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을 감축하는 ‘파리기후협정’이 지난 12일 2주년을 맞았다. 파리기후협정은 2015년 12월 12일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21차 UN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에서 195개국이 채택한 협정이다. 지구 평균온도를 산업화 이전과 비교해 2도 이상 상승하지 않도록 하는 게 협정의 골자다.

6월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사진)의 탈퇴 선언으로 빛이 바랬지만 지난 12일(현지시간)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빌 게이츠 MS 창업자,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 등이 모인 2주년 기념행사에서 "기후변화와의 싸움에서 인류가 지고 있다"며 각국의 파리기후협정 이행을 촉구했다.

한국 정부와 지질 연구자들은 온실가스 중 하나인 이산화탄소(CO2)를 줄이기 위해 CO2를 포집해 땅 속에 저장하는 ‘CCS(Carbon Capture & Storage)’ 기술 확보에 시동을 걸었다. 지난 2010년 ‘국가CCS종합추진계획’을 수립, 실증 부지를 확보하고 2011년부터 7년간 연구하고 있다.

◆ 석유산업 선진국 기술력 앞서...최적의 사암층을 찾아라

CCS 기술은 가장 효율적인 CO2 감축 기술로 알려져 있다. 석유 시추 산업이 발달한 미국, 캐나다 등이 세계 최고의 CCS 기술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오일이나 가스를 시추하거나 생산할 때 CO2나 다른 종류의 가스를 넣어 오일을 밀어내는 기술을 쓰기 때문이다.

CCS를 지표면에 구멍을 파고 땅 속에 무턱대고 CO2를 집어넣는 기술로 생각하면 오산이다. 기체 상태인 CO2를 땅 속에 넣으면 압력이 높아져 지질 구조에 따라 미세한 진동(미소진동)이 발생할 수 있다.

한국지질자원연구원(이하 지질연)의 과학자에 따르면, 입자와 입자 사이의 빈 공간(공극)이 20%에 달하는 사암층이 CO2를 묻는 최적의 장소로 본다. 사암층은 최소 지하 800~2000m 사이에 있다. 또 사암층을 덮는 암석층의 입자 간격이 매우 치밀한 점토광물로 이뤄져야 CO2를 주입하기에 좋다.

사암층에 주입한 CO2가 빠져나가면 안되기 때문이다. 지하 800~2000m 사이의 사암층이 ‘저장암’이라면 저장암을 덮는 점토광물은 ‘덮개암’이다. 신영재 지질연 CO2지중저장연구단장은 “저장암과 덮개암이 짝을 이루는 곳을 찾아 CSS 기술을 실증해야 한다”면서 “작은 규모의 압력으로도 미소진동이 일어나지 않아야 하는 조건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2017년 5월 포항시 장기면에서 진행된 소규모 CCS 실증 부지 관측공 시추 현장.

◆ CCS 실증연구에도 포항지진 ‘불똥’

실제 땅 속에 주입되는 CO2는 밀도를 높여 기체와 액체의 중간 상태로 만든다. 가벼운 기체 상태로 주입하면 컨트롤하기 어렵고 액체 상태로 주입하면 너무 무거워 지반에 무리를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일단 사암층에 들어간 CO2는 물질의 상태가 변화하는 ‘상변화’가 유도돼 기체 상태로 사암의 공극으로 유입된다. 공극에 지하수가 있다면 수년~수십년에 걸쳐 녹아들어 수용액 상태로 바뀌고 시간이 지날수록 침전이 일어난다. 마치 석회동굴에서 지하수로 탄산칼슘이 침전돼 종유석이 생기는 것과 같다.

지질연 과학자들은 CCS 실증연구 부지를 선정하기 위해 지하에 두터운 사암층이 있는 지역을 2012년부터 조사했다. 경북 구미와 의성, 포항, 강원도 태백 등 여러 후보지 중 가장 적합한 여건을 지닌 곳 중 실증연구 부지로 경북 포항시 장기면이 선정됐다.

지질연은 이 지역에 내년 초 실험 주입 연구를 진행한다는 계획이었지만, 지난 11월 예상치 못한 지진 발발에 논란 포항 주민들이 크게 반대하고 있다. 지진 발생지인 포항 흥해읍이 포항의 북동쪽이고 CCS 실증연구 부지인 포항 장기면은 남서쪽이다. 하지만, 지열발전소가 포항지진의 원인이라는 가설이 나오면서 포항 주민들은 CCS 실증 연구도 지반에 무리를 줄 수 있다며 반대하고 있는 것이다. 최근 포항시도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CCS 실증에 관한 안전 사항 점검을 요청하는 공문을 보냈다.

신영재 단장은 “CO2를 주입한 후 침전 현상까지 일어나는지 시계열적으로 확인하며 분석하는 것도 중요하다”며 “원천기술이 확보되면 CCS 기술은 가장 안전한 온실가스 감축 기술이 될 수 있기 때문에 안전에 만전을 기해 실증 연구를 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