 행위를 피해기업의 심판청구로 무효화시킬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행정지침에 반영했다”고 강조했다. 한국 기업은 지난 9월 중국에서 무단 선점된 국내기업 상표무효심판에서 첫 승소를 거뒀다. 중국에 빼앗긴 상표권리를 되찾은 것이다. 특허청은 모니터링을 통해 중국에서 공고한 상표권 내용을 해당 업체에 알렸다. 대응을 할 지 여부를 물었고, 장충동왕족발의 경우에는 소송을 통해 승소했다.

◆ “4차 산업혁명 특허권 적극 지원...강한 특허 만들겠다”

성 청장은 4차 산업혁명 관련 특허권에 대한 적극적인 지원 의사도 밝혔다. 그는 “4차 산업혁명 분야와 관련된 특허를 내년부터 우선심사 대상에 포함시켜 조기에 특허를 확보하도록 지원할 계획”이라며 “특허등록까지 전체 평균 약 16개월 정도 걸리지만 우선심사의 경우 약 6개월이면 가능하다”고 소개했다.

그는 이어 “4차 산업혁명 분야 핵심특허를 확보하기 위해 중소·벤처기업의 특허 등록료 감면을 확대할 예정”이라고 했다. 중소·벤처기업이 특허 1건을 20년간 유지하는 비용을 절반 수준으로 대폭 낮춰 특허 유지 부담을 실질적으로 줄이겠다는 게 성 청장의 생각이다. 아울러 내년 주요사업 중 하나로 중소· 벤처기업의 지식재산특허 비용 부담을 완화해주기 위한 민간 중심의 ‘특허공제’ 제도 도입도 추진하겠다고 했다.

이 밖에 그는 “대기업의 중소기업 기술탈취 문제를 방지하기 위해 실제 손해액의 최대 3배까지 배상하도록 하는 징벌적 손해배상제도 도입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성 청장은 “한국은 세계 4위 규모의 특허출원을 하고 있지만, 지식재산권 수지는 적자를 보고 있는데 이는 특허수가 많아도 원천이나 표준 특허는 부족하기 때문”이라며 “앞으로 ‘양에서 질’로 전환하는 등 강한 특허를 추구하겠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성 청장과의 일문일답.

-중국의 무분별한 지식재산권 침해로 피해보는 기업이 많다

“중국을 중심으로 한 개도국의 상표권 무단선점, 위조상품 유통 뿐 아니라 기술격차 축소에 따른 특허분쟁이 점차 증가하는 추세다. 중국은 상표브로커를 통해 한국의 상표들을 무단으로 등록해버려 문제가 많이 발생하고 있다. 올해 10월말 기준으로 총 1694건이 발생했고, 피해 기업 수도 959개사에 달했다. 한국의 프랜차이즈 상표를 미리 중국에 등록해놓고는 나중에 중국에 상표권 사놨으니 한국 기업 중국에 진출하려면 상표권을 사라고 말하는 방식이다.

이런 피해를 방지하기 위해서 최근 중국 특허청장 면담 때 해결 방안을 요구했다. 중국은 기본적으로 상표권출원을 했을 때 공고를 한다. 공고후 3개월 정도 이의신청 기간을 준다. 만약 적절한 이의를 제기하면 상표 출원을 못하게 해준다. 이번에는 중국 행정 지침에 누군가가 곧바로 사용할 것도 아니면서 다수의 상표권을 등록할 경우 직권으로 취소시킬 수 있다는 내용을 반영했다.

중국에서 발생하는 피해에 대응하기 위해 무단선점 조기경보체계, 해외 온라인 위조상품 모니터링시스템도 운영하고 있다. 무단선점 조기경보체계를 통해서는 무단선점 상표를 모니터링하고 우리 기업에 관련 정보를 매월 제공하고 있다. 또 온라인 위조상품 유통에 대해서는 알리바바·징동닷컴 등 전자상거래업체와의 협력을 통해 위조상품 판매 게시물을 삭제하게 하고 있다. 2015년 1만8689건, 작년 1만9621건, 올해들어 10월까지 1만7499건의 게시물을 삭제했다.

-피해 대응에 성공한 사례가 있나

“지난 9월에는 중국에서 무단 선점된 국내기업의 상표 무효심판에서 최초로 승소했다. 우리기업들이 중국에 빼앗긴 상표권리를 확보할 수 있게 된 것이다. 한국 특허청에서 모니터링을 통해 중국에서 공고한 상표권 내용을 수집해 업체에 알렸다. 대응을 할 지 여부를 물었고, 장충동왕족발의 경우 소송을 통해 이겼다. 중국에서 상표권 취소를 받아들인 것이다. 현재 장충동왕족발을 포함해 상표 무효심판을 지원한 20개 기업 중 11개 기업이 승소했다. 나머지 기업들은 소송을 진행 중이다.

최근 중국은 상표권 분쟁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있다. 외국 투자자에게 비교적 공정하게 판정을 내리려는 모습도 엿보인다. 장충동왕족발 사례도 이런 흐름을 탄 것 같다.

한국 기업들은 우선 국내에서 성공한 뒤 여력이 되면 해외로 진출한다는 목표를 갖고 사업을 진행한다. 그러다보니 상표권이 알지도 못하는 사이에 해외에 등록되는 등의 문제가 생긴다. 이 같은 문제 해결을 특허청이 도와주려고 한다. 특히 특허공제제도에 기업이 가입하면 사건 발생시 지원뿐만 아니라 분쟁관련 컨설팅도 해줄 계획이다.”

-한국의 특허 수준은 어느 정도인가

“지난 7월 취임 후 두달간 스위스 제네바를 오가며 세계지식재산기구(WIPO) 총회 등에 참석했다. 국내에서는 특허청이 무슨 정책을 수행하는지 특출나게 두드러지는 부분이 없어 보인다. 특허를 출원하면 심사하는 역할만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세계적으로 보면 한국은 매년 21만건씩 특허를 출원하는 세계 4위 수준의 특허 강국이다. 미국·유럽연합(EU)·중국·일본·한국이 세계 5대 특허 강국으로 꼽힌다. 전세계 특허의 80%를 이들 5개 나라가 차지한다.

지난달에는 한중 특허청장이 특허공동심사제도에 대해 양해각서(MOU)를 맺었다. 특허는 속지주의에 따른다. 그 나라에 등록해야만 효력이 발휘된다. 때문에 여러 나라에 제각각 특허 등록을 해야 한다. 이번에 MOU를 맺은 특허공동심사란 두 나라에 출원된 동일한 발명에 대해 양국이 선행기술 정보를 공유하고 다른 출원 건보다 우선 심사하는 프로그램이다. 다른 국가에서 출원하는 것에 비해 부담이 적고 빨리 심사해주겠다는 MOU인 것이다. 중국과는 최초로 맺었다.

미국과는 이 같은 공동심사제도를 지난 2015년부터 시행중이다. 따라서 한국이 공동심사제도를 운영하고 있는 나라가 전세계 특허 1, 2등인 미국과 중국이다. 이들 국가와 동시에 공동심사제도를 운영하는 나라는 한국 뿐이다. 다음으로는 한·중·일 차원의 협력을 도모하고 있다. 한·중·일이 모이면 전세계 특허의 50~60% 규모다. 한국은 한·중·일 협력회의의 틀을 세우는 역할을 하고 있다.”

성 청장은 “한국은 세계적으로 보면 매년 21만건의 특허를 출원하는 세계 4위 특허 강국이다”고 강조했다.

-4차 산업혁명에 대비한 특허청의 대응책은

“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아이디어와 기술 중심으로 과거보다 빠른 혁신이 일어날 것이고, 이를 신속하게 권리화하는 것이 중요하다. 특허청은 4차 산업혁명 핵심기술의 고품질·원천 특허를 확보하고, 관련 기술과 아이디어를 제대로 보호 및 활용해 가치를 창출할 수 있도록 할 방침이다. 내년부터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IoT) 등 4차 산업혁명 분야와 관련된 특허를 우선심사 대상으로 포함시켜 조기에 특허를 확보하도록 지원할 계획이다. 특허등록까지 전체 평균 약 16개월 정도 걸리지만 우선 심사의 경우 6개월이면 가능하다.

4차 산업혁명 분야 핵심특허를 확보하기 위해 중소·벤처기업의 특허 등록료 감면을 확대할 예정이기도 하다. 중소·벤처기업이 특허 1건을 20년간 유지하는 비용을 절반 수준으로 대폭 낮춰 중소·벤처기업의 특허 유지 부담을 실질적으로 줄이겠다는 것이다. 특허 유지 비용은 현재 평균 836만원인데 이를 422만원으로 줄이겠다.”

-AI 등 신기술이 빠르게 성장하는데 어떻게 특허를 지원할 생각인가

“기존의 지식재산제도는 ‘인간’의 기술적, 예술적 창작만을 보호대상으로 했기 때문에, 인간이 아닌 인공지능이 만든 발명품이나 저작물에 대해서는 현재 명확한 규정이 없는 상황이다. 또한 3차원(3D) 프린팅 기술이 상용화되면, 타인이 발명한 물건을 쉽게 모방해 만들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는데, 이를 방지하기 위한 제도 정비도 필요하다. 특허청은 이러한 미래 신기술을 효과적으로 보호할 수 있도록 지식재산 법·제도를 정비해 나갈 계획이다.

특허청은 올해 인공지능과 사물인터넷, 지능형로봇 등 7개 분야를 4차 산업혁명 시대의 신기술 분야로 선정했다. 이에 대한 체계적인 지원을 위해 올해 말까지 별도의 기술분류 체계를 마련할 예정이다. 내년부터는 이러한 분류에 해당하는 특허출원에 대해서 우선심사가 가능하도록 제도를 개선하겠다. 바이오와 인공지능 등 신기술 분야의 석·박사급 전문 심사인력을 충원해 관련 기술분야의 심사품질도 제고할 방침이다.”

-최근 중기업계에선 현대차의 중소기업 기술탈취 의혹이 핫이슈다. 중소·벤처기업을 보호할 방안은

“최근 대기업이 정당한 대가를 지불하는 라이센싱 대신 중소·벤처기업의 기술을 탈취해 사용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는데, 주요 원인은 대기업이 우월적 지위를 남용하는 데서 찾을 수 있다. 또 우리나라는 특허침해에 대한 손해배상액이 평균 6000만원으로 미국의 6분의 1수준에 불과하다. 기술 침해에 대한 손해배상액이 매우 낮은 실정인 셈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특허청은 거래상 우월적인 지위를 이용하는 등 악의적으로 기술이나 영업비밀을 침해한 경우에는 실제 손해의 최대 3배까지 배상하도록 하는 징벌적 손해배상제도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중소·벤처기업 등 피해자가 지식재산 침해소송에서 손해를 쉽게 입증할 수 있도록 입증 책임 방식을 바꿀 계획이다. 침해소송에서 침해자의 증거제출 의무를 강화했고, 침해자가 침해 입증책임을 증명해야 하는 내용 등 추가적인 입법도 추진해 나갈 예정이다.”

-일자리 창출도 화두다

“특허청은 질 좋은 일자리 창출을 위해 지식재산을 기반으로 한 사업화를 촉진하고자 한다. 특허·상표·디자인 조사사업 등 지식재산 분야 정부 사업을 과감하게 민간에 개방해 지식재산 서비스업을 육성하고, 내년에는 지식재산 서비스업 펀드 등 700억원 규모의 신규 펀드를 조성해 지식재산 서비스업에 대한 투자를 강화할 계획이다. 중소·벤처기업의 특허비용 부담을 완화하고, 기술거래 활성화를 촉진하기 위한 지식재산 분야 세제개선도 지속적으로 추진할 방침도 세웠다.

특히 내년에는 중소 벤처기업의 지식재산 비용 부담을 완화해주기 위해 민간 중심으로 ‘특허공제’ 제도를 도입할 예정이다. 특허공제는 참여한 중소 벤처기업들이 십시일반 돈을 모아 소송 등 특허관련 분쟁에 대비하는 일종의 보험이다. 지난 11월에 국회 본회의에서 특허공제를 도입하는 법안이 처음으로 통과됐다.

다만 어떻게 공제제도를 만들 것인지에 대한 기초작업을 하고, 구체적인 사업예산도 따져봐야 한다. 이를 위해서 정부가 특허공제 제도의 출발과 관련한 지원을 하도록 했다. 특허공제는 제도가 돌아가도록 하는데 필요한 장비와 인력 등이 당장 없기 때문에 내년 1년 동안 주요 사업으로 추진해 도입할 방침이다. 사전 조사를 해봤더니 적어도 중소 벤처기업 50% 이상, 60% 가량은 참여하겠다고 응답했다.”

-재임 중 꼭 하나 이루고 싶으신 걸 꼽으신다면.

“한국의 특허 품질을 제고하려고 한다. ‘강한 특허’를 이루겠다는 것이다. 한국은 세계 4위 규모의 특허출원을 하고 있지만, 지식재산권 수지는 적자를 보고 있다. 특허수가 많아도 원천이나 표준 특허는 부족하다. 특허의 질이 양에 비해 떨어진다는 뜻이다.

질은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이기 때문에 강조하기 쉽지 않다. 하지만 이제는 질적으로 전환해야 한다. 특허행정도 심사 개월수나 건수보다는 좋은 특허를 어떻게 만들어낼지 집중하는 방향으로 이끌어 가려고 한다. 혹시 임기내 못하더라도 다음 임기에서도 지속할 수 있도록 질을 높이는 특허 시스템 기반을 반드시 구축하겠다.”

성 청장은 “특허 품질을 제고해 질적으로 우수한 특허를 많이 가진 나라로 만드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성윤모 특허청장은

성윤모 특허청장(54)은 지난 1988년 행정고시 32회로 공직에 입문, 산업통상자원부에서 산업기술정책과, 미주협력과, 산업정책팀장 등 요직을 거치며 국내 산업 정책의 틀을 만드는데 기여했다. 중소기업청 중견기업정책국장 등 타 부처에서도 경험을 쌓아 폭넓은 식견을 갖췄다는 평가를 받았다. 2015년에는 산업부 대변인을 역임한 뒤 지난해 1급으로 승진하며 산업부 출신으로는 처음으로 국무조정실 경제조정실장으로 근무했다. 차분한 성격으로 대인관계가 원만하고 솔선수범 리더십을 갖추고 있어 선후배들의 신망이 두터운 것으로 알려졌다. 사무관 시절 본인 업무가 잊혀지는 게 아쉬워 산업정책 관련 서적을 발간한 열성적인 면모도 있다.

☞프로필

▲1963년 대전광역시 출생 ▲대전대성고 ▲서울대 경제학과 ▲서울대 행정대학원 정책학 석사 ▲미국 미주리대 대학원 경제학 박사 ▲행정고시(제32회) ▲산업통상자원부 전력산업팀장, 산업정책팀장 ▲지식경제부 중견기업정책관 ▲중소기업청 중견기업정책국 국장, 경영판로국 국장 ▲산업부 정책기획관, 대변인 ▲국무조정실 경제조정실장 ▲특허청장(제25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