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이 금과 같은 안전자산이 되려면 10년은 있어야 합니다. 블록체인도 ‘인터넷 버블’과 같은 거품이 있습니다. 거품이 꺼지고 나면, 알짜 기술을 가진 업체들이 살아남아 혁신을 주도할 것입니다.”

제드 맥케일럽 스텔라 CTO

제드 맥케일럽(Jed McCaleb) 스텔라 재단(stellar.org) 최고기술책임자(CTO)는 6일 조선비즈와의 인터뷰에서 "전 세계 저소득층과 소외 계층도 손쉽게 쓸 수 있는 새 블록체인 프로토콜을 만들고 있다"면서 "가상 화폐와 블록체인 기술에 대한 과잉 투자와 지나친 기대는 우려되지만, 인터넷과 같은 혁신을 가져올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맥케일럽 CTO는 개인 간(P2P) 파일 공유 시스템 ‘이 동키(eDonkey)’를 만들었고, 세계에서 4번째로 큰 가상화폐인 리플(Ripple)도 만들었다.

2014년 설립된 비영리 단체 스텔라 재단이 만드는 스텔라 결제 네트워크 플랫폼은 빠른 속도의 전송과 신뢰성, 매우 적은 수수료가 장점이다. 최근 스텔라 재단은 IBM과 클릭Ex(KlickEx)와 제휴를 맺고 거래 비용과 속도를 획기적으로 낮춘 블록체인 기반의 국제 거래 솔루션을 공동 개발하기로 했다.

스텔라 재단은 스텔라 결제 네트워크 플랫폼을 내년부터 상용화하기 위해 각국 정부와 주요 은행들과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 블록체인 기술을 이용하면 금융 기관 없이도 해외 송금이 가능해 송금 수수료가 대폭 낮아진다.

맥케일럽 CTO는 “단돈 1달러라도 누구나 쉽고 수수료 걱정 없이 해외 송금할 수 있도록 결제 플랫폼을 만드는 것이 목표"이라고 말했다.

그는 “해외 송금의 문지기(gate keeper)인 기존 금융 기관의 이득이 줄면 소비자의 부담도 줄기 때문에 블록체인 기반 거래가 부의 재분배에도 기여 한다”며 “블록체인 기반으로 해외 송금이나 금융 거래가 늘어나면 금융기관은 물론 각국 정부도 큰 변화를 겪을 것"이라고 말했다.

맥케일럽 CTO는 비트코인 등 많은 가상화폐가 아직 완전하게 안전한 자산은 아니며 현재의 투기 열풍은 적지 않은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한국에서도 가상화폐 투자 광풍이 일고 있는데 투자자 대부분이 기술에 대한 이해없이 시장에 뛰어들었다”며 “투자가치는 있지만 가격 상승세가 지속가능한 상황은 아니며 가격이 하락할 때 충격이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그는 “비트코인의 활용 범위가 아직 넓지 않다"면서 “비트코인 시스템이 최소 10년은 유지돼야 비트코인이 금과 같은 안전자산으로 평가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맥케일럽 CTO는 블록체인 기술도 냉정하게 평가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현 단계의 블록체인 기술 수준보다 기대치가 너무 높은 것이 문제”라면서 “인터넷 버블처럼 거품이 있다”고 평가했다. 다만, 그는 이런 거품 과정을 거쳐 엄청난 혁신이 나타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현재 블록체인 기술은 진화 중”이라면서 “어떤 사람과 기관은 돈을 벌고 다른 사람과 기관을 돈을 잃을 것이지만, 버블 붕괴 이후에도 살아남는 알짜 기업이 혁신을 주도할 것"이라고 말했다.

가상화폐 투자 열풍이 뜨겁다보니, 그도 어떤 화폐가 가치가 있고 가격이 상승하냐는 질문을 자주 받는다.

그는 “특정 가상화폐가 컴퓨터 공학적으로 완벽한지 아닌지는 확정적으로 이야기하기는 힘들다"면서 “설령 잘 만든 화폐라고 하더라도 사업 이치에 맞지 않아 실패할 수도 있어 특정 화폐의 가치를 점친다는 것은 어렵다”고 말했다.

블록체인과 가상 화폐가 마약이나 무기 밀거래, 돈 세탁에 많이 쓰인다는 점에 대해 그는 “부정적인 측면이 있더라도 거대한 변화의 방향은 분명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기술이 부정적으로 사용되기도 하지만, 거래 내역이 원장에 남는 블록체인 특징 때문에 수사기관이 범행을 추적하기가 쉬울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맥케일럽 CTO는 “아마존과 같은 인터넷 서점이 생겼다고 해서 오프라인 서점이 완전히 사라지지 않듯이 가상 화폐가 범람하더라도 법정 화폐는 제 역할을 찾아 유지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사용자의 주체성과 편의성을 높이는 화폐 민주화라는 관점에서 블록체인을 이해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