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정규직 남성, 결혼 못할 확률 18.5%P 더 높아
여성은 '사회적 지위 '따라 결혼 확률 차이 커
남성 20.3%, 여성 5.8%가 '미혼'으로 40대 맞는다

경제력이 결혼에 큰 영향을 미치는 게 어제오늘 일은 아니지만 이제 결혼을 할 수 있는 지 여부까지 소득, 자산, 정규직 여부 등이 결정하고 있다.

경기도 소재 중견기업에서 사무직으로 일하는 36세 남성 A씨는 몇 년만에 중학교 동창회에 가서 깜짝 놀랐다. 결혼한 친구들과 결혼하지 않은 친구들이 확연히 나뉘었기 때문이다. 결혼을 했거나 결혼을 할 예정인 친구들은 대개 대기업, 공무원 등 안정된 직장에 다니고 상대적으로 고소득을 올렸다. 하지만 여자친구가 없거나 아예 결혼할 생각이 없어 보이는 친구들은 비정규직이나 중소기업 또는 생산직으로 일하는 이들이었다. 결혼한 친구들은 육아나 재테크가 화제였던 반면, 미혼자 집단은 사회초년병 당시나 이야기 거리가 별 차이가 없었다. “결혼도 이제 특권이라면 특권이 된 셈이겠죠”라며 A씨는 씁슬하게 말했다.

한국의 30대 남녀들이 결혼을 하는 데 결정적인 변수는 소득인 것으로 나타났다. 또 정규직이냐 비정규직이냐 여부에 따라서 결혼할 확률도 크게 차이가 났다. 결국 경제력이 있는 사람들만 결혼을 하게 됐다는 얘기다.

조선비즈는 노동연구원이 작성하는 한국노동패널 자료 가운데 가장 최근인 2015년 조사 결과(18차 패널)를 활용해 소득, 근로형태, 재직 중인 직장의 규모, 학력, 사회경제적 계층 등에 따른 결혼 확률을 분석했다. 노동패널은 전국 5000개 가구를 대상으로 하는데, 1만4012명의 가구원(18차 조사 기준)의 근로 조건 및 소득 등에 대한 자료가 함께 집계된다. 통계청의 표준직업분류 3자리 기준에 따라 직업을 대략적으로 파악할 수 있다. 응답자가 인식하는 본인의 계층에 대한 응답도 포함돼있다. 표본 숫자가 많을 뿐만 아니라 학력 등 인적자본, 소득, 직업, 계층 인식 등 다양한 자료를 확보할 수 있다는 강점이 있다.

분석 대상은 30대 남성과 여성으로 각각 1231명, 1263명이었다. 한 번이라도 결혼을 했다면 결혼으로 ‘이행’한 것으로 간주했다. 남성과 여성의 결혼 적령기가 다르지만, 통상 학계에서 만 41세 정도를 결혼 이행이 끝나는 시기로 잡고 있고, 20대는 결혼으로 이행하지 않는 경우가 많아 30대를 본 것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2016년 평균 초혼 연령은 남자는 만 32.8세, 여자는 만 30.1세였다. 결혼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으로는 학력, 소득, 정규직 여부, 대기업 재직 여부, 계층(본인의 인식 기준, 6단계), 연령을 상정했다. 선형회귀모형을 기본으로 하되, 특정 사건 발생 확률을 추정할 때 흔히 사용되는 로지스틱회귀모형도 함께 썼다.

◆ 학력은 결혼 확률 영향 못미쳐…’경제력’이 관건

30대 남성의 결혼 이행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요인은 소득이었다. 연령을 고려치 않았을 때 월수입이 100만원 당 결혼 확률 변화폭은 12.4%포인트에 달했다. 연령이 같을 경우에도 월 수입 100만원 당 결혼확률은 9.6%포인트 차이가 났다. 정규직 여부도 30대 남성이 결혼 이행 여부를 좌우하는 요인 이었다. 정규직 남성이 비정규직 남성보다 결혼 확률이 17.7~18.5%포인트 높았다. 학력, 대기업 재직 여부, 사회 계층 등은 영향을 미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30대 남성의 결혼 이행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은 근로 조건과 소득 등 경제적 요인인 셈이다. 가령 나이가 만 35세로 같지만 한 사람은 월 400만원을 버는 정규직이고, 다른 사람은 월 200만원을 버는 비정규직이라면 결혼 확률은 각각 83.9%와 46.3%로 1.8배 가량 차이가 났다.

여성의 경우는 달랐다. 결혼 여부와 가장 상관관계가 높은 항목은 사회경제적 지위였다. 노동패널은 조사 대상자의 사회경제적 지위를 ‘상상’에서 ‘하하’까지 6단계로 나누어 답하도록 한다. 총 6단계 가운데 1단계가 내려가면 결혼 확률은 7.5~8.4% 떨어졌다.

이는 여성들이 결혼 후 몇 년 뒤 일을 그만 두거나 재취업 과정에서 경력 단절을 겪는 경우가 많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만 25~34세 여성을 대상으로 같은 방법으로 결혼 확률을 분석했을 경우 콕 집어 소득에 따라 결혼확률이 달라진다고 할 순 없지만 양의 상관관계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회계층이 낮을수록 결혼 확률이 떨어지는 것도 만 25~34세 여성들에게 공통적이었다.

로지스틱회귀모형을 사용해 분석한 결과도 차이가 없었다. 30대 남성의 경우 소득이 큰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고, 정규직 여부도 결정적이었다. 30대 여성은 사회계층과 대기업 재직 여부가 상관관계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만 25~34 여성을 대상으로 한 결과는 소득과 대기업 재직 여부가 결혼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었다.

◆ 자기 집 보유시 결혼 확률 7.3배 뛴다

이 결과는 9월 ‘2017 재정패널 학술대회’에서 주휘정 한국직업능력개발원 부연구위원과 충북대 박사과정에 재학 중인 김민석씨가 발표한 ‘청년층 결혼 이행에 대한 개인 및 사회가구의 경제적 배경의 영향 분석’ 논문과 궤를 같이 한다.

이 논문에 따르면 만 39세 이하 남성이 결혼할 확률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은 근로 형태와 자기 집 보유 여부였다. 정규직 남성이 결혼할 확률이 비정규직 남성보다 8.6배 높았다. 이를 거꾸로 바꾸면 비정규직 남성이 결혼할 확률은 정규직 남성의 11.8%에 불과했다. 그 다음으로 결혼 확률에 영향을 미치는 변수는 자가 보유 여부였다. 자가 보유 남성은 미보유자보다 결혼 확률이 7.3배 올라갔다. 고용 형태와 자가 보유 여부 다음엔 지출 수준이었는데, 지출이 10% 많아지면 결혼 확률은 9.9% 가량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학력, 거주 지역, 부모의 자산 및 학력은 큰 영향을 미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여성의 경우에도 근로 형태가 정규직이냐 비정규직이냐가 결혼 확률에 가장 큰 변수였다. 남성보다 영향력은 상대적으로 작았다. 정규직 여성은 비정규직 여성보다 결혼할 확률이 2.8배 높았다. 자가를 보유한 여성의 결혼 확률은 미보유 여성의 2.3배에 달했다.

하지만 근로자만을 대상으로 분석하면 남성과 여성 모두 정규직 여부가 결혼 확률에 미치는 영향이 비슷한데. 근로자만 대상으로 했을 때 정규직 남성은 비정규직 남성보다 결혼 확률이 4.6배에 달했다. 정규직 여성은 비정규직 여성의 4.9배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