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에서 인터넷 포털 기업을 규제하려는 움직임이 본격화하고 있다. 20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의원들은 전체회의를 열고 '정보통신기술(ICT) 뉴노멀(new-normal)법'을 상정해 법안 소위원회에서 심사하기로 합의했다. 이 법안은 네이버·카카오 등 자산 5조원 이상 준(準)대기업으로 성장한 대형 포털 사업자들이 SK텔레콤·KT·LG유플러스 등 통신 3사처럼 정부 규제를 받는 것을 골자로 한다. 그동안 포털 기업은 인터넷에서 뉴스와 쇼핑 등 모든 콘텐츠의 유통을 장악하고 있는데도 통신업체나 방송사와 달리 정부의 규제는 거의 받지 않는 사각지대에 있었다. 인터넷 벤처기업이라는 명목으로 주로 육성 대상으로 여겨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법을 발의한 김성태 자유한국당 의원은 "ICT(정보통신기술) 시장이 급성장하면서 광고 시장 잠식, 불공정 경쟁, 이용자 피해 등 거대 포털 기업의 문제가 심각한 사회적 폐해로 떠올랐다"면서 "26년 동안 바뀌지 않은 낡은 규제 체제를 전면 개편해야 한다"고 말했다. '뉴노멀법'이란 명칭처럼 인터넷과 모바일 시대 진입으로 바뀐 현실을 제대로 법에 반영하자는 것이다.

◇포털 규제 정치권서 본격화… 'ICT 뉴노멀' 도입 논의

ICT 뉴노멀법의 핵심은 현재 통신 3사에 시행하고 있는 '경쟁상황평가'를 네이버·카카오·구글 등 포털 기업에도 적용하는 법적 근거를 마련하는 것이다. 통신 3사는 이미 이동통신·집 전화·초고속 인터넷 등 서비스별로 가입자와 회계자료 등을 정부에 제출해, 불공정한 행위를 하는지 감시받고 있다. 포털도 통신 3사 못지않은 경제적·사회적 영향력을 가진 만큼 똑같은 규제 대상이라는 논리다. 공정거래위원회 등 경쟁 당국은 이런 자료를 활용해 포털에 대한 구체적인 독과점 규제 근거를 마련할 수 있다. 법안은 포털 기업들이 콘텐츠 업체들과 계약을 맺을 때 공정하게 수익을 배분하도록 감시하는 법적 규정도 포함하고 있다.

구글 등 외국 인터넷 기업들도 뉴노멀법을 적용받도록 하는 조항을 삽입했다. 현재 구글, 페이스북이 국내에서 수천억~수조원의 매출을 올리고도 유한회사로 등록해 공시 의무와 세금 납부를 회피하고 있는데, 이를 막자는 취지다. 해외 기업들이 이런 의무를 피해가면 반대로 국내 규제를 지키는 국내 포털 기업들이 역차별을 받게 되기 때문이다. 권기원 국회 과방위 수석전문위원은 "현행 법은 통신망을 보유한 통신업체들이 이를 무기로 약자(弱者)인 인터넷 벤처기업들에 불공정 행위를 하지 못하도록 막는 게 주된 목적이었다"면서 "인터넷 포털이 급성장한 최근 환경을 반영한 규제 체계 개편의 필요성은 다들 공감하고 있다"고 말했다.

◇"포털이 사회적 책임 다해야"… 규제 법안만 3~4개 연이어 나올 듯

정치권 내에는 포털이 사회적 책임을 다하지 못한다는 인식이 팽배해지면서 여야(與野) 가리지 않고 포털에 대한 전방위 압박에 나서고 있다. 당장 지난달 국정감사 때 증인 출석 요청에 불응한 김범수 카카오 이사회 의장을 고발할 예정이다. 국회 한 관계자는 "여당인 더불어민주당과 야당들이 모두 고발에 합의했다"고 말했다.

포털 규제 법안 발의도 잇따르고 있다. 송희경 의원(자유한국당)은 지난 8월 포털 기업이 가짜뉴스 삭제 의무를 지도록 한 '가짜뉴스 방지법'을 발의해 과방위에 법안 상정을 앞두고 있다. 가짜뉴스가 유포되는 책임을 포털에게도 묻는 법안으로, 포털이 가짜뉴스 확산을 방관하면 300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한다. 정태옥 의원은 포털의 허위 클릭이나 검색어 조작을 통한 불법 광고를 제재하는 법안을, 박성중 의원은 포털의 임의적인 뉴스 재배열과 뉴스 제목 수정 등을 금지하는 법안을 준비하고 있다.

다음 달 1일에는 김경진 의원(국민의당)과 김성태 의원이 공동으로 포털 규제 토론회를 개최한다. 정무위와 안행위에서도 야당이 연합해 포털 관련 공청회를 여는 방안을 논의 중이다. 이에 대해 네이버 측은 "국내에서 구글에 뺏길 광고와 콘텐츠를 네이버가 막아내고 있는 것"이라며 "인터넷 사업엔 국경이 없는데 국내 기업을 규제하다 외국 기업만 좋은 일 시킬까 우려스럽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