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는 머잖아 자동차 공유서비스 규제가 ‘큰 실수(big mistake)’였다는 것을 깨닫게 될 것입니다.”

브래드 템플턴(Brad Templeton) 미국 싱귤래리티대학 교수는 지난 15일 조선비즈와 가진 인터뷰에서 단호한 어조로 이같이 말했다. 이날 TV조선이 주최한 ‘글로벌리더스포럼’의 연사로 참석하기 위해 한국을 찾은 그는 “한국 정부가 택시, 운송업계 등의 반발을 우려해 낡은 규제를 고수하고 있다는 사실이 놀랍다”며 “이는 미국, 중국, 유럽 등의 움직임과 정반대로 가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브래드 템플턴 미국 싱귤래리티대 교수

템플턴 교수는 구글이 개발 중인 무인 자율주행차의 아이디어를 제시한 인물이다. 그는 우버와 리프트 등이 운영하는 호출형 차량공유서비스(카헤일링)가 사람의 손을 필요로 하지 않는 자율주행차 기술과 결합하면서 자동차 산업은 거대한 변화를 맞이할 것이라고 예견했다.

최근 서울시는 카풀(carpool)앱을 운영하는 차량공유서비스업체 풀러스가 서비스 시간을 24시간 체제로 확대해 출·퇴근시간에만 일반 승용차의 유료영업을 허용하는 현행 법을 위반했다며 경찰에 고발했다. 심야버스 공유서비스를 하는 콜버스도 택시업계의 반발에 부딪혀 제대로 정착하지 못하고 있다.

템플턴 교수는 “차량공유서비스가 정착하지 못하면 완전 자율주행차의 기술 연구도 제대로 속도를 내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미국은 우버와 리프트가 자율주행차 기술개발을 주도하고 있고 중국도 자체 자율주행 기술 연구와 자동차 시장의 혁신을 위해 카헤일링업체인 디디추싱의 운영을 허용했다”며 “왜 한국 정부는 스스로 자동차 경쟁력을 떨어뜨리고 소비자 선택의 자유를 가로막는지 궁금하다”고 말했다.

최근 현대자동차의 자율주행 연구와 투자 확대에 대해서는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그는 “2년전에는 현대차가 자율주행차 개발에 소극적이라는 느낌을 받았지만 최근에는 신기술 개발에 대한 투자에 상당한 노력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완전 자율주행차의 핵심기술 확보와 관련해 여러 완성차 업체들이 엔비디아, 인텔 등과 협업에 나서고 있지만 현대차는 여전히 어느 쪽과도 파트너십을 맺지 않았다. 이에 대해 템플턴 교수는 “엔비디아 또는 인텔과 손을 잡는 것이 기술 확보에 걸리는 시간을 단축시킬 수는 있지만 필요한 과제라고 보기는 어렵다”며 “현대차는 짧은 시간 동안 많은 성장을 이룬 만큼 자신만의 차별화 기술을 만들어낼 능력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템플턴 교수는 완성차와 정보통신기술(ICT), 차량공유서비스 등 여러 업종 가운데서는 ICT 분야가 자율주행차 시장에서 가장 높은 부가가치를 창출할 것으로 봤다. 그는 “구글은 이미 스마트폰 운영체제를 통해 광고와 콘텐츠 판매 등 다양한 수익을 발굴해 냈다”며 “구글의 자율주행차 웨이모도 같은 길을 걷게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템플턴 교수는 “완전 자율주행차는 특히 운전에 취약한 고령층과 어린이, 자신의 차를 구입하기 어려운 저소득층과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할 것”이라며 “자동차 업체들은 공유를 통한 새로운 시장과 전통적인 완성차 판매 시장의 두 가지 분야에서 효율적인 경영전략을 고민해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