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조원 한국항공우주(047810)산업(KAI) 사장은 1일 “검찰이 KAI를 수사하며 밝힌 인사 채용 비리, 카드깡, 상품권깡은 개인일탈로 틀림없이 문제가 있었다”면서도 “회계분식 의혹은 조직적 부정도, 의도적인 것도 아니다"라고 말했다.

김 사장은 이날 경남 사천 KAI 본사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회계분식에 대해서는 전공자로서 할말이 많다. 금융당국에서도 우리 설명을 듣고 이해해 줄 것이라 믿는다”며 회계분식은 없었다고 거듭 강조했다.

KAI는 지난 7월 검찰의 압수수색 이후 방산·경영비리에 이어 분식회계 의혹을 받고 있다. 금융감독원은 현재 KAI의 분식회계 의혹에 대해 정밀감리를 진행 중이다. 금감원은 KAI의 감사인인 삼일회계법인에 대한 감리에도 착수했다.

김조원 KAI 사장이 1일 경남 사천 본사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기자들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김 사장은 지난 10월 취임했다. 그가 취임하기 전 하성용 전 대표가 방산비리 혐의로 구속 기소되면서 KAI 사장 자리는 공석 상태였다. 김 사장은 노무현 정부 시절 대통령 공직기강비서관과 감사원 사무총장을 지냈다. 이후 경남과학기술대 총장을 역임했고 건국대 석좌교수로 회계학 강의를 하기도 했다. 그는 취임 직후 KAI에 외부 위원 6명이 포함된 ‘경영혁신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하고 경영시스템 전반에 대한 개선 작업에 나섰다.

김 사장은 “2011년 한국채택국제회계기준(IFRS)이 도입되고 1999년 정부 주도의 구조조정으로 세 개의 회사(삼성항공·대우중공업·현대우주항공)가 모여 지금의 KAI가 만들어지면서 회계기준 정비가 잘 안된 측면이 있다”고 했다. 이어 “제로섬(zero-sum·한쪽이 득을 보면 반드시 다른 한쪽이 손해를 보는 상태)과 같지만, (수주기업 특성상) 원가와 매출을 집계하는 데 명쾌한 정답이 없어 해석의 다툼이 많다. 원가를 진행률에 따라 올해 집계할 것이냐 내년에 할 것인가의 문제”라며 “이 때문에 회사도 그동안 관행적으로 사용한 회계 기준이 1970~1980년대 방식이어서 국제기준을 보면 이상하다고 판단해 지난 8월 2013년부터 2016년도의 사업보고서를 수정 공시했다”고 말했다.

일반 제조기업과 다르게 방산·조선 등 수주기업의 회계는 확정 재무제표가 아닌 ‘추정’ 재무제표를 사용한다. 조선이나 방산업체는 제품을 만드는 데 몇 년씩 걸리기 때문에 건설업처럼 매출액을 사업 진행률에 따라 인식한다. 김 사장은 “이 부분에서 해석에 따라 의견이 다를 수 있다”고 했다.

그는 “회사가 부정한 방법으로 회계처리해서 투자자의 이익을 보호하지 않았거나, 않았을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할 때 금융당국이 제재하는 것”이라며 “주가·신용도·부채·현금흐름이 회복된 것은 KAI가 투자자에 위험을 미칠 행동을 했거나, 위험을 미칠 예정인 행동을 하지 않았다는 것을 보여준다. 금융당국에서 잘 판단해줄 것이라 믿는다”고 말했다.

김 사장은 “직원들의 지식 부족, 그동안의 관행으로 이뤄진 것을 놓고 마치 KAI가 대단한 분식을 한 회사로 봐서는 안된다”며 “KAI가 의도적으로 매출 원가를 조작했다면 미국 고등훈련기 교체(APT)사업 입찰에 참여하는 것은 물론 국내의 그 어떤 입찰에도 참여하지 못한다”고 말했다. KAI에 당장 중요한 경영현안은 APT사업 수주 성공인데, 입찰에 영향을 미치는 일을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18조원 규모의 APT사업은 미 공군의 노후화된 훈련기 350대를 교체하는 것으로 KAI는 미국 록히드마틴의 협력사로 입찰에 참여했다. 입찰 결과 발표 시기는 내년 여름쯤으로 연기됐다.

김 사장은 “APT 사업은 엄격히 말하면 록히드마틴의 사업이고 우리는 협력업체일 뿐”이라며 “미 보잉과 스웨덴 사브 컨소시엄 이탈리아 레오나르도·미 레오나르의 피 튀기는 경쟁이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록히드마틴과 협의해 경쟁사를 이길 수 있는 가격을 제시하는 것”이라며 “록히드마틴도 원가 절감을 계속 설득하고 있지만 경영혁신을 하더라도 최저임금 등으로 원가 절감에 한계가 있다”고 덧붙였다.

김 사장은 KAI의 경영상황이 내년 1월에는 안정화될 것이라고 봤다. 그는 내년도 사업계획에 대해 “민수 부문 매출을 1조원 이상으로 끌어올리고 전체 매출에서 60%를 차지하는 해외매출 비중은 70%로 끌어 올리고자 한다”며 “아르헨티나, 보츠와나에서 조만간 좋은 소식이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인도네시아와 필리핀의 추가 수주도 50% 이상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김 사장은 “다만, 아르헨티나도 우리 정부에서 장기 저리로 금융을 지원해주면 계약을 하겠다고 하고 있어 정부의 지원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KAI는 2030년 매출 20조원, 세계 5대 항공우주기업으로 성장하는 것을 목표로 세웠다. 미래 먹거리 사업인 국산 중형 민항기 독자 개발과, 현재 입찰에 참여한 항공정비사업(MRO)에 대한 기대감도 나타냈다. 김 사장은 “MRO사업 수주 결과는 늦어도 1월 발표될 것”이라며 “외국으로 빠져나가는 민간 항공기 정비, 항공 부품 사업을 국산화하려는 첫 시도로 항공산업이 국가 제조업의 큰 축으로 성장하는 역할을 할 것이다. 간접채용까지 감안하면 1만여명의 일자리 창출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는 “2021년에는 민항기 사업 타당성 검토를 본격적으로 시작하도록 하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