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인 소득이나 재산이 적음에도 자녀가 소득이 있다는 이유로 그동안 '주거급여'를 받지 못한 54만명에게 내년 10월부터 월평균 11만원의 주거급여가 지급된다. 일반 아파트 분양에서 신혼부부만 청약 가능한 '특별 공급' 물량이 민간·공공 구분 없이 배(倍)로 늘어난다. 이와 함께 정부는 5년간 예산 120조원을 들여 공공임대 65만 가구 등 서민 주택 100만 가구를 공급한다.

정부와 더불어민주당은 27일 오전 국회에서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 우원식 원내대표 등이 참석한 가운데 '주거 복지 로드맵 당정 협의'를 열어 이같이 결정했다. 김태년 민주당 정책위원회 의장은 협의 후 브리핑을 통해 "생애 주기와 소득수준에 맞는 다양한 주거 복지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임대주택과 분양 주택의 공급을 확대하는 방안을 마련, 적극 추진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협의안에는 청년, 신혼부부, 고령자와 저소득 취약 계층 등에 대해 생애 단계와 소득수준에 따라 임대주택 공급과 금융 지원 복지 서비스를 패키지로 지원하는 내용이 담겼다.

신혼부부는 내 집 마련 기회가 크게 확대된다. 우선 아파트 청약에서 일반 청약자와 경쟁하지 않고 아파트를 우선 분양받을 수 있는 '신혼부부 특별 공급'이 확대된다. 공공 분양 아파트 30%, 민간 분양 아파트 20%가 신혼부부 특별 공급분으로 배정된다. 현행 기준은 각각 15%와 10%다. 신혼부부 범위도 지금까지는 '결혼 5년 차 이내 자녀가 있는 부부'였지만, 앞으로는 '자녀 여부 불문, 결혼 7년 차 이내 부부 또는 예비부부'로 바뀐다. 이런 신혼부부를 위해 경기 과천지식정보타운, 위례신도시 등에 조성해 시세의 80% 수준으로 분양·임대하는 '신혼희망타운' 규모도 문재인 대통령 대선 공약이었던 '5만 가구'에서 '7만 가구'로 늘어난다.

저소득층 지원도 강화한다. 우선 주거급여의 '부양 의무자 기준'을 내년에 폐지한다. 현재 주거급여는 ▲본인이 중위 소득 43% 이하이면서 ▲부양 의무자(부모 또는 자녀)가 일정 소득 이하여야 받을 수 있다.

이 부양 의무자 기준이 폐지되면 약 54만가구가 추가 지원 대상이 된다. '중위 소득 43%'는 올해 기준 1인 가구가 월(月) 소득 71만원, 2인 가구가 121만원 선이다. 본인 소득 기준도 2020년까지 '중위 소득 45% 이하'로 확대할 방침이다. 주거급여는 세입자는 물론 자가(自家) 보유자도 받을 수 있으며, 가구당 월평균 지급액이 올해 기준 약 11만원 수준이다. 정부는 지급액을 단계적으로 늘려나갈 방침이다.

이와 함께 고령자가 살던 집을 임대용으로 LH(한국토지주택공사)에 넘기면 LH는 집값을 연금식으로 지급하는 동시에 공공임대주택을 제공해주는 '연금형 매입 임대' 제도가 도입된다. LH는 이렇게 사들인 주택을 리모델링해 청년 등에게 저가(低價)에 임대한다.

청년 주거 지원책으로 '청년 임대주택'을 5년간 19만 가구 공급한다. 만 39세 이하 무주택자를 대상으로 빌려주는 저렴한 소형 주택이다. 공공임대주택 13만 가구, 공공지원주택 6만 가구로 구성된다. 이와 별도로 대학생 기숙사도 총 6만실 공급한다. '청년 우대형 청약통장'도 도입한다. 전·월세 자금 대출도 강화해 전세 대출은 만 19세 이상(기존엔 25세 이상)부터 받을 수 있게 했고, 월세 대출 한도는 월 30만→40만원으로 확대한다.

김태년 민주당 정책위원회 의장은 "무주택 서민과 실수요자를 위해 (5년간) 공공임대 65만 가구, 공공 지원 민간 임대 20만 가구, 공공 분양 15만 가구 등 총 100만 가구의 주택을 공급할 것"이라고 말했다. 공공임대 65만 가구(연평균 13만 가구)는 이전 정부에 비해 크게 늘어난 것이다. 연평균 공공임대주택 공급은 이명박 정부 때 9만 가구, 박근혜 정부 때 11만 가구였다. 공공 분양주택 15만 가구 역시 지난 5년 평균에 비해 43% 늘어난 것이다. 민간 분양용 공공택지 공급도 연간 8만5000가구(수도권 6만2000가구) 수준으로 확대해 주택 가격을 낮출 방침이다.

이번 로드맵에는 전·월세상한제, 계약갱신청구권제 등 '세입자 권리 강화 대책'과 '임대사업자 등록 인센티브' 등 시장에 큰 영향을 끼칠 제도가 빠졌다. 정부는 이들 제도에 대한 논의를 더 진행한 뒤 연내 추가로 발표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