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산 자락에 5년 넘게 흉물로 방치된 서울 강북구 우이동 ‘파인트리’ 콘도의 7번째 매각이 진행된다.

사업비 6000억원대에 이르는 대형 개발사업인 데다 서울시의 요구에 따라 최고 층수를 낮춰야 한다는 부담이 있어 그동안 시장의 관심이 크지 않았는데, 서울시가 앞으로 층고 관련 이슈와 관련해 유연하게 검토하겠다는 입장이라 매각이 성사될지 주목된다.

공사 중단 후 5년 넘게 방치된 서울 우이동 파인트리 리조트 공사 현장.

21일 부동산 업계와 서울시 등에 따르면 우이동 파인트리 콘도 매각 주관사인 삼일회계법인은 이달 중 매각공고를 내고 인수의향서를 받을 예정이다. 매각 주관사는 매수의향을 가진 업체가 제출한 인수의향서를 평가한 뒤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한다.

서울 강북구 우이동 산14-3번지 일대에 있는 파인트리 콘도는 부지 8만60㎡에 지상 최고 7층, 14개동에 숙박시설 332실과 골프연습장, 박물관, 피트니스센터, 수영장 등을 갖춘 시설로 지어질 예정이었다.

하지만 고분양가 논란과 층고 기준 완화에 따른 특혜 시비가 불거지면서 시행사 더파인트리는 부도를 맞았고 시공사인 쌍용건설마저 법정관리에 들어가면서 2012년 5월 공정률 45% 수준에서 공사가 멈췄다. 총 6차례의 매각 시도가 있었지만 번번이 유찰을 거듭하면서 최저 입찰가가 2014년 2500억원에서 최근 1300억원대까지 낮아졌다.

짓다 만 콘크리트 건물이 우거진 수풀 사이에 흉물스럽게 방치된 탓에 도시 미관을 해친다는 지적도 잇따랐다. 이에 서울시가 서울주택도시공사(SH공사) 등을 통해 사들여 자체적으로 활용하는 방안을 검토했지만, 원래 민간 개발 사업인 데다 공공재원이 지나치게 들어간다는 이유로 인수할 수 없다는 쪽으로 잠정 결론을 내렸다.

부동산 업계는 파인트리 콘도 입지가 휴양시설로 적합한 편이지만, 매입가 외에 공사비 등이 별도로 투입돼야 하는 데다 서울시의 인허가 문제도 있어 그동안 매각이 쉽지 않았다고 보고 있다. 1300억원을 웃돌 것으로 보이는 매입가 외에, 별도로 투입될 비용이 약 1500억원으로 추산되는데, 이를 감당할 만한 매수자가 그리 많지 않다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지난해 12월과 올해 6월 진행된 4·6차 매각의 경우, 다수의 매수 희망자가 나타났지만 모두 자금증빙 등의 요건을 제대로 갖추지 못해 우선협상자로 선정되지 않았다.

층수 문제와 관련된 서울시의 인허가 리스크도 걸림돌이 됐다. 서울시는 명확한 근거 없이 최고 7층 건물을 허용해준 절차가 문제가 있다고 보고, 새 사업자가 나타나더라도 설계변경을 통해 일부 동의 최고 층수를 7층에서 5층으로 낮춰야 한다는 견해를 고수해 왔다. 관련 업계 한 관계자는 “매입가와 공사비를 합쳐 적어도 3000억원 안팎이 드는 상황에서 층수까지 낮춘다면 사업하기에 부담이 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서울시는 매수자가 정해지면 층수 문제와 관련해 유연하게 논의하겠다며 한발 물러섰다. 서울시 관계자는 “과거 공공성 확보 차원에서 층수를 낮춰야 한다는 의견이 강했는데, 사업이 워낙 오랜 기간 방치된 터라 사업자가 결정되면 층수 문제를 충분히 논의할 계획”이라며 “지역 주민들도 사업 정상화를 바라고 있어, 정상화가 곧 공공성 확보라는 여론도 무시할 수 없는 때가 됐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