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화 블록체인협회 준비위 공동대표 "가상화폐는 사기? 무지·기득권적 해석"
"파괴적 기술에는 장단점이 공존…네거티브 규제로 더 육성해야"

가상화폐 열풍은 단순한 버블(Bubble)일까, 아니면 미래를 바꿀 혁명일까.
가상화폐는 이같은 질문을 비웃듯 전 세계에서 광풍을 일으키고 있다. 최근 회사, 학교, 거리에서도 일상 대화 주제에 가상화폐가 빠지지 않는다. 한국은 전 세계 3위의 가상화폐 거래 국가다.

15일 오전 서울 중구 은행회관 국제회의장에서 열린 암호화폐 거래소 자율규제안 설명 및 기자간담회에서 김진화 한국블록체인협회준비위원회 공동대표가 규제안을 설명하고 있다.

비트코인 해설서인 '넥스트머니 비트코인'의 저자이자 가상화폐 거래소 코빗의 공동창업자인 김진화 한국블록체인협회 준비위원회 공동대표(사진)는 15일 조선비즈와 인터뷰에서 가상화폐의 등장을 인터넷의 등장에 비유했다. 이날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가상화폐 거래소 자율규제안을 발표한 김 대표는 최근 정부 기관, 국회 등을 바쁘게 오가며 가상화폐 기술의 가치를 설명하고 오해를 해소하는 역할을 하고 있기도 하다.

그는 이날 인터뷰에서 과거 인터넷이 처음 등장했을 당시 폴 크루그먼(2008년 노벨 경제학상 수상)이 "인터넷이 미치는 영향은 팩스 기기만도 못할 것”이라고 평가절하했던 사실을 상기시켰다. 김 위원장은 "기존 금융시스템에 익숙한 전문가들이 가상화폐라는 파괴적 기술의 본질을 제대로 보지 못하고 있다"며 "가상화폐를 사기로 평가절하하는 금융업계 인사들의 발언 중 70%는 무지이고 30%는 기득권 보호에 근거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과도한 투기 열풍의 부작용을 일부 인정하며 자율규제안의 필요성을 얘기했지만, ‘버블은 무조건 잘못된 것'이라는 데는 동의하지 않았다. 버블을 악(惡)으로만 규정할 것이 아니라 선순환 창출의 에너지로 활용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그는 “(세상을 바꿀 신기술에는 항상) 밝은 면과 어두운 면이 공존하기 마련이고 우리가 해야 할 것은 새로운 기술을 빨리 사회화해서 수업료를 치르며 부작용을 제어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가상화폐 비트코인을 형상화한 이미지.

다음은 김진화 대표와의 일문일답.

―2013년에 '넥스트머니 비트코인'을 썼다. 책이 나온 지 4년이 지났는데 그간 가상화폐가 어떻게 달라졌나.

“예상했던 것들은 대부분 맞았다. 당시 가상화폐가 화폐나 재산에 국한되지 않고 금융 플랫폼으로 뻗어 나갈 것으로 예상했다. 지금도 이 기조로 가고 있다. 하지만, 이 정도로 속도가 빠를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금융을 넘어선 분산 인터넷 플랫폼까지 굉장히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다. 제가 책을 쓸 때만 해도 이더리움 플랫폼은 없었다.”

―가상화폐를 둘러싼 논쟁이 끊이지 않고 있다. 이 중 가상화폐 생태계에 필요한 비판과 소모적인 논쟁은 무엇인가.

“버블이라는 비판과 투기 시장에 대한 우려에 공감하고 이런 비판은 정당하다고 본다. 적절한 규제가 필요하다. 한국블록체인협회 준비위원회가 오늘 발표한 '가상화폐 거래소 자율규제안'도 그 연장선상이다.

하지만, 가상화폐를 화폐 또는 재화로 성급하게 정의 내리는 것은 소모적이다. 강력한 혁신 기술은 기존의 분류(카테고리)나 프레임을 깨며 발전한다. 가상화폐와 블록체인을 기존 영역에 끼워 맞추거나 성급한 정의에 맞춰 규제하면 오류를 범하기 쉽다. 노벨경제학상을 받은 폴 크루그먼이 ‘인터넷이 팩스 기기만도 못할 것’이라고 예상한 것은 인터넷의 파괴적인 속성을 보지 못했기 때문이다.

새 기술에서 좋은 것만 취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90년대 후반에 인터넷이 확산될 때도 음란물을 비롯해 저작권 문제, 정보 해적 등의 문제가 불거졌다. 만약 그때 우리나라가 인터넷을 금지했다면 외환 위기를 극복할 수 있었던 인터넷 혁명은 없었을 것이다. 모든 새로운 기술에는 밝은 면과 어두운 면이 공존한다. 우리는 새로운 기술에 빠르게 적응해서 발생하는 부작용을 적절하게 제어하고 잠재력을 키워내야 한다.”

―극성스러운 투기 열풍을 우려하는 사람도 적지 않다. 정부 차원의 규제가 필요하다고 보나, 규제한다면 어떤 방향이 옳다고 생각하나.

“정부는 조급해하지 않고 중장기적이고 체계적인 규제를 만들어야 한다. 중장기적인 규제안이 나온다면 시장의 불확실성이 제거돼 가상화폐 시장이 예측 가능해진다. 현재 투기 열풍에 가려진 가상화폐의 기술적 장점도 오히려 부각될 수 있다. 지금 정부는 단기 대책만 내놓고 있다. 시장이 제일 싫어하는 건 불확실성이다. 불확실성이 가중되면 시장 플레이어는 한탕주의 성향을 보인다. ‘기회 있을 때 먹고 빠지자’는 식이 돼 투기 심리가 불붙는다.

구체적으로는 네거티브 규제(법률이나 정책에서 금지한 행위가 아니면 모두 허용하는 방식)가 옳다. 포지티브 규제(법률이나 정책에 허용되는 것들을 나열하고 이외의 것들은 모두 허용하지 않는 규제)는 시간이 흐른 후 또 바꿔야 하는 상황을 맞는다. 또 현재 전자금융거래법과 유사수신행위규제법 재개정 논의는 가상화폐 실정에 맞지 않는다. 새 자금결제법이 만들어져야 한다.”

― 워렌 버핏 버크셔해서웨이 CEO, 제이미 다이먼 JP모건 CEO, 앨런 그린스펀 전 연방준비제도이사회 의장 등 세계적인 금융 거물들이 비트코인 등 가상화폐를 평가 절하한다.

“70%는 기술에 대한 무지(無知)에서 오는 오해라고 본다.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조지프 스티글리츠도 가상화폐를 불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도 이게 왜 나쁜지 기술적으로 밝히지는 않았다. 나머지 30%는 기득권의 보호 본능에서 나온 발언이라고 생각한다. 지금까지 금융은 기득권들이 주도해왔다. 그들이 주도해온 금융 산업을 놓고 일반 대중과 인터넷 기술을 이용해 싸워야 하는 상황이 오니 가상화폐를 평가절하하는 것이다.”

―가상화폐 시장이 언제 안착할 것으로 보는가.

“가상화폐 시장은 당분간 안정되기보다는 실험적인 상황을 맞을 것이다. 12월에 세계 최대 파생상품거래소인 시카고상품거래소(CME)와 시카고 옵션거래소(CBOE) 등이 비트코인 선물 거래를 시작한다고 밝혔다. 내년부터 금융시장에서 가상화폐 전면 도입되는 것이 실험적인 상황으로 볼 수 있다. 이런 것들이 시장에 정착될지 저항에 직면할지가 관전 포인트다. 여기에 적응을 잘하는 국가는 사회에 성공적으로 가상화폐를 안착시킬 수 있을 것이다.”

―우리나라 정부는 가상화폐에 대해 무엇을 가장 궁금해 하나.

“블록체인과 가상화폐의 연관성을 제일 궁금해한다. 다행히 금융 정부 기관이 “금융 쪽에서 바라보니 버블인데, 기술로 바라보니 가상화폐를 이해할 수 있는 폭이 넓어졌다”는 반응이었다. 그런데 아직도 법무부는 가상화폐를 “범죄소굴이다. 바다이야기다”는 식으로 말해 안타깝다.”

―현재 수천 개의 가상화폐가 시중에 유통되고 있는데 모두 공존할 수 있다고 보는가.

“현재 비트코인과 이더리움 등에 도전하는 가상화폐가 쏟아져 각축전을 벌이고 있다. 각각의 가상화폐는 특성에 따라 역할이 분화할 것이다. 비트코인은 중개자 없이 거래할 수 있지만, 1초에 많은 건수를 처리할 수 없어 개인 간 거래보다 기업 간 거래(B2B)에 많이 이용될 것이다. 요즘 가격도 높아져 거래하기 편해졌다. 이더리움은 플랫폼 성격이 짙어 스마트 계약에 사용된다. 리플은 금융기관 간 거래, 송금에 특화돼 있다. 파일코인은 분산 스토리지에 최적화돼 있다.”

―향후 10년에도 살아남을 가능성이 높은 가상화폐는 무엇이 있나.

“우선 비트코인이다. 사회 정책 영향을 적게 받고 발행자도 없는 순수 알고리즘이다. 역사가 오래된 블록체인이기도 하다. 두번째로는 이더리움이다. 기술적으로 우월하고 생태계도 넓게 확장돼 있다. 이오스(EOS)와 같은 가상화폐가 이더리움을 대체한다고 하지만 한동안 쉽게 깨지지 않을 전망이다. 다음으로는 리플이다. 리플은 하이브리드 블록체인이라는 한계가 있지만, 개발팀이 우수하고 금융기관이라는 시장을 겨냥했다는 장점이 있다.

이외의 가상화폐는 ‘실험’이라고 본다. 시가 총액 상위에 있더라도 비트코인캐시와 같이 하드포크(기존 블록체인과 호환되지 않는 새로운 블록체인에서 다른 종류의 가상화폐를 만드는 것)한 가상화폐는 투기 수요를 끌어들이려는 의도가 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