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연구진이 망막 등 눈 신경조직의 발달 속도가 다른 원리를 규명했다. 눈이 정상적으로 발달하지 못하는 ‘소안증’ 등 선천성 질환을 이해하는 단서를 밝혔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한국연구재단은 김진우 KAIST 교수(사진) 연구팀이 눈의 성장을 조절하는 유전자를 발견하고 각 구획별 발달 속도에 차이가 나는 원리를 규명했다고 17일 밝혔다.

눈의 신경조직 발달은 시신경 상피세포들이 망막과 망막색소상피세포층, 섬모체 등 3개의 구획으로 나뉘면서 시작된다. 망막색소상피세포는 망막의 가장 바깥부분에 단층으로 존재하며 망막 발달에 관여한다. 섬모체는 홍체와 연결된 구조로 수정체의 두께를 조절해 초점을 맞추는 기능을 한다.

이들 조직들은 점차 다른 속도로 성장하면서 서로 다른 크기와 고유한 특성을 갖는다. 섬모체와 망막색소상피세포층은 망막에 비해 성장속도가 느린 게 특징이다. 이들 조직의 발달 이상은 눈이 정상적으로 성장하지 못한 ‘소안증’과 연관이 있다. 그러나 시신경 조직들 사이의 성장 속도에 차이가 나는 이유는 밝혀지지 않았다.

연구팀은 종양 억제 인자로 잘 알려진 ‘NF2’ 유전자가 섬모체와 망막색소상피세포에서 많이 발현되는 것을 알아내고 이 유전자의 기능과 안구 조직별 성장 차이의 연관성을 조사했다. NF2 유전자에 변이가 일어나면 중추신경계에 신경섬유종이 생겨 청력, 시력 이상이 유발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연구팀은 생쥐의 섬모체에서 NF2 유전자를 제거하면 섬모체가 과성장하면서 생쥐에 소안증이 발생한다는 사실을 통해 NF2 유전자가 각 구획의 세포분열 속도를 조절하는 스위치 역할을 한다는 것을 확인했다.

연구팀에 따르면 망막 조직에서는 NF2 발현이 저해돼 빠르게 조직이 성장하는 반면, 망막색소상피세포에서는 NF2 발현이 활성화돼 조직 성장이 멈춘다. 이 두 조직 사이에 위치한 섬모체에서는 NF2가 일정 수준으로 유지되면서 서서히 성장한다. 연구결과는 발달생물학 분야 학술지 ‘디벨로프멘탈 셀(Developmental Cell)’ 최신호에 게재됐다.

김진우 교수는 “이번 연구는 NF2 유전자가 눈의 각 구획마다 다르게 작용해 상이한 성장을 유도한다는 점을 밝힌 것”이라며 “눈뿐만 아니라 여러 기관 형성에 공통적으로 적용될 수 있는 원리로, 다양한 선천적 기관 발달의 이상을 이해하는 단서를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