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은행들의 'PB(Private Banking· 프라이빗 뱅킹)센터' 고급화·대형화 경쟁이 심화되고 있다. 프라이빗 뱅킹이란 부유층 고객을 대상으로 한 종합 자산관리 서비스다. 국내 시중은행은 2000년대부터 수익 기여도가 높은 자산가를 선점하기 위해 앞다퉈 PB 사업을 시작했다. 과거 은행 지점 '셋방살이'로 시작한 PB센터들은 '분가(分家)'를 시작하더니, 최근에는 은행·증권 PB뿐 아니라 부동산·세무 전문가까지 수십 명이 상근하는 초대형 센터로 거듭나고 있다. 금융 상품뿐 아니라 부동산·세무 등으로 다변화되고 있는 고객의 자산 관리 욕구에 맞추기 위한 것이다. 또 VIP 고객의 눈높이에 맞추기 위해 고급 실내장식을 도입하고, 각종 문화 행사도 병행하고 있다.

자산가 '취향 저격'…호텔·갤러리처럼 변하는 PB센터

한국씨티은행은 지난 7월 고객 자산 관리를 전문으로 다루는 '서울센터'를 개소했다. PB뿐 아니라 보험·외환·대출 전문가 등 자산 관리 전문가 50여 명이 근무하는 대규모 센터다. 최고급 인테리어의 상담실 25개와 투자 강연을 위한 라운지, 휴식 공간 등을 갖추고 있다. 수억원 이상을 맡긴 고객을 자산 규모별로 나눠 맞춤형 금융 서비스를 제공한다.

고액 자산가들에게 맞춤형 자산 관리 서비스를 제공하는 PB(프라이빗 뱅크)센터가 갈수록 대형화·고급화하고 있다. KEB하나은행은 갤러리 콘셉트의 고품격 이미지를 내세운 초대형 PB센터를 최근 을지로 본점 3층에 개장하고, 이스라엘 출신의 설치미술가 자독 벤 데이비드를 초청해 이곳에서 전시회를 열었다.

한국씨티은행이 '랜드마크'급 센터에 도전한 건 그간 고급화 전략이 성공을 이뤘다고 자평하기 때문이다. 브렌단 카니 한국씨티은행 소비자금융 그룹장은 "반포 및 청담센터의 성공에 힘입어 올해 상반기에 작년 동기 대비 투자 상품 판매가 23%, 투자 자산도 4% 늘어났다"며 "한국씨티은행에 자산 10억 이상을 맡긴 초자산가 고객은 작년 6월 대비 8%, 2억~10억을 맡긴 고객은 5% 증가했다"고 밝혔다.

KEB하나은행은 '갤러리' 같은 고급 PB센터를 표방하고 있다. 이번 달 서울 을지로 신사옥에 문을 연 '영업1부 PB센터'가 대표적인 사례다. 센터 내에 유명 사진작가 배병우의 작품 등 그림·사진·조각 30여 점을 설치했다. 하나은행은 "작품 전시, 도슨트(안내인을 통한 전시관 설명) 프로그램 진행 등을 통해 VIP 고객에 대한 감성 마케팅을 병행할 것"이라며 "기존 PB 채널을 정비하는 것을 뛰어넘어 자산가의 취향까지 고려해나갈 것"이라고 했다.

연예인·스포츠 스타 투자 돕고, 가족 자산도 관리

KB국민은행은 PB센터에 '스타 마케팅'을 접목했다. KB국민은행의 대표적인 PB센터인 '강남스타PB센터'에 지난 6월 연예인·스포츠 스타 전담 금융센터 'Club E'를 만들었다. 연예인·스포츠 선수 고객들이 이용할 수 있는 전담 공간을 만들고, 바쁜 고객에게 직접 찾아가는 셀러브리티 맞춤형 서비스를 도입했다. 또 강남뿐 아니라 도곡·명동에 위치한 스타PB센터에 'KB 부동산·상속·증여센터'를 설치·운영 중이다. 고액 자산가 개인을 넘어서 가족 단위 자산 관리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것이다.

인근 센터·지점과 인력 나눠 쓰는 '시너지' 전략도

신한은행은 각 분야 전문 인력을 데려와 대규모 PB센터를 만드는 대신, 기존의 센터를 인근 전문 센터와 연계하는 전략을 쓰고 있다. '신한 PWM 파이낸스센터'는 신한은행 글로벌외환센터와 연계해 해외 부동산·송금·이주 등 외환 업무에 대한 전문 상담을 진행한다. 또 부동산투자자문센터와 연계해 부동산 투자 상담 서비스도 제공 중이다. 고액 자산가들 사이에서 입소문이 나면서 관리 자산도 2조3000억원에 달하는 '매머드급 센터'로 거듭났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상품 가입·송금·결제 등 단순 거래는 인터넷·모바일 뱅킹이 빠르게 흡수하고 있는 만큼, 일반 지점은 축소하고 복잡한 상담을 필요로 하는 VIP 고객 유치하는 '투 트랙 전략'이 당분간 인기를 끌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