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상원 은행위원회가 5일(현지시간) 제롬 파월(64·사진) 연방준비제도(연준) 의장 지명자에 대한 인준안을 통과시켰다. 상원 전체회의 표결 절차만 거치면 파월 지명자는 내년 2월 재닛 옐런 의장의 뒤를 이어 연준을 이끌게 된다.

연준의 각종 결정이 세계 자본시장에 크고작은 영향을 끼치는 만큼 사령탑의 성향을 미리 파악해둘 필요가 있겠다. 전문가들은 파월 지명자에 대해 “강력한 금융규제의 필요성을 강조해온 옐런과 달리 파월은 규제 완화에 방점을 둔 인물”이라고 평가한다.

파월 지명자는 지난달 28일 열린 인준청문회에서 “소형 은행들의 부담을 덜어주는 방향으로 규제를 조정해야 한다”고 말한 바 있다. 조병현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연준 의장 교체는 규제 완화를 위한 포석이라는 관점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분석했다.

그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연준을 비롯한 주요 금융기구 고위직 중 규제 완화에 반대 목소리를 내던 인물 대부분을 물러나게 했다. 최근 리처드 코드레이 초대 금융소비자보호국(CFPB) 국장 대신 ‘CFPB 무용론’을 주장하던 강경 보수파 믹 멀버니를 국장에 앉힌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연준은 이미 긴축에 돌입했고, 연준 의장에는 트럼프 행정부의 규제 완화 기조에 보조를 맞출 인물이 곧 선임된다. 세계 자본시장과 투자자들에게 어떤 변화의 바람이 불어오게 될까.

전문가들은 규제의 압박에서 자유로워질 금융기관이 시중 유동성을 움직이는 역할을 자연스레 넘겨받을 것이라고 전망한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미국에서 부채 부담은 정부가 안은 반면 금융권은 디레버리징(부채축소)을 지속해왔다. 금융권의 디레버리징은 수익성 악화와 같은 의미다.

조 연구원은 “금융권은 규제 완화시 수익성 회복을 위해 레버리지(차입)를 적극 활용할 의사가 충만할 것”이라며 “더구나 연준의 유동성 공급 결과 미국 은행들은 엄청난 규모의 유동성을 보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경우 시장은 위험자산으로의 적극적인 자산 배분과 기업 부문으로의 자금 공급 활성화 등을 기대할 수 있다. 또 글로벌 자본시장을 대표하는 미국 금융권이 위험자산에 대한 태도를 바꾸면 신흥국 증시의 디스카운트(할인) 완화도 기대해 볼 만하다. 국내 투자자에게도 호재가 아닐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