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평가등급 같아도 은행 따라 가산금리 부과 격차 커
주택담보대출은 금리 편차 작고 저금리 제시 성향 뚜렷…'전당포식 영업' 관행 드러나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한 다음날인 12월 1일 서울 강남구 한 은행에 주택담보대출 금리 인하 광고판이 게시되어 있다.

시중은행들간 평균 가계 대출 금리 편차가 최대 연 3.7%포인트까지 차이가 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은행의 가계대출 영업 전략과 그에 따른 은행별 차주(借主) 구성 및 대출 상품 특성을 고려해야 하지만, 이를 감안해도 지나치게 차이가 큰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하지만 주택담보대출은 금리 차이가 연 0.7%포인트에 작았다. 신용대출엔 고금리를 부과하면서 주택담보대출엔 저금리로 고객을 끌어 모으는 관행도 드러났다.

◆ 일반신용대출 평균 금리 N은행 연 6.78%·E은행 연 3.09%

12일 조선비즈가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김성식 의원이 한국은행으로부터 제출받은 국내 시중은행들의 대출금리 운용실태 자료(지난 10월 기준)를 분석한 결과, 신용등급 등 대출자의 ‘차주(借主) 특성’을 고려하지 않더라도 시중은행간 평균 대출 금리차는 큰 폭을 벌어져 있었다. 일반신용대출의 경우 N은행(은행명은 익명으로 기재)은 평균 연 6.78%에 달했지만, E 은행은 평균 연 3.09%에 불과했다. 격차는 3.69%포인트에 달했다. 18개 시중 은행 평균은 연 4.83%였다. 한도신용대출(마이너스 대출)의 경우 가장 높은 은행은 평균 연 5.55%였지만, 가장 낮은 은행은 연 3.42%였다. 2.13%포인트 만큼 차이가 나는 것이다.

하지만 주택담보대출은 은행간 차이가 크지 않았다. 가장 금리가 비쌌던 은행은 평균 연 3.73%, 가장 쌌던 은행의 평균 연 3.01%였다. 금리 차이는 0.72%포인트.

이 자료만 가지고 특정 은행이 금리를 높게 매긴다고 할 수 없다. 차주 특성 및 만기나 상환조건 등 대출 성격에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가령 평균 대출 금리가 높은 은행은 오히려 신용등급이 낮은 사람들에게 문턱이 낮기 때문에 평균 금리가 높게 보이는 것일 수도 있다. 거꾸로 고신용자만 상대하는 은행은 평균 금리가 그만큼 낮은 것처럼 일종의 착시 현상을 일으킬 수 있다.

◆ 신용등급 1등급 당 금리 상승폭 주택대출 0.12%P, 일반대출은 1.36%P

하지만 은행들이 일반대출엔 상대적으로 높은 금리를 부과하면서, 거꾸로 주택담보대출에는 낮은 금리를 책정하는 경향은 뚜렷이 관찰된다. 신용등급 등을 고려하지 않더라도 신용대출과 비교해 주택담보대출의 평균 대출 금리가 낮을 뿐만 아니라 은행간 금리차이도 작기 때문이다. 주택담보대출은 대출 부실시 대응할 수 있는 자산을 담보로 잡고 있기 때문에 금리가 낮을 수 밖에 없다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신용대출 등과의 금리 격차가 지나치게 큰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다.

각 대출 상품별로 신용평가사 신용등급과 각각의 은행 특성이 대출 금리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 지 다중회귀분석을 실시한 결과도 이를 잘 보여준다. 다중회귀분석 방법 개발 및 결과 검증에는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부 교수가 참여했다. 하 교수는 “이 분석은 대출자의 신용등급이 은행이 자체적으로 결정하는 가산금리에 어느 정도 영향을 미쳤는지를 보여준다”면서 “ 대출태도지수는 같은 조건일 때 은행별로 어느 정도 금리를 가감하는 지를 보여주는 일종의 금리 가산 성향이라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조선비즈는 이를 바탕으로 신용등급이 1등급 변화할 때 평균적인 대출금리 변화폭과, 각 은행이 어느 정도 대출금리를 높게 또는 낮게 책정하는 지를 보여는 ‘대출태도 지수’를 각각 추정했다.

먼저 신용등급 1등급 당 가산금리 상승폭은 한도신용대출(마이너스대출)과 일반신용대출은 각각 1.08%포인트, 1.36%포인트에 달했지만 주택담보대출은 0.12%포인트에 지나지 않았다. 실제 대출 금리의 신용등급 1등급 당 상승폭은 한도신용대출(마이너스대출)과 일반신용대출은 각각 1.08%포인트, 1.38%포인트로 거의 같았다. 주택담보대출은 0.15%포인트로 가산금리 대비 0.03%포인트 가량 높았다. 이에 대해 하 교수는 “현재 자료만 가지고 결론을 내릴 순 없지만, 그래도 은행이 주택담보대출에 대해서 과도하게 우대하고 있음을 어느 정도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전당포식 영업 관행’이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는 것이다.

◆ 가산금리만 봐도 대출태도지수 변화 크지 않아

가산금리를 토대로 각 은행이 어느 정도 대출금리를 높게 또는 낮게 책정하는 지를 보여주는 ‘대출태도 지수’를 별도로 추정했다. 대출태도지수는 같은 조건일 때 은행별로 어느 정도 금리를 가감하는 지를 보여주는 일종의 금리 가산 성향이라 할 수 있다. 이전과 같이 ▲각 신용등급에 따른 평균적인 금리 결정 요인이 존재하고 ▲나머지 금리는 은행별 대출 태도가 좌우한다고 가정했다.

그 결과 은행의 대출태도지수는 신용대출과 마이너스 대출의 경우 큰 변화가 없었다. 순위도 거의 비슷했다. 하지만 주택담보대출의 경우 순위가 크게 바뀌었다. SH수협은행, BNK부산은행, 전북은행, DGB대구은행 등이 가산금리를 기준으로 하면 상대적으로 고금리를 매긴 것으로 나타났다. 신용대출과 주택담보대출에 대한 은행의 대출 태도를 비교하면, 외국계 은행들이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낮게 책정하면서 신용대출엔 높은 금리를 매기는 경향이 똑같이 관찰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