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증시에서 재미를 봤던 외국인 투자자들이 한국으로 눈길을 돌리고 있습니다."

지배 구조 개선 기업에 대한 투자를 전문으로 하는 제브라투자자문의 이원일〈사진〉 대표는 13일 "증시 큰손인 국민연금이 내년 하반기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을 공식화하자 외국인 투자자들의 관심이 부쩍 높아졌다"면서 "이웃 나라 일본처럼 상장사 지배 구조가 개선되어 경영 효율성이 높아지고 공정한 시장이 만들어질 것인지 궁금해한다"고 말했다. 스튜어드십 코드는 연기금 등 기관투자가들이 기업의 의사 결정에 적극 참여하도록 유도하는 윤리 강령을 말한다.

그는 한국의 자본시장 개혁에 외국인 투자자들이 주목하는 이유로 일본 증시를 꼽았다. 일본은 우리나라 국민연금에 해당하는 공적 연기금(GPIF)이 스튜어드십 코드를 도입하면서 주주 환원 중심의 경영 기조가 확산됐고, 스튜어드십 코드에 부합하는 배당 확대나 자사주 매입 등의 주주 친화책이 쏟아졌다. 이런 변화를 지켜보던 외국인 투자자들이 일본 주식 매수에 나섰고, 닛케이지수는 15년 만에 2만 선을 뚫는 등 크게 상승했다. 상장사 배당금도 꾸준히 늘어나 올해는 사상 최대치(약 124조원)를 기록할 전망이다.

이 대표는 "일본의 변화를 지켜본 메릴린치·노무라와 같은 글로벌 금융회사들이 한국의 자본시장 개혁을 주제로 앞다퉈 콘퍼런스를 열고 있다"면서 "전 세계 지배 구조 관련 투자자들이 주가가 많이 오른 미국에서 자금을 일부 빼내 한국에 분산투자하려는 움직임도 있다"고 귀띔했다.

당장 내년 3월 주주총회 시즌에서부터 적잖은 변화가 시작될 수 있다. 이 대표는 "시장에서 관심을 끌고자 하는 일부 국내외 주주들이 이사 선임과 같은 적극적인 주주 관여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면서 "경영 능력이 부족하고 기업가 정신이 없는 오너 경영자는 주총에서 주주들에게 큰 도전을 받을 것"이라고 했다. 적극적인 주주 활동 확산에 속도가 붙으면, 코스닥 시장도 한층 탄력을 받을 수 있다고 그는 덧붙였다. 코스피 시장에 비해 코스닥은 지배 구조가 나쁜 기업들이 많아 개선의 여지가 많다는 이유에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