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신임 사장에 시사교양 PD 출신으로 MBC 노조위원장을 지낸 최승호(56) 뉴스타파 PD가 임명됐다. MBC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방문진)는 7일 이사회를 열어 세 명의 사장 후보에 대한 면접을 거친 뒤 최 PD를 사장으로 선임했다. 최 사장은 방문진 면접에서 "노사 공동 MBC 재건위원회를 만들어 객관적이고 합리적인 근거를 갖고서 과거의 잘못된 보도와 경영 활동에 대한 조사에 나설 것"이라며 대대적인 인적 청산 작업을 예고했다.

최승호 MBC 신임 사장은 이명박 정부 때인 2012년 파업에 참가했다가 해고된 후 '뉴스타파'란 대안 언론을 만들어 앵커 겸 PD로 활동했다. 2006년 PD수첩에서 황우석 박사의 줄기세포 조작을 추적하는 프로그램을 제작했고,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이명박·박근혜 정부의 방송 정책을 비판한 다큐멘터리 '공범자들'로 MBC 문제 해결을 위한 여론을 촉발시켰다.

MBC 사장에 선임된 최승호 뉴스타파 PD가 7일 오후 서울 여의도 방송문화진흥회에서 최종 면접을 끝내고 사무실을 나서고 있다.

방문진 이사회는 이완기 이사장을 비롯해 여권 이사들 5명만 참석해 만장일치로 최 사장을 선임했다. 야권 추천 이사 4명은 참석하지 않았다. 한 야권 이사는 "여권 이사들이 사실상 후보자를 정해놓고 진행하는 절차에 들러리가 되지 않겠다"고 했다. 방문진은 지난 1일 사장 후보 세 명에 대한 공개 정책 설명회에 이어 이날 면접까지 모두 공개했다. 최 사장의 임기는 김장겸 전(前) 사장의 잔여 임기인 2020년 3월까지다.

◇노조의 강력 지지받은 최 신임 사장

최 사장이 선임됨으로써 MBC가 이른바 노영(勞營) 방송이 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최 사장은 노무현 정부 시절인 지난 2003년 MBC 노조위원장을 지냈으며, 이번 선임 과정에서도 노조의 강력한 지지를 받았다. 방문진 이완기 이사장도 MBC 노조위원장 출신이다. 방문진 면접에서 최 사장은 "구성원들이 원하지 않는 사람을 사장이나 보도국장, 제작국장으로 내려보낸 것이 과거의 문제였다"면서 "(인적)청산 과정이 신속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MBC의 한 고위 관계자는 "과거 사례를 보면, 노조가 사실상 본부장 국장 인사를 다 하면서 회사 공식 라인을 무시하고 자기들 원하는 사람을 앉히면서 편성권까지 차지하려 할 것"이라고 했다. 장제원 자유한국당 수석대변인은 이날 구두 논평을 통해 "합법적으로 선출된 지 8개월밖에 안 된 사장을 끌어내리고 결국 노조를 등에 업은 최승호 신임 사장이 MBC 사장실을 점령했다"며 "최 사장 선임으로 공영방송 MBC가 완전한 노영 방송이 됐다"고 말했다.

MBC 주변에선 최 사장 체제에서 이명박·박근혜 정부 시절 주요 보직을 맡았던 인사들에 대한 징계가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최 사장은 이날 "개인의 이익을 위해 조직을 망치고 동료를 망친 구체적 근거가 있는 분들에 대해 조사를 할 것"이라고 했다. MBC 노조는 지난 정부 시절에 나온 방송에 대한 조사를 위해 이명박·박근혜 정부 시절 MBC 방송 내용과 경영에 대한 백서(白書) 제작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MBC의 한 관계자는 "이미 노조가 과거 정부에 편파적인 방송을 한 제작진들을 불러서 제작 배경 등에 대해 묻고 있다"고 말했다.

과거 MBC 노조가 170일 이상 장기 파업을 벌이는 동안 방송을 내보내기 위해 경영진이 채용한 경력직 기자와 PD들에 대한 처리도 진행될 예정이다. 2012년 이후 MBC에는 100여 명의 경력직 기자들이 채용된 것으로 알려졌다. 최 사장은 "이들이 뉴스를 만드는 과정에 불공정 보도라든지 비윤리적인 사례들이 있었다"면서 "이런 부분에 대한 치밀한 조사와 함께 채용 과정에 대해서도 들여다볼 예정"이라고 말했다.

◇시청률 높이려 시사 보도 강화 방침

최 사장은 MBC 시청률을 높이기 위해 시사 보도 프로그램을 강화할 뜻을 내비쳤다. 최 사장은 이날 면접에서 "MBC의 콘텐츠를 살리는 것은 뉴스 시사 프로그램의 신뢰를 되찾는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이에 대해 한 방송 전문가는 "이미 지상파 방송에서 케이블TV·인터넷 방송 중심으로 시청 행태가 바뀐 시청자층을 끌어안는 대안으로는 부족해 보인다"며 "그가 몸담았던 고발 전문 방송 뉴스타파를 보는 시청자층과 지상파 시청자층이 다른 상황에서 이상적인 생각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최 사장은 취임 첫 일정으로 8일 오전 출근과 동시에 이용마 기자 등 MBC 해직자 6명에 대한 복직을 결정하는 노사 공동 선언을 발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