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페거리에 세대교체 바람이 일고 있다.

개성 있는 카페들이 모여드는 신흥 카페거리가 생겨나고 있으며, 한때 카페거리로 유명했던 곳들은 과거 명맥과 특색을 잃어가고 있다.

◆ 공장지대의 변신…성수동 카페거리, 임대료 상승률 전국 1위

최근 카페거리 가운데 가장 뜨고 있는 곳은 성수동 일대다. 옛 공장지대였던 곳에 개성 있는 카페들이 들어서며 찾는 발길도 크게 늘었다.

평범한 공장지대였던 성수동 수제화거리가 개성 있는 카페거리로 바뀌었다.

카페거리가 입소문을 타고 많은 사람이 찾으면서 주변에 기반 시설도 늘고 사무∙주거시설도 잇따라 새롭게 들어서며 카페거리 상권도 확장하고 있다. 서울 지하철 2호선 성수역 인근에서 시작된 성수역 카페거리는 지하철 2호선 뚝섬역과 서울숲을 잇는 골목 곳곳을 채웠다.

성수동 S공인 관계자는 “성수역과 서울숲 인근에 공장·창고 등을 개조한 카페들이 골목마다 들어서면서 동네 분위기가 달라졌다”며 “고층 아파트와 지식산업센터, 사회적 기업 등이 상권 수요를 뒷받침하고 있다”고 말했다.

임대료와 상권 주변 땅값도 상승세다. 한국감정원 등에 따르면 성수동 카페거리의 소규모 상가 임대료는 올해 상반기에 평균 4.18% 올랐다. 같은 기간 전국에서 가장 높다.

성수동 D공인 관계자는 “얼마 전만 하더라도 3.3㎡당 2000~3000만원이던 땅이 지금은 5000만원대로 거래되고 있다”며 “대로변은 호가가 3.3㎡당 7000만원까지 올랐다”고 말했다.

◆ 먹자골목으로 바뀐 카페거리

서울 서초구 방배동 ‘방배 카페골목’ 초입. 카페골목은 특색없는 먹자골목으로 바뀌었다.

과거 카페골목의 명성을 잃고 있는 곳도 많아졌다.

서초구 방배동 카페골목이 그런 사례. 예전에는 개성 있고 독특한 분위기를 뽐내던 카페들이 많았지만 지금은 많이 달라졌다. 중심 거리를 한때 꽉 채웠던 카페는 대부분 사라졌고, 그나마 있는 일부 카페는 모두 대형 프랜차이즈 매장으로 특색이 없다. 커피집은 대부분 식당으로 바뀌었다.

방배동 현대공인 차만갑 대표 “방배 카페골목은 과거 개성 있는 카페가 많아 사람이 가장 많이 몰린 상권 중 하나였다”며 “하지만 다른 대체 상권이 많이 생기며 외부 사람들의 발길이 줄자 동네 먹자골목 상권으로 바뀌게 됐다”고 말했다.

성남 분당 백현 카페거리와 정자 카페거리도 마찬가지. 성남 판교가 좋아지면서 2010년대 초반까지 전성기를 누렸던 이들 거리는 주변 대형 백화점 입점과 임대료 상승으로 지금은 많은 업소들이 문을 닫고 떠났다.

카페거리의 몰락은 서울 인사동과 삼청동에서도 감지된다. 국내·외 관광객을 가리지 않고 찾는 이가 많았던 인사·삼청동 카페골목은 외국인 관광객 감소와 서촌·익선동 등 인근 상권들과의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방문객 발길이 많이 줄었다.

◆ "특색 있어야 살아남아"

카페거리가 유행하며 전성기를 누렸던 2~3년 전까지만 해도 서울·수도권 카페거리는 어림잡아 50곳이 넘었다.

서울 성동구 성수동 ‘대림창고’와 ‘카페 어니언’ 내부. 특색있는 인테리어로 방문객들이 즐겨 찾고 있다.

서울에선 마포구 합정·서교·상수동, 종로구 삼청·부암·통의동, 송파구 석촌호수, 성동구 성수·서울숲 등이 생겼고, 경기 성남·광교·동탄·죽전·파주·김포 등에도 30여곳의 카페거리가 유행처럼 번졌다. 하지만 다양한 골목상권이 발달하면서 경쟁이 심화했고, 발달한 상권은 자연스레 임대료가 오르면서 카페거리 특유의 분위기가 죽는 곳들도 늘었다.

선종필 상가뉴스레이다 대표는 “맛있는 커피와 예쁜 인테리어만으로 손님을 이끌던 예전 카페와 달리 요즘에는 다른 곳에서는 느낄 수 없는 차별요소가 있어야 사람이 몰린다”며 “예컨대 성수동 카페거리의 경우 다른 곳에서 느낄 수 없는 독특한 공업지대 분위기 덕분에 상권이 활기를 누리고 있지만, 그렇지 않은 곳은 경쟁력을 잃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