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900만년 전 중생대 백악기의 호박(琥珀)에서 공룡의 깃털을 붙잡고 있는 진드기의 화석이 발견됐다. 호박은 나뭇진이 오랜 시간 동안 굳은 것이다. 나뭇진이 떨어질 때 그 아래 작은 동물이 있었다면 생전 모습 그대로 화석이 된다. 진드기가 백악기에 살았다고 알려져 있어 당시 공룡 피를 빨았을 가능성이 제기됐지만 직접적인 증거가 발견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영국 옥스퍼드대 자연사박물관의 리카르도 페레즈-데 라 푸엔테 박사 연구진은 13일 국제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에 "미얀마 북부에서 발견된 호박을 현미경과 컴퓨터 단층 촬영(CT) 등으로 조사한 결과 공룡 깃털과 함께 진드기 여러 마리를 확인할 수 있었다"고 발표했다.

9900만년 전 호박에 갇힌 공룡의 깃털과 진드기. 오른쪽 위는 깃털을 붙잡고 있는 진드기의 확대 사진이다.

깃털을 발로 붙잡고 있는 진드기는 몸길이가 0.5㎜ 정도인 유충이었다. 막 피를 빤 듯 몸이 평상시의 8배로 부풀어 있는 진드기도 있었다. 연구진은 이번에 발견한 진드기에게 '데이노크로톤 드라큘리(Deinocroton draculi)'란 학명을 붙였다. '드라큘라 백작의 무서운 진드기'란 뜻이다

연구진은 새가 호박 화석보다 2500만년 뒤에 출현했다는 점에서 깃털의 주인공은 오늘날 벌새만 한 크기의 작은 공룡이라고 추정했다. 또 공룡의 깃털은 당시까지는 비행보다는 보온(保溫)이나 짝을 유인하는 장식용이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깃털 달린 공룡은 나중에 새로 진화했다. 오늘날 진드기는 새의 피를 빤다. 이번 화석을 통해 새와 진드기의 악연(惡緣)이 공룡 시대부터 시작됐음을 알 수 있다.

호박에는 또 곤충인 수시렁이 애벌레의 털이 붙어있는 진드기도 있었다. 이 역시 진드기가 깃털 달린 공룡의 피를 빨았다는 간접적 증거가 된다. 수시렁이 애벌레는 오늘날 새 둥지에서 깃털이나 피부 부스러기를 먹고 산다. 결국 백악기에 진드기와 수시렁이 애벌레가 각자 다른 목적으로 공룡의 둥지에서 공존을 하고 있었던 셈이다.

그렇다면 진드기의 몸에 남은 피에서 공룡의 DNA를 복원할 수 없을까. 영화 '쥬라기 공원'에서는 호박에서 공룡시대의 모기를 발견하고 그 안에 남은 피에서 DNA를 추출해 공룡을 복제한다. 하지만 영화의 상상과 달리 수천만 년이 지나면 DNA가 모두 분해되기 때문에 공룡 DNA를 복원하기는 불가능하다고 연구진은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