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가 ‘주거복지로드맵’을 통해 공공택지 개발 계획을 내놓으면서 부동산 업계의 기대가 커졌다. 택지 개발 과정에서 나오는 개발이익을 취할 기회가 10여년 만에 찾아왔다는 것인데, 이미 발 빠른 사업가와 투자자들은 돈 벌 기회를 찾아 나섰다.

하지만 수도권 일대 택지의 경우 땅값 움직임에 민감한 곳이라 자칫 대규모 택지개발 계획이 수도권 일대 부동산 가격을 들썩이게 하는 불안 요인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국토교통부는 지난달 29일 서울 주변 그린벨트를 풀어 성남 금토·복정, 의왕 월암, 구리 갈매 역세권, 남양주 진접2, 부천 원종·괴안 등 40여개 공공주택지구를 신규로 조성해 16만가구 규모의 택지를 추가 확보하겠다고 밝혔다. 2017년 말 현재 택지지구로 지정돼 한국토지주택공사(LH)나 지방공사가 2018년 이후 공급할 수 있는 공공택지 주택공급 물량은 전국에 걸쳐 총 77만가구다.

정부가 그린벨트를 해제하겠다고 밝힌 경기 성남시 금토동 일대.

◆업계 “10년 만에 돈 벌 기회 왔다”

업계는 문재인 정부가 신규 택지를 공급하겠다고 밝힌 건 노무현 정부 당시 수요 억제책을 쓰다 시장 열기가 잡히지 않자 임기 4년차인 2006년 11월 신도시 등 공공택지 조기 촉진을 발표하며 택지 공급책을 꺼내 든 것과 비슷하다고 보고 있다. 당시 공급 부족을 외면하다 집값이 폭등했듯 이번에도 서울 주변 지역을 중심으로 이런 현상이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고 해석하는 것이다.

택지 개발은 지구 지정부터 조성까지 5년 이상의 시간이 걸리고, 실제 입주까지 이뤄지려면 10년 가까이 걸린다. 택지공급의 경우 집값을 안정시키겠다는 정부 의지를 시장에 전할 수는 있지만, 실제 공급효과가 나타나려면 적지 않은 시간이 걸린다는 말이다. 정부가 2022년까지 공적주택 100만가구를 공급한다고 했지만, 이 때문에 투자 열기가 꺼지지는 않을 것으로 시장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택지 개발이 이뤄지면 투자 수요가 몰리면서 건설 부동산 업체들은 사업 기회가 늘어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번 택지 개발 계획이 2006년 이후 10여년 만에 막대한 이익을 거둘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다고 보는 시각도 있다.

빌라(다세대주택) 공급을 주로 하는 한 시행사 대표는 “그동안 정부 주도로 택지 개발이 이뤄지면 항상 업계에서는 막대한 이득을 본 사람들이 나왔다”며 “수도권 2기 신도시 건설 이후 약 10여년 만에 이뤄지는 대규모 신규 택지 공급인 만큼 업계 관계자들은 하늘이 준 기회라고 말할 정도로 들떠있다”고 말했다.

◆ 사업기회 늘고 투자자 몰려…개발이익 사유화 우려도

택지개발 사업이 시작되면 용지 취득 과정에서 토지 수용이 시작되고 막대한 보상금은 주변 지역에 풀리게 돼 부동산 시장으로 다시 흘러들 가능성이 크다. 대규모 아파트 단지 공급으로 주변에는 다세대주택과 상가 개발이 이뤄져 투자 기회를 찾는 수요도 몰린다. 부동산 개발업자들이 사업할 수 있는 기회 자체가 늘어나게 되는 셈이다.

실제로 항상 대규모 택지 개발에선 시행사와 시공사, 분양대행사, 발 빠른 투자자 등이 이득을 봐왔다. 개발 전부터 재개발이나 택지개발사업에서 원주민에게 주는 입주권을 말하는 이른바 ‘딱지’ 거래 등이 판을 치며 개발이익을 노리는 투자자들이 몰렸다. 인천 송도국제도시에서 횡행했던 ‘조개 딱지(어민생활대책용지)’ 거래도 그런 사례다.

특히 성남 등 서울과 가깝고 기존 인프라가 좋은 지역에서는 이런 현상이 더욱 두드러지게 나타날 수밖에 없다. 입주 이후에는 개발이익이 사유화하는 우려도 있다. 실제로 이명박 정권 당시 추진한 보금자리주택의 경우 분양가보다 집값이 수억원이 오르면서 이른바 ‘로또 아파트’가 돼 서민 주거복지라는 애초 취지가 무너졌다.

상가 분양을 전문으로 하는 분양마케팅 업체 한 관계자는 “내년 분양이 시작되는 과천 지식정보타운부터 시작해 앞으로 택지 개발이 예정된 지역에 업계 관심이 쏠리고 있다”며 “택지공급이 집값 안정에 기여하기 보다 오히려 수도권 땅값을 부추기는 부작용을 걱정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