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5일 천둥번개가 치는 궂은 날씨에도 서울 마포구 홍대 주차장 거리엔 이른 아침부터 사람들로 북적였다. 온라인 쇼핑몰 임블리의 첫 플래그십스토어 개장 행사에 참가하려는 사람들이었다. 이날 2000여명의 고객들이 매장을 방문했다.

매장에서 만난 대학생 이모 씨는 “임블리에서 옷을 종종 구매하는데 오늘 오프라인 매장을 연다고 해서 찾아왔다”며 “쇼핑도 하고 브랜드의 모델인 블리 언니(임지현 상무)도 직접 만나고 싶었다”고 말했다.

온라인 쇼핑몰 임블리가 지난 25일 첫 플래그십스토어 ‘블리네’를 개장했다. 문을 열기 전부터 고객들이 줄을 서 있다.

유명 온라인 쇼핑몰들이 체험형 오프라인 매장을 잇따라 내고 있다. 패션업체들이 온라인 유통을 강화하는 것과 반대되는 행보다. 온라인 쇼핑몰이 오프라인 채널을 강화하는 이유는 온·오프라인 유통의 경계가 무너지고 있기 때문이다.

김시은 임블리 마케팅팀 과장은 “요즘 소비자들은 옴니채널, 쇼루밍, 역쇼루밍, 모루밍(용어설명 참조) 등 다양한 형태로 쇼핑을 즐긴다”며 “고객들의 다양한 쇼핑 요구를 충족시키고, 더 가깝게 다가가기 위해 온라인은 물론 오프라인 유통을 강화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 스타일난다, 임블리…체험형 쇼핑 공간 확대

임블리는 홍익대학교 근처에 5층 규모의 플래그십스토어를 열었다. ‘블리네 집’을 콘셉트로, 매장 전체를 고급 아파트처럼 구성했다. 의류 브랜드 임블리와 화장품 브랜드 블리블리, 리빙 브랜드 블리홈, 카페 유올 등 자사 브랜드를 한 자리에 모아 다양한 라이프스타일을 경험하도록 했다. 브랜드의 이미지에 맞춰 인테리어도 아기자기하게 꾸몄다.

김시은 임블리 과장은 “고객들에게 더 나은 삶의 방식을 제안하는 라이프스타일 브랜드로서 다양한 면을 선보이고자 했다”고 말했다.

온라인 쇼핑몰 스타일난다도 홍대와 명동, 신사동 가로수길에 플래그십스토어를 운영하고 있다. 명동 매장은 호텔, 신사동 매장은 영화관 콘셉트로 꾸며 인증 사진을 찍어 SNS에 공유하기 좋아하는 젊은이들에게 인기를 끌고 있다.

영화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을 콘셉트로 개점한 스타일난다 명동 플래그십스토어.

온라인 쇼핑몰 난닝구는 오프라인 편집숍 네프호텔을 운영하고 있다. 호텔을 콘셉트로 해외에서 들여온 가구와 침구, 인테리어 소품 등을 선보였다. 트렌디한 이미지의 난닝구와 달리 고급스러운 라이프스타일을 제안하는 것이 특징이다. 이정민 난닝구 대표는 “네프호텔은 라이프스타일 브랜드로서 난닝구의 외연을 넓히기 위한 것”이라 설명했다.

◆ 쇼핑+카페 접목한 플래그십스토어로 다양한 고객 니즈 충족

온라인과 모바일 쇼핑이 유통의 대세로 떠오르고 있지만 오프라인 매장은 여전히 중요하다. 미국 시장 조사 업체 퍼스트인사이트는 최근 밀레니얼 세대(1980년대 초~1999년 출생자)가 베이비붐 세대(1955년~1963년 출생자)보다 오프라인 쇼핑을 더 선호한다는 연구 결과를 내놨다.

이 조사에 따르면 밀레니얼 세대의 71%가 제품 구매 전 두 번 이상 오프라인 매장을 방문했다. 반면 베이비붐 세대 중 60%가 오프라인 매장 방문 없이 온라인으로 바로 제품을 구매한다고 답했다. 이는 젊은 세대일수록 제품의 가치와 구매 경험에 더 비중을 둔다는 것을 의미한다.

난닝구가 운영하는 편집숍 네프호텔 잠실 롯데월드몰점.

해외 진출을 위해서도 플래그십스토어는 유용하다. 2012년 홍익대학교 근처에 첫 플래그십스토어를 연 스타일난다는 이듬해 홍콩을 시작으로 중국, 태국, 일본 등에 진출했다. 2004년 온라인 의류 쇼핑몰로 시작한 스타일난다는 의류와 화장품 판매를 통해 지난해 매출 1286억원을 거뒀다.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온라인 유통 공룡 아마존은 오프라인 서점 아마존북스를 냈고, 애플은 세계 주요 도시를 중심으로 플래그십스토어를 넓혀가고 있다”며 “오프라인 매장은 온라인에 없는 가치와 경험을 주는 유통의 장으로 다시 주목받고 있다”고 말했다.

☞ 용어설명
옴니채널(Omni-Channel) :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자유롭게 넘나드는 소비 행태.
쇼루밍(Showrooming) : 오프라인 매장에서 물건을 둘러 보고 온라인에서 더 싼 값에 물건을 구매하는 것.
역(逆)쇼루밍(Reverse-Showrooming) : 온라인에서 마음에 드는 물건을 고른 후 오프라인 매장에서 구매하는 것.
모루밍(Morooming) : 오프라인에서 제품을 보고 모바일로 구매하는 것. 쇼루밍에 모바일을 결합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