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원이 향후 검사의 중점사항을 금융사 지배구조와 조직문화 등에 두기로 했다. 금감원은 금융사가 단기적 이익에만 매몰돼 소비자 권익을 뒷전으로 여기는 근본 원인을 금융사의 빈약한 지배구조 운영실태 때문으로 판단했다.

또 금융사에 대한 대주주의 부당한 영향력 행사나 최고 경영진의 위법행위에 대해선 철저히 규명해 책임을 부과하기로 했다.

금융감독·검사 제재 프로세스 혁신 태스크포스(TF)는 12일 이런 내용을 담은 ‘검사·감독 혁신 방안’을 발표했다. 방안의 골자는 ▲금융사의 수검 부담 완화 ▲제재 과정에서의 방어권 보장 ▲금융소비자 권익 보호를 위한 영업행위 검사 확대 등이다.

유광열 금융감독원 수석부원장은 “단편적인 개별 위규행위에 대한 적발 조치 위주의 검사 제재 방식에서 탈피할 것”이라며 “금융소비자 피해를 유발하는 근본적 원인은 지배구조와 조직문화, 내부통제에 기인하며 이에 대한 철저한 분석과 상응하는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말했다.

◆“소비자 피해 근본 원인은 금융사 지배구조 운영실태 부실 때문”

고동원 혁신위원장은 12일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 본원에서 금융감독·제재 프로세스 혁신방안을 발표하고 있다.

금감원은 우선 금융사 지배구조 운영실태와 조직문화 개선 등을 향후 검사의 최우선 사안으로 삼기로 했다. 특히 최고경영자 경영승계제도가 제대로 운영되지 않는 등 지배구조 문제로 금융사 경영에 영향을 미칠 소지가 있는 중요한 사항은 직접 점검해 그 결과를 시장에 공표하기로 했다.

또 금융사 스스로 잠재 위험을 인지·관리할 수 있도록 내부통제시스템을 구축하도록 할 방침이다. 만약 내부통제기준이 미흡하고 다수의 소비자 피해가 우려될 경우 금감원 내부의 심의절차를 거쳐 개선을 권고하거나 필요 시 해당 금융사와 업무협약 등을 체결한다.

또 내부통제 운영실태 및 긴급현안 점검 등을 위해 필요한 범위 내에서 사전예고 없이 검사에 착수한다.

대주주나 경영진의 위법행위 역시 엄중 처벌할 방침인데, 과징금이나 과태료를 엄격히 부과하고 업무정지, 영업점 폐쇄 등의 조치도 적극 활용할 계획이다.

또 개별 금융사의 위법행위가 회사 구조적인 문제일 경우에도 기관이나 경영진에 책임을 부과한다. 일선 직원의 위법행위 적발 시 문답서나 확인서 등을 활용해 대주주나 경영진의 책임을 보다 적극적으로 규명하기로 했다.

◆건전성 등 일반 검사는 금융사 자율 대폭 늘려

금감원은 건전성 등 일반 검사의 경우 금융사의 자율을 대폭 보장하고 검사 기간도 최대한 단축하기로 했다.

우선 등록 심사 등 각종 인허가 기간을 최대한 단축한다. 이를 위해 심사 담당자가 직접 서류를 접수하는 대신 독립된 부서가 접수·관리토록 한다. 금융사에게 검사자료 요구를 최소화하는 등 검사자료 요구에 관한 기본원칙도 마련해 수검부담을 완화하기로 했다. 한국은행, 예금보험공사와의 공동검사 시에도 검사자료 목록 및 내용을 공유해 중복요구를 줄인다.

또 매년 초 금융권역별로 중점검사사항을 포함한 검사업무 운영방향 및 검사휴지기를 발표해 금융사의 검사 예측 가능성을 높인다.

검사 결과 문제가 발생했을 경우, 경미한 위반사항은 현장 조치하고 견책 이하 등의 가벼운 제재를 제재심의위원회 심사대상에서 제외토록 할 계획이다.

제재심 과정에서서 권익보호관 제도도 도입한다. 권익보호관은 금융회사 등의 소명을 듣고 타당성을 검토한 뒤 제재심의위원회에 배석한다. 권익보호관은 위원회 과정에서 금융사의 입장을 대변하고 진술하게 된다.

또 제재대상자의 방어권을 충분히 보장하기 위해 대심제를 전면 실시한다. 대심제는 제재대상자와 검사부서가 동석한 가운제 제재심의위원이 질의해 답변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직권재심제도도 운영해 제재 당사자가 제재가 부당하다고 판단할 경우 감독자와 보조자에 대한 재심을 적극 시행토록 한다.

고동원 혁신TF 위원장은 “혁신방안에 따라 금융사의 과도한 업무부담은 완화하되 지배구조와 내부통제의 실질적 개선을 유도할 것”이라며 “금감원의 대국민 신뢰 회복 계기로 삼고 공정한 금융질서 회복과 국민을 위한 금융 역할을 제고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