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최대 쇼핑 축제인 ‘블랙프라이데이(11월 넷째 주 목요일인 추수감사절 다음 날)’가 다가오면서 국내 직구족(直購族·해외구매를 즐기는 소비자)들의 설렘이 커지고 있다.

블랙프라이데이는 미국의 연말 쇼핑 시즌을 알리는 출발점이다. 이날 하루 소비만 미국 연간 소비의 20%를 차지하는 최대 쇼핑일이다. ‘블랙’이라는 수식어는 이전까지 지속된 유통업체의 장부상 적자(red figure)가 단숨에 흑자(black figure)로 전환된다고 해서 붙었다.

올해 블랙프라이데이는 11월 24일(현지시각)이다. 이날부터 그 다음주 월요일인 ‘사이버먼데이’까지 다양하고 파격적인 할인 쇼핑 이벤트가 벌어진다. 이에 맞춰 국내 직구족들은 아마존닷컴 등 주요 온라인 쇼핑몰의 가격 정보를 확인하고, 구매 리스트를 작성하는 등 쇼핑 채비에 들어갔다.

15일(현지 시각) 영국 잉글랜드 중부 피터버러에 위치한 온라인 쇼핑몰 아마존닷컴 물류창고 내부가 고객들이 주문한 상품들로 가득 차 있다. 아마존닷컴 등 쇼핑업체들은 '블랙 프라이데이' 특수를 기대하고 있다.

◆ 해외 직구, 과정 복잡하지만...‘가격 하나로 모두 용서된다’

몇 년 전만 해도 패션잡화가 직구족들의 구매 리스트 상위에 올랐으나, 최근 들어선 TV, 청소기 등 가전제품이 그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한 두 푼하는 물건들도 아닌데 바다 건너서 사온다고? 쯧쯧’. 직구족들을 보며 혀를 차는 사람들도 많지만 직구족들은 ‘직접 한번 해보면 그런 말을 못한다’고 반박한다. 직구족들 사이에선 ‘(직구를)한번도 안한 사람은 있지만, 한번만 하는 사람은 없다’는 말까지 돈다.

해외 직구를 자주 이용한다는 30대 직장인은 “외국 사이트의 불편함과 오랜 배송기간, 배송 도중 사고 발생 가능성 등 애로사항이 없다고 할 수는 없지만 가격 하나만 보면 모든 게 용서된다”고 말했다.

블랙프라이데이를 앞두고 미국의 주요 온라인쇼핑몰은 특가 정보를 제공하며 고객 유치에 나섰다.

해외 직구 건수는 매년 급증하고 있다. 해외 직구 배송 서비스 전문업체 몰테일에 따르면 지난해 블랙프라이데이 기간 배송 대행 건수는 3만5000건으로 2010년(3200건) 대비 10배 이상 늘었다.

직구로 사면 얼마나 저렴할까. 블랙프라이데이 인기 상품 중 하나인 삼성 65인치 UHD TV의 국내 판매가는 150만원가량이다. 아마존은 블랙프라이데이를 앞두고 이 제품을 799달러(한화 88만원)에 판매하고 있다. 배송비(약 160달러)와 관세, 부가세를 포함하면 120만원대에 구입할 수 있다. 이 제품은 블랙프라이데이가 되면 현재 판매가보다 10%가량 더 저렴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남성 직구족들이 선망하는 ‘플레이스테이션 게임기’도 블랙프라이데이 인기 상품 중 하나다. 미국의 온라인쇼핑몰 ‘프라이스(Frys)’는 이번 블랙프라이데이에 소니의 플레이스테이션4를 189달러에 판매한다고 20일 공지했다. 이 제품의 국내 판매가는 50만원대. 배송비를 포함하더라도 거의 반값에 구입할 수 있다.

◆ 해외 직구, 이것만은 조심하세요

해외 직구로 산 제품은 교환과 환불이 쉽지 않다. 특히 작은 규모의 해외 사이트는 거래 취소와 환불이 매우 늦게 처리되는 경우가 잦다. 심지어 반짝 할인으로 제품을 대거 판매한 후 사이트를 닫는 경우도 있다.

한국소비자원이 '국제거래 소비자포털'을 통해 접수된 해외직구 관련 소비자상담 823건을 분석한 결과, 취소‧환불‧교환 처리 지연 및 거부로 인한 피해가 301건으로 37%를 차지했다. 사업자 연락 두절‧사이트 폐쇄로 인한 피해가 114건(14%), 배송 관련 피해가 103건(13%) 등으로 나타났다.

이에 대해 한국소비자원 측은 “접수된 해외 직구 피해 사례 중 288건(35%)은 신용카드 차지백(Charge-back) 서비스로 해결할 수 있었던 건이었다"고 말했다. 신용카드 차지백 서비스는 사기가 의심되거나 환불 요청을 미이행하는 거래에 대해서 카드사에 승인 결제를 취소해 달라고 요청하는 것을 말한다.

해외 직구 피해 사례 중 상당수는 신용카드 차지백 서비스로 대처할 수 있다.

차지백 서비스를 이용하려면 카드 결제일(전표 접수일)로부터 120일 이내에 서면으로 신용카드사에 신청하면 된다. 자신의 주장을 입증할 수 있는 거래영수증, 주문내역서, 사업자와 주고받은 이메일 등의 입증자료를 제출해야 한다.

제품 누락이나 오배송 등도 주의해야 한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몰테일, 위메프박스 등 배송대행 서비스 업체에선 ‘제품 검수’ 서비스를 제공한다. 제품 검수란 이들 대행 업체가 고객이 주문한 제품이 맞는지를 확인하는 것을 말한다. 검수하면서 오배송이나 손상이 확인된 제품은 배송대행 업체가 직접 교환이나 환불을 신청하기 때문에 조치가 빠르다.

품목별 관세도 확인이 필요하다. 해외 직구가 싸다고 해서 무작정 구입하다간 관세로 낭패를 볼 수 있다. 미국에서 배송되는 상품은 일반적으로 200달러 이하면 면세지만 그 이상은 품목별로 관세가 적용된다.

제품 사이즈와 사용 전압도 반드시 점검해야 한다. 의류의 경우 미국과 국내 치수 기준이 상이하다. 일반적으로 미국 사이즈가 국내 사이즈보다 한 치수 가량 크다. 전자제품의 경우 110볼트 전용인지 프리볼트(전압에 관계없이 사용 가능)인지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 TV나 노트북 등은 대부분 프리볼트이지만 전동드릴이나 음향기기 같은 경우 110볼트 전용인 경우가 많다. 110볼트 제품을 구입하면 변압기를 추가 구매해야 하기 때문에 실질 구매비용은 더 비싸진다.

☞ 사이버먼데이 : 추수감사절 연휴 이후의 첫 월요일. 연휴를 마치고 일상으로 돌아온 소비자들이 컴퓨터 앞에서 온라인 쇼핑을 즐김에 따라 온라인 매출액이 급등한 데서 유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