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관은 다 보고받아 놓고 몰랐다고요? 그 말을 믿으라는 겁니까?"

23일 오후 4시 '세월호 유골 은폐 의혹'에 대해 해양수산부가 1차 진상 조사 결과를 발표한 브리핑장. 김영춘 해수부 장관이 "(의혹이 불거진 22일보다 이틀 앞선) '20일 뼛조각이 발견됐다는 보고를 받고 절차대로 공개하라'고 지시했다"고 하자 기자들의 질문이 쏟아졌다. 김 장관은 "자리에 연연하지 않고 재발 방지 대책을 만들고 임명권자(문재인 대통령)와 국민의 의견을 감안해 진퇴 여부를 결정하겠다"며 고개를 떨궜다. 은폐 의혹에 대해 미리 보고를 받고도 적절하게 대처하지 못한 책임을 지겠다는 뜻이었다.

장관에게 늑장 보고… 장관도 제대로 안 챙겨

은폐 의혹이 불거진 22일, 해수부는 문제의 책임을 목포신항 현장에 있던 김현태 현장수습본부 부본부장에게 돌렸다. "김 부본부장이 상부에 보고하지 않고 독자적으로 (은폐를) 결정했다"며 김 부본부장을 보직 해임한 것이다. 그러나 이 같은 해수부의 해명은 하루 만에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났다.

이낙연 국무총리가 23일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정현안점검조정회의에서 세월호 유골 발견 은폐에 대해 고개 숙여 사과하고 있다. 이 총리는 이 사건에 대해“공직 사회의 무책임 풍조가 곳곳에 배어있다는 경고”라고 규정하면서“공직 사회의 기강을 다잡겠다”고 말했다.

23일 해수부 발표 내용을 종합하면, 지난 17일 오전 11시 20분쯤 세월호 객실에서 꺼낸 반출물을 씻어내던 중 사람의 손목뼈로 추정되는 뼛조각 1점이 발견됐다. 미수습자 가족들이 "목포신항을 떠나겠다"고 발표한 바로 다음 날이었다. 다음 날인 18일부터 미수습자 5명에 대한 장례 절차가 시작될 예정이었다.

김 부본부장은 "유골이 발견됐다"는 보고를 받은 뒤 상급자인 이철조 본부장과 협의했다. 그리고 두 사람은 이를 공개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유골이 발견되는 즉시 선체조사위원회와 가족들에게 통보하는 원칙을 깬 것이자, 비공개 결정이 김 부본부장의 단독 결정이 아니었다는 점이 확인된 것이다. 이에 대해 해수부는 "김 부본부장이 장례식(18~20일) 일정에 차질을 빚을 것을 우려해 발인 이후에 통보하려고 했던 것으로 확인됐다"며 "발견된 유골이 이미 수습된 허다윤·조은화양 것이라고 예단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해수부는 또 "허양과 조양의 부모가 '앞으로 유골이 추가로 발견될 때마다 알려줄 필요는 없다. DNA 감식 결과가 나온 뒤 알려줘도 된다'고 당부한 점도 감안했다"고 해명하고 있다.

이 본부장은 미수습자 가족들이 발인을 마친 20일 오후 5시에 김 장관에게 해당 사실을 보고한 것으로 조사됐다. 유골 발견 사실은 장관에게 의무적으로 보고해야 할 사항이었지만 3일 늦게 보고한 것이다.

해수부는 "보고를 받은 김 장관은 절차에 따라 바로 통보하라고 지시했지만 두 사람(이 본부장과 김 부본부장)이 지시를 이행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두 사람이 유골 발견 나흘째인 21일 선체조사위와 허다윤·조은화양 가족에게 상황을 설명했지만, 이 사실을 언론을 통해 공개하지는 않았다. 또 조직 수장(首長)인 김 장관이 자신의 지시 사항이 제대로 이행되는지 여부를 제대로 챙기지 않았다는 점에서 김 장관의 대응이 안이했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다.

의혹만 더 키운 해수부의 해명

해수부는 은폐 의혹이 제기된 다음 날 서둘러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그러나 의혹을 풀기에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먼저 김 부본부장이 유골 발견 사실을 알리지 않은 동기가 석연치 않다. 감식 결과도 안 나온 상황에서 허다윤·조은화양의 유골로 판단한 근거가 부족하다. 해수부는 "허다윤·조은화양 유골이 발견된 객실 구역에서 끄집어 낸 지장물(쌓인 물건더미)을 씻던 중 나왔기 때문에 그렇게 예단한 것 같다"고 설명했다.

김 장관의 해명도 애매한 부분이 있다. 김 장관은 "22일까지 조치가 안 된 사실을 몰랐다"고 했다. 하지만 이 본부장이 평소 보고 원칙을 지키지 않았다는 사실을 제대로 추궁하지 않은 것은 김 장관의 실책으로 거론된다.

논란은 국회로 이어질 전망이다. 야당은 24일 열리는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에서 이 사안을 집중 추궁할 방침이다. 해수부는 전날 김 부본부장에 이어 이날 이 본부장을 보직 해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