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선, 고백할 것이 있다. 부끄럽지만 이 글은 투자기보다는 ‘투기기’에 가깝다. 기자는 지난 3월 즈음 이더리움 가격이 3만원대일 때 지인을 통해 가상화폐 투자에 대해 처음 알게 됐다. 재테크라고는 적금이 전부였던 ‘안전 제일주의자’에게 가상화폐는 말도 안되는 위험한 도박이었고, 지인에게는 그만두라는 말만 되풀이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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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이더리움 가격은 폭등하기 시작했고, 어느 새 10배 가까이 뛰었다. 그 즈음 언론에서도 가상화폐를 언급하기 시작했고, 주변에서도 가상화폐 투자를 시작했다는 얘기가 속속들이 들려왔다. 그제서야 기자는 조급해졌다. 내가 너무 우물안 개구리였던 걸까 하는 후회가 밀려왔다. 그리고 결국 소액으로 이더리움 투자에 뛰어들었다.

당시 이더리움 가격은 20만원대 후반. 그 때부터 초 단위로 몇 번씩 가상화폐 거래소를 들여다봤다. 며칠 새 이더리움 가격이 10만원 넘게 떨어지자 초조해지기 시작했다. 그렇게 한 달여가 지났을 무렵 이더리움 가격이 또 다시 오르기 시작했고, 단숨에 40만원대 중후반까지 뛰었다. 가슴이 설렜다. 내가 이렇게도 돈을 버는구나 싶었다.

이 때 인간의 고질병인 ‘욕심’이 모습을 드러냈다. 이왕 이렇게 된 거 조금 더 기다려 보자 하는 마음에 50만원에 매도를 걸어놨지만, 최고 48만원선까지 오른 이더리움은 곧바로 힘을 잃고 미끄러지기 시작했다. 30만원대 초반까지 내렸을 때는 정말 손절매해야 하나 고민도 했지만, 쉽사리 미련을 버리지 못했고, 결국 이더리움은 10만원대 후반까지 곤두박질쳤다.

완전한 실패였다. 실패한 이더리움 2개는 그냥 공부한 셈치고 묻어두기로 했다. 그렇게 평온을 되찾아 가던 기자에게 2차 폭풍이 몰아치기 시작한 것은 지난 11월, 가상화폐 대장화폐인 비트코인의 급등세와 함께 이더리움 가격이 움직이기 시작하면서였다.

이번에는 정말 놓쳐서는 안되겠다는 생각에 이더리움 가격이 40만원까지 오르자마자 모두 팔아치웠다. 그리고 이제 정말 가상화폐에서 손을 떼겠다고 다짐하고 거래소에 접속 조차 하지 않았다.

그러나 비트코인 시세가 엄청난 속도로 급등했던 지난주, 단 이틀만에 투자금의 50% 수익을 거뒀다는 지인의 얘기에 또 다시 욕심이 꿈틀대기 시작했다. 회사에서도, 카페를 가도, 지하철을 타도 비트코인 얘기가 들렸다.

어느 새 기자는 비트코인 구매 버튼을 클릭하고 있었다. 비트코인이 1900만원대에 이르자 마지막 열차라도 타자는 마음에 급히 극소량의 비트코인을 구매했다. 50만원대 초반에서 조금씩 오름세를 보이는 이더리움에도 소량을 투자했다. 이후 비트코인 가격은 반나절 만에 2400만원대까지 치솟았고, 이더리움도 60만원대까지 올랐다.

그러나 이번에도 역시 욕심이 문제였다. 아직 덜 오른 것 같은 이더리움이 눈에 밟혔다. 이더리움이 조금 더 오르면 완전히 털고 나오자는 생각에 조금 더, 조금 더 하면서 매도를 미뤘다.

결과는 대실패였다. 정부의 규제 소식이 전해지자 비트코인의 힘이 빠지면서 이더리움도 급락하기 시작했다. 10일 오후 6시 현재 비트코인은 고점 대비 1000만원 가까이 떨어진 1500만원대에서 거래 중이고, 이더리움 가격도 40만원대 후반에서 움직이고 있다.

기자는 코인의 가격이 투자 원금에 최대한 가까이 회복됐을 때 털어냈다. 다시는 경험하고 싶지 않은 아찔함이다. 모든 일이 그렇듯 과한 욕심은 화를 부른다. 때가 오면 적당한 선에서 욕심을 버릴 줄 아는 결단력도 투자자에게 꼭 필요한 덕목이라는 것을 뼈저리게 느끼는 요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