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금융ICT융합학회가 정부와 금융당국의 비트코인 등 가상화폐 규제강화에 대해 ‘단기적인 비전’이라며 우려를 나타냈다. 단기적인 비전으로 가상화폐를 규제하는 것은 생각하지 않는(무사고) 금융의 전형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정부가 대표적인 가상화폐인 비트코인의 선물거래를 전면 금지하는 등 규제를 강화하고 있는데 대한 업계와 전문가들의 반발이 거세지고 있는 셈이다.

사진 = 블룸버그

학회는 7일 서울 명동 은행회관에서 좌담회를 갖고 이같은 입장을 밝혔다.

이군희 서강대 교수는 “우리나라의 안정적인 금융시장을 위해 금융당국의 강한 규제는 충분히 이해가 가지만, 단기적인 비전을 가지고 ‘사고없는 금융’만을 추구하는 단순한 정책으로 금융산업의 미래발전을 막을 수 있다는 부작용 측면을 고려해야한다”고 했다.

그는 “다른 선진국들이 제시하고 있는 다양한 금융정책에 걸맞은 장기적 비전을 갖는 금융정책이 제시되는 것이 필요”하다고 했다.

이 교수는 정부의 일방적 금지 정책보다는 보다 구체적인 제도적 정비 필요하다며 ▲국내 규율 ▲국제 규율 ▲과세형평의 기본원칙에 따른 세금 부과 등 3가지 방안을 제시했다.

이 교수가 제시한 국내 규율은 투자자 보호, 고객정보 유출사고 방지에 대한 체계, 업권의 자율규제 등이 포함됐다.

국제 규율은 자금세탁방지(AML), 고객확인(CDD), 고객알기(KYC), 테러자금방지(CTF) 등이다. 또 과세형평의 기본원칙에 따른 세금 부과는 과도한 투기 방지를 위한 자본 이득세를 도입해야 한다는 내용이다.

인호 고려대 교수도 “규제에 앞서 정보의 비대칭성 해소 및 접근성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그는 “국민들이 어느 가상화폐가 진짜이고 가짜인지 구별할 수 있도록 분석·평가 보고서 및 교육을 제공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차라리 믿을 수 있는 제도권 금융권이 가상화폐 거래를 할 수 있게 해서 시스템의 안전성 및 접근성을 제고하고 사기를 방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유럽연합(EU)의 불간섭주의 원칙하에 문제되는 부분은 업계 자율 규제 속에서 우선 해결하고 학계 등 민관 합동으로 정교한 리서치 후에 정부의 네거티브 규제 원칙의 규제안을 도출해야 한다”고 했다.

하태형 전 현대경제연구원장도 “미국에서 선물 거래를 허용하고 제도권으로 인정하겠다고 하는데 우리는 가상화폐를 상품으로도 인정할 수 없다고 한다”며 “국내에서는 현물 거래는 할 수 있고 선물 거래는 못하게 해 헤지의 수단을 막아버려 완전히 절름발이로 만들겠다는 정책”이라고 했다.

오정근 건국대 교수(ICT금융융합학회장)도 “가상화폐는 실체는 존재하는데 실체를 부정하기 때문에 지금과 같은 문제가 생겼다”며 “필요한 규제를 전혀 하지 않다가 갑자기 모든 것을 규제하려고 하는 정부의 방향은 좌시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했다.

오 교수는 미래학자 앨빈토플러의 저서를 인용해 “기업은 시속 100마일, 관료는 25마일, 정치인들은 시속 3마일로 달리는데 (관료와 정치인들이) 앞서가는 사람들을 발목잡는 것이 국가의 발전에 저해가 된다”고 비판했다.

앞서 지난 5일 정부와 금융당국은 비트코인 선물의 국내 거래를 금지하기로 결정했다. 금융위원회는 비트코인을 포함한 암호화폐(가상화폐)를 파생상품의 기초자산으로 인정할 수 없다는 내용의 유권해석을 금융투자협회를 통해 증권사에 전했다.

이에 따라 증권사들이 오는 18일 비트코인 선물의 시카고상품거래소(CME) 상장을 앞두고 투자자 유치를 위해 계획했던 세미나는 모두 취소됐다.

김용범 금융위 부위원장은 최근 "정부는 가상통화의 가치를 보장하지 않으며 가상통화를 금융업으로 포섭해서 금융회사와 같은 공신력을 보장해선 안 된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