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성미자(中性微子) 연구는 이미 네 차례나 노벨상을 배출했지만 아직도 진행형이다. 세계 각국은 앞다퉈 대규모 차세대 중성미자 검출 시설을 짓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일본의 하이퍼 가미오칸데이다. 현재 수퍼 가미오칸데에는 높이 41m 수조(水槽)에 물 5만톤이 담겨 있고 그 안에 중성미자 검출기 1만여 개가 들어있다. 하이퍼가미오칸데는 76m 높이에 물 26만t과 검출기 4만개를 갖출 계획이다. 일본 정부는 최근 하이퍼가미오칸데 계획에 대한 약 5500억원의 예산 지원을 확정했다. 나카하타 마사유키 가미오칸데 소장은 "하이퍼 가미오칸데 시설은 전 세계 연구자들이 모두 이용할 수 있고 연구 결과도 공유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이퍼 가미오칸데는 일본 양성자가속기(J-PARC)에서 쏜 중성미자를 가까운 곳과 먼 곳 두 군데에서 검출할 계획이다. 한일(韓日) 과학자들은 그중 한 검출기를 한국에 두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김수봉 서울대 물리천문학부 교수는 "J-PARC에서 1300㎞ 떨어진 경북 보현산과 대구 비슬산 중 한 곳에 한국중성미자관측소(KNO· Korean Neutrino Observatory)를 두는 계획을 추진 중"이라고 말했다.

이미 암반 조사에서 지하 연구 시설을 짓는 데 문제가 없다는 결론이 나왔다. 일본은 산에 유해 중금속이 많지만 한국에는 그런 문제가 없어 공사비도 일본의 3분의 2면 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KNO 건설과 운영에는 2500억원 정도 예산이 필요할 것으로 추정된다. 과학자들은 지난달 26일 경북대에서 두 번째 KNO 워크숍을 열고 70여 과학자들로부터 지지 서명을 받았다. 김수봉 교수는 "고시바 교수는 노벨상을 받을 때 '중성미자 천문학의 시대가 왔다'고 했다"며 "KNO는 지구에서 가장 큰 중성미자 망원경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중성미자 검출 장치가 땅속의 우주망원경이 돼 이제껏 알지 못하던 우주 현상을 밝혀낼 수 있다는 말이다.

기초과학연구원(IBS) 지하 실험 연구단은 강원도 정선군 철광산 지하 1100m에 중성미자의 질량을 확인할 '우주 입자 연구 시설'을 구축할 계획이다. 2019년 완공이 목표다. 현재 양양 양수발전소 지하에 있는 실험실보다 중성미자 검출의 정밀도가 크게 높아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미국은 DUNE(심층 지하 중성미자 실험 장치) 건설을 시작했다. 일리노이주의 페르미랩에서 만든 고에너지 중성미자를 1300㎞ 떨어진 사우스다코타주의 스탠퍼드랩에서 수천t의 액체 아르곤으로 검출하는 시설이다. 일본과 마찬가지로 중성미자-반중성미자 불균형 문제를 추적한다.

중국과 인도도 중성미자 연구에 뛰어들었다. 중국은 2020년 가동을 목표로 JUNO(장먼 지하 중성미자 관측소)를 짓고 있다. 인도는 국가 최대 기초과학 연구 시설이 될 INO(인도 중성미자 관측소)를 준비하고 있다. 두 나라는 원전에서 나오는 중성미자를 근거리와 원거리에서 각각 검출해 중간에 어떤 형태로 변하는지를 추적할 계획이다. 이를 통래 중성미자의 질량을 더욱 정밀하게 알아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