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인터넷 기업 텐센트가 20일(현지 시각) 홍콩 증시에서 아시아 기업 최초로 시가총액 5000억달러(약 548조원)를 돌파했다. 이날 현재 전 세계적으로 텐센트보다 가치가 높은 기업은 미국의 애플·구글·마이크로소프트·아마존·페이스북 등 5곳뿐이다.

한국은 물론 일본 기업조차 달성하지 못했던 고지를 점령한 텐센트는 최근 현실화되고 있는 중국의 테크 굴기(崛起·우뚝 섬)를 보여주는 한 사례에 불과하다. 텐센트·알리바바·바이두 등 중국 인터넷 기업은 내수 시장에서 경쟁력을 쌓으면서 미국 실리콘밸리를 위협하는 수준까지 성장했다. 텐센트는 2012년부터 게임과 모바일 메신저에서 세계 1, 2위를 달리고 있고, 중국 전자상거래 기업 알리바바는 11월 11일 광군제(光棍節·독신자의 날) 할인 행사 하루에만 1682억위안(약 27조8000억원)어치를 팔아치워 미국의 경쟁 기업 아마존을 압도했다.

첨단 제조업에서도 중국은 한국을 앞서기 시작했다. 올해 3분기 전 세계에서 팔린 스마트폰 10대 중 5대(47.1%)는 화웨이·오포·샤오미·비보 등 중국 업체가 만든 제품이다. 1위인 삼성전자와 8위 LG전자 등 한국산 스마트폰의 두 배에 이른다.

한국이 가장 앞서 있는 반도체 분야에서도 중국의 거센 추격이 시작됐다. 국제반도체장비재료협회(SEMI)에 따르면 올해부터 2019년까지 3년간 중국에서 건설 예정인 반도체 공장은 모두 15개에 이른다. 같은 기간 한국(3개), 일본(4개), 대만(7개)을 모두 합친 것보다도 많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중국 정부가 반도체 산업 지원을 위해 조성한 펀드만 1000억달러(약 110조원) 이상"이라고 추정했다. 특히 중국 반도체 기업들은 내년부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주도하고 있는 메모리 반도체를 본격 생산하며, 세계 반도체 업계 판도를 뒤흔들 전망이다.

김창경 한양대 과학기술정책학과 교수는 "중국 반도체가 적어도 거대한 자국(自國) 시장은 단기간에 장악할 것"이라며 "한국 반도체 산업이 사상 최고 실적에 도취할 게 아니라 첨단 제조업까지 중국에 주도권이 넘어갈 수 있다는 위기감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