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14일 공개한 8차 전력수급기본계획(2017~2031년)에서 산업용 전기요금 체계를 내년에 개편하겠다고 밝히자 전기를 많이 쓰는 대표적인 업종인 철강업계는 “가격 경쟁력이 약해질 수 있다. 최악의 경우 공장을 해외로 옮길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기업에 일방적으로 희생을 강요한다”는 불만도 나왔다.

정부는 내년에 경부하 요금 중심으로 산업용 전기요금을 인상할 계획이다. 경부하 요금은 전기 부하량이 많지 않은 시간대인 23시부터 다음날 9시까지의 요금으로, 정부는 이 시간대 사용량에 대해서는 요금을 최대 절반 이상 할인해준다. 현재 경부하 요금 최저가격은 공급원가보다 싼 1㎾h당 52.8원으로 기준단가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

동부제철이 2009년 11월 완공한 충남 당진 전기로 제철 공장.

국내에서 가장 전기를 많이 쓰는 업종은 철강이다. 전기로를 이용해 고철을 녹인 뒤 제품을 생산하기 때문이다. 철강업계는 2015년에 전기료로 3조5068억원을 썼다. 현대제철(004020)이 1조1605억원으로 국내 기업 중에서 가장 많은 요금을 냈고, 포스코는 8267억원, 동국제강(460860)은 2420억원을 각각 냈다.

특히 전기로는 24시간 가동해야 해 경부하 요금을 인상하면 인상분이 그대로 원가에 반영된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전기요금이 올라가지 않도록 전력 공급을 늘려야지 산업을 희생시키면서 (탈원전·탈석탄 정책을) 진행하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며 “전기요금이 오르면 전기를 많이 쓰는 기업은 경쟁력이 약화되고, 못 버티면 결국 해외로 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했다.

또다른 철강업계 관계자는 “철강재는 산업 기초소재를 만드는 것이어서 전기요금이 오른다고 생산을 줄일 수 없고 원가 상승분을 제품 가격에 모두 반영하기도 어렵다. 그동안 철강업체가 전기요금 인상을 감내한 부분이 많은데, 정부 정책에 대해 기업에 일방적으로 희생을 강요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철강재 원가에서 전기요금이 차지하는 비중은 20% 안팎이다.

정유섭 자유한국당 국회의원에 따르면 지난해 경부하 시간대 전기 사용량은 13만4000GWh로 전체 사용량 27만9000GWh의 48.1%에 달한다. 경부하 시간대에 전기를 쓰는 기업은 전체 기업의 21.2%, 요금은 전체의 25.8%다. 정 의원은 경부하 요금과 중부하 요금의 차이를 지금보다 10% 축소하면 기업의 부담은 4962억원 늘고, 90% 축소하면 부담이 4조4660억원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