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중공업(010140)이 올해와 내년에 총 7300억원의 영업손실이 예상된다며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내년에 1조5000억원의 유상증자를 한다고 6일 밝혔다. 한 해가 마무리되기도 전에 대규모 손실이 날 것이라고 밝힌 것은 대단히 이례적이다. 이 때문에 2013년부터 삼성중공업을 이끌어온 박대영 사장을 포함한 경영진이 연말 인사에서 대거 교체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삼성중공업은 이날 올해 매출 7조9000억원, 영업손실 4900억원이 예상된다고 밝혔다. 3분기까지 약 700억원의 누적 영업이익을 기록했는데, 4분기에 5600억원의 적자를 예상한 것이다. 또 내년도 매출은 5조1000억원, 영업손실은 2400억원으로 예상했다.

삼성중공업 거제조선소 전경

◆ “예상 가능한 손실 모두 반영…자금난 가능성에 대비”

삼성중공업은 올해와 내년에 대규모 영업손실을 예상한 것에 대해 “예상 가능한 손실을 모두 반영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회사 관계자는 “매출감소와 고정비 부담 등의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연초부터 인력 효율화 등 구조조정을 지속적으로 추진해왔지만, 수주 시점이 지연되면서 내년 조업 가능 물량이 감소했고 구조조정 실적도 당초 목표에 미달했다”고 말했다.

삼성중공업은 고정비 상승으로 진행 중인 공사들의 원가가 총 2800억원 늘고 올해 수주한 상선에서 1100억원의 적자가 예상된다고 밝혔다. 또 발주처와 문제를 빚고 있는 시추선의 공정가치가 900억원 하락하고 인력 구조조정에 따른 위로금 지급 600억원, 원자재 가격 상승분 400억원을 반영했다고 밝혔다.

지난해 삼성중공업은 총 5억달러 규모의 선박을 수주했다. 이는 당초 목표치(53억달러)의 10%에도 미치지 못하는 양이다. 올해의 경우 수주 목표를 초과해 67억달러어치를 수주했지만, ‘수주절벽’ 여파로 수주잔량은 10월말 기준 72척, 약 206억 달러다. 이는 1년에서 1년반 정도의 일감이다.

이런 상황에서 내년에 만기가 도래하는 회사채는 6000억원에 이른다. 2월 만기도래만 5000억원이다. 한국기업평가는 삼성중공업의 신용등급을 ‘BBB+’로, 나이스신용평가가 ‘A-’로 제시하고 있는데 두 회사 모두 신용등급 전망은 ‘부정적’으로 제시했다.

박무현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삼성중공업은 선박 수주가 경쟁사보다 늦게 이뤄져 현금이 부족해진 것으로 보인다”며 “삼성중공업이 해양플랜트에서는 강점이 있지만, 일반선박의 경쟁력은 더 끌어올려야 한다”며 말했다. 정동익 KB증권 연구원은 “삼성중공업은 내년에 총 1조6000억원 규모의 차입금 만기가 도래한다. 현재 금융기관이 조선업에 대한 대출 심사를 강화하는 분위기라 선제적으로 자금을 마련하는 것 같다”고 했다.

박대영 삼성중공업 사장

◆ 박대영 사장 교체 전 ‘선제적 빅 배스’ 해석도

일각에서는 삼성중공업이 실적발표 시기도 아닌 상황에서 수천억원의 영업적자를 자발적으로 공시한 것에 대해 “박대영 사장이 퇴진하기 전에 회사 손실을 미리 공개하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사장 교체 전후에 이뤄지는 ‘빅 배스(big bath)’ 성격이 강하다는 것이다. 빅 배스는 지난 부실을 한 회계연도에 한꺼번에 반영하는 것을 의미한다.

박대영 사장 교체 가능성은 이전부터 제기돼 왔다. 삼성중공업의 실적이 그동안 좋지 않았고, 최근 삼성 내에서 ‘60대 사장 퇴진’ 분위기가 형성됐기 때문이다. 올해 삼성전자(005930)등 삼성그룹 계열사들은 60대 사장들이 대부분 50대로 교체됐다.

이날 삼성중공업은 내년 1월 26일 열리는 임시 주주총회에서 3명의 신임 사내이사를 선임할 예정이라고 공시하면서 박 사장 교체 가능성은 더 커졌다. 사내이사 후보는 남준우 조선소장 부사장, 정해규 경영지원실장 전무, 김준철 해양PM 담당 전무다.

현재 삼성중공업의 이사회는 사내이사 3명과 사외이사 4명으로 이뤄졌는데 사내이사 수가 늘어나지 않는 한 3명의 사내이사가 새로 선임되면 현재의 사내이사 3명은 이사직에서 물러나야 한다. 현재 사내이사는 박 사장을 포함해 전태흥 경영지원실 부사장, 김효섭 조선소장 부사장 등 3명이다.

박 사장은 2013년부터 삼성중공업 사장을 맡고 있으며 2015년에 연임에 성공했다. 회사 관계자는 인사와 관련해 “아직 정해진 게 없다”고 했다.

◆ 조선업 전반으로 퍼진 우려감…현대重·대우조선 “현금흐름 괜찮다”

삼성중공업이 올해와 내년에 대규모 영업적자가 예상된다고 발표하자 시장에서는 조선업 전반에 대한 불안감이 다시 커지는 모습이다. 올해 초까지만해도 조선업황이 작년에 바닥을 찍고 회복할 것이란 기대감이 컸지만, 연말로 갈수록 발주가 줄고 선가지수가 제자리걸음을 하는 등 회복세가 약해진 모습이다.

현대중공업, 대우조선해양 등 다른 대형 조선사들은 자구계획안을 착실히 이행 중이고 수주잔량이 남아 있어 내년까지 현금흐름에 문제가 없다고 밝혔다.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일감 부족을 걱정하기는 마찬가지지만, 내년까지는 현금흐름이 버틸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자구계획안 3조5000억원을 초과 달성한 상황에서 하이투자증권 매각도 진행 중이라 추가 현금 유입이 예정돼 있다. 현재 부채비율도 역대 최저 수준인 86%로 내려와 감당할 수 있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대우조선해양 관계자도 “수주잔량이 아직 남아있어 내년 말까지 현금흐름은 문제가 없다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