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석유공사가 이명박 정부의 ‘자원외교 실패작'으로 꼽힌 캐나다 석유·천연가스 자회사 하베스트(Harvest)의 광구 사업을 재개한다는 방침인 것으로 확인됐다.

13일 사안에 정통한 석유공사 관계자는 조선비즈와 전화통화에서 "석유공사가 완공을 코앞에 두고 중단했던 캐나다 알버타주 콘클린지역 블랙골드 광구의 원유 생산시설 건설을 다시 추진하고 있다"며 "2019년 말 상업생산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내년 초를 목표로 국내에서 사모펀드 등을 대상으로 투자 유치를 추진 중이다"라며 “이런 계획은 지난달 주무부처인 산업통상자원부에도 보고됐다"고 밝혔다.

석유공사는 원유 가격이 배럴당 45달러 이상을 유지하면 하베스트 블랙골드 광구의 원유 생산이 채산성을 갖출 수 있다고 평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통해 2021년쯤 하베스트가 유동성 위기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분석한 것으로 전해졌다.

석유공사는 무리한 청산보다는 잠재력이 있는 자산을 유지하면서 최대한 손해를 줄여나간다는 방침이다. 석유공사 관계자는 "당장 지원을 멈추면 도산하게 되는데 이 경우 협력업체 클레임, 퇴직 직원 보상 등 막대한 비용이 발생할 수 있다"며 "경영진이 수익성이 있는 일부 자산들의 가치를 높여 손실을 줄이는 쪽으로 의견을 모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석유공사의 하베스트 추가 지원은 논란을 불러올 가능성이 있다. 유가의 변동성이 심한데다 석유공사의 지급보증 부담이 더 늘어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석유공사는 지난 2009년 4조5500원을 들여 하베스트를 인수했다. 하베스트는 지난달 초 2억달러의 채권을 발행하면서 총 차입금이 20억달러(2조1700억원)로 늘었다. 석유공사는 차입금 전액을 지급보증한 상태다.

한국석유공사

◆ “유가 40달러 중반대서 이익낼 수 있어”…2019년말 상업가동 목표

하베스트는 2014년 유가가 배럴당 30달러대로 내려앉자 자금난에 빠져 2015년 3월 블랙골드 원유 생산시설 공사를 중단했다. 당시 기준으로 원유 채굴 비용이 원유 판매 수익보다 더 컸기 때문이다. 원유를 생산해도 적자를 볼 수 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건설 중단 시점에 생산시설 진척도는 99%였고, 시험가동 준비까지 했지만 포기해야 했다. 블랙골드 광구의 추정 매장량은 2억5900만배럴이다.

석유공사는 올해 초 블랙골드 광구 지분 매각을 추진하기도 했으나 채굴 기술 등 생산비 저감 방안을 찾아내면서 블랙골드 광구 가동을 재추진하기로 했다. 석유공사 관계자는 "블랙골드 시설에 대한 자체 연구를 진행한 결과, 배럴당 유가 40달러 중반대에서 손익분기점을 넘기고 영업이익을 낼 수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고 사업 재추진 배경에 대해 설명했다.

석유공사는 잔여시설을 짓는 데 필요한 투자비를 약 5000만달러로 추산한다. 여기에 상업생산까지 필요한 투자비를 더하면 총 1억4000만달러로 추정된다. 석유공사 관계자는 "계획대로라면 2019년 말쯤 상업생산을 시작할 것"이라고 말했다.

석유공사 제공

석유공사는 하베스트가 지난달 초 발행한 2억달러 규모의 신규 채권에 대해 지급보증을 했다. 하베스트가 약속한 원금이나 이자를 지급하지 못할 경우 석유공사가 대신 부담하겠다는 것이다. 하베스트는 신용등급이 투자 부적격(무디스 Caa1-, S&P CCC+)이라 보증 없이 돈을 빌리는 게 사실상 불가능하다. 하베스트측은 "발행된 채권이 블랙골드 생산시설 완공과 가동에 쓰일 예정"이라고 밝혔다.

하베스트는 지난 9월에도 2억 8500만 달러 규모의 채권을 발행했고, 석유공사가 전액 지급보증했다. 이 채권은 지난 10월 1일 만기가 도래한 2억8250만 달러 규모의 무보증 채권을 상환하는 데 쓰였다. 석유공사가 올해 추가로 지급 보증한 금액은 총 4억8500만 달러(약 5300억원)다.

◆ “추가 부담 리스크 크다” 우려도

석유공사는 블랙골드를 비롯한 다른 자산들을 활용하면 2021년 하베스트의 순현금흐름이 마이너스(-)에서 플러스(+)로 전환할 것으로 기대한다. 석유공사 추정한 하베스트 중장기 자금전망에 따르면 하베스트의 순현금흐름은 2018년 -2억500만 캐나다달러, 2019년 -1억4400만 캐나다달러, 2020년 -6500만 캐나다달러에 이어 2021년 400만 캐나다달러로 개선될 것으로 예상됐다.

그러나 석유공사의 하베스트 추가 지원에 대해 부정적으로 보는 시각도 많다. 하베스트는 올해 1~3분기 누적 9550만 캐나다달러(약 800억원)의 영업적자를 냈다. 하베스트의 상환 능력이 없는 상황에서 석유공사의 추가 지원 위험이 크다는 것이다. 지난 7월 27일 열린 석유공사 이사회(475차)에서도 “보증에 대한 회수 능력이 있어야 하는데 사업 자체로 볼 때는 가능성이 별로 없다"는 부정적인 의견이 나왔다.

산업부 관계자는 "정부는 해외자원개발 사업의 부실 재발 방지를 위해 다각적으로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면서 "현 단계에서는 석유공사의 계획에 대해서 입장을 밝힐 수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