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과 수도권 재개발·재건축 사업 추진 지역의 집값이 크게 오르면서 주변에 공급되는 신규 단지의 분양가가 오히려 기존 집값을 밑도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청약에 당첨만 되면 수억원의 시세차익을 볼 수 있어 이 단지들은 이른바 ‘로또 분양’으로 불리는데, 새 아파트 인기와 맞물리면서 수요자들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현대건설이 서울 영등포구 신길9구역을 재개발해 이달 공급하는 ‘힐스테이트 클래시안’의 분양가는 최근 공급된 인근 단지의 분양가보다 높았다. 올해 5월 SK건설이 신길5구역을 재개발해 선보인 ‘보라매 SK뷰’ 전용 59㎡와 84㎡ 분양가는 각각 5억7100만원, 6억6100만~6억8600만원이었다. 앞서 2015년 12월 삼성물산이 영등포구 신길7구역을 재개발해 공급한 ‘신길 래미안에스티움’ 전용 59㎡ 분양가는 기준층 기준으로 4억1460만원, 전용 84㎡는 5억5680만원 수준이었다.

현대건설이 영등포구 신길9구역을 재개발해 공급하는 ‘힐스테이트 클래시안’ 투시도.

힐스테이트 클래시안의 전용 59㎡ 분양가는 5억4830만~5억8010만원, 전용 84㎡ 분양가는 6억8880만~7억2990만원으로, 2년 전 신길 래미안에스티움 분양가와 비교하면 전용 59㎡와 전용 84㎡ 모두 각각 1억원 정도 높다. 보라매 SK뷰와 비교하더라도 전용 84㎡의 경우 많게는 분양가가 4000만원가량 높다.

하지만 주택시장 ‘훈풍’으로 기존 단지들의 집값이 크게 오르면서 힐스테이트 클래시안의 분양가에도 경쟁력이 생겼다. 신길 래미안에스티움의 경우 현재 전용 59㎡ 입주권이 3분기에 6억8500만~7억1700만원, 전용 84㎡ 입주권은 7억7800만~8억3000만원에 거래됐다. 힐스테이트 클래시안이 인근 단지 시세를 따라간다고 가정했을 때 청약에 당첨만 된다면 1억원 정도의 차익을 올릴 수 있게 된 셈이다.

고려개발이 강동구 길동 ‘신동아 3차’를 재건축하는 ‘e편한세상 강동 에코포레’도 마찬가지. 이 아파트 전용 84㎡ 분양가는 6억8158만~6억8500만원인데 인근 ‘강동LG자이’의 같은 면적과 비교하면 낮은 편이다. 강동LG자이 전용 84㎡는 올해 3분기 6억6500만~7억3000만원에 거래됐다.

내년 분양을 앞둔 경기도 과천지식정보타운도 서울 강남권과 가까운 데다 분양가상한제가 적용되는 공공택지라 이런 로또 분양이 될 가능성이 크다. 실제로 대우건설과 태영건설, 금호산업 컨소시엄이 내년 S4, S5블록에 짓는 아파트의 경우 분양가가 3.3㎡당 2500만원 수준이 될 것으로 알려졌는데, 과천 아파트 매매가 평균(3.3㎡당 3237만원)보다 낮다. 과천지식정보타운은 과천시와 경기도시공사가 갈현동 일원 135만3090㎡ 면적에 주택 8000여가구를 공급하고, 지식기반서비스업, 지식기반제조업 등의 첨단업무기능을 넣어 개발하는 사업이다.

업계 관계자들은 로또 분양 아파트의 경우 투자와 실수요 목적을 가진 수요자들이 대거 몰릴 것으로 보고 있다. 서울과 과천, 세종시의 경우 소유권이전 등기 때까지 전매할 수 없지만, 입주 때까지 버틸 수 있는 자금력을 가진 수요자들이 앞으로의 집값 상승을 보고 대거 청약에 뛰어들 것이란 설명이다.

서성권 부동산114 리서치센터 선임연구원은 “신규 아파트 분양에 수요자들이 몰리는 건 부동산 규제가 나오고 시장 분위기가 나빠져도 집값이 오를 것이란 믿음이 있기 때문”이라며 “시세보다 분양가가 낮거나 유망 지역에 공급되는 아파트의 경우 수요자들이 여전히 몰릴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