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1125억원, GS칼텍스 -170억원, SK네트웍스 -50억원….

올해 국내 주요 대기업들이 작년보다 기부금을 대폭 줄인 것으로 나타났다. 낼 여력이 없어서 줄인 것은 아니다. 500대 기업의 영업이익은 38%나 늘었지만,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 등을 겪으면서 “돈 쓰고도 잘못하면 괜한 오해를 살 수 있다”는 일종의 ‘학습효과’가 생긴 결과라는 분석이 나온다.

29일 기업 경영성과 평가사이트 CEO스코어가 국내 매출기준 500대 기업 중 기부금 내역을 공시한 257곳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올 1~3분기 이들 기업의 기부금 집행 규모는 작년보다 13.4% 줄어든 9788억원으로 집계됐다.

같은 기간 국내 500대 기업의 영업이익은 38.1% 늘었지만, 기부금은 오히려 줄어든 것이다.

삼성전자는 총 1705억원을 기부해 작년보다 1125억원(39.8%) 줄었고, 삼성생명 기부액은 지난해 247억3800만원에서 올해 1억4400만원으로 확 줄여 99.4%의 가장 큰 감소폭을 기록했다.

올 1~3분기 500대 기업 중 기부금 감소액 상위 20개사.

이 밖에도 삼성물산(-70.1%), 삼성화재(-80.1%), 삼성SDS(-98.3%) 등 주요 삼성계열사들이 지난해 대비 뚜렷한 감소세를 보였다. 삼성전자는 기부금을 1000억원 넘게 줄였지만, 여전히 전체 상장사 중 기부금 총액은 1위에 올랐다.

대기업 관계자는 “삼성과 SK 등이 미르재단과 K스포츠 재단 등에 기부금을 출연했다가 호되게 당했기 때문에 대부분의 기업이 기부금 집행에 조심스러운 것이 사실”이라며 “돈 쓰고도 좋은 소리 못 들을 바엔 안 쓰는 편이 낫다는 것이 경영진의 생각”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