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6일 오전 롯데백화점 잠실점 애비뉴엘. 여느 때 같으면 한산하기만 할 평일 오전의 쇼핑몰이 사람들로 북적였다. ‘평창 롱패딩’을 구하기 위해 모인 사람들이었다. 이날은 평창 롱패딩의 2차 입고가 예정된 날이었다. 롯데백화점이 밝힌 판매 예정 시간은 오후 1시였지만, 이보다 3시간 앞선 오전 10시부터 매장 앞엔 긴 줄이 늘어섰다.

직장인 김모(31) 씨는 “평창 롱패딩을 사려고 월차를 내고 왔다. 10시 반쯤 왔는데 이미 100명 정도의 대기자가 있어서 놀랐다”고 말했다. 이날 김씨는 3시간여를 기다려 패딩 재킷 두 벌을 구매했다.

17일 오전 롯데백화점 본점 평창동계올림픽 기념품 판매 매장, 아동용 일부를 제외한 전 사이즈가 완판됐음에도 불구하고 샘플을 착용해보려는 고객들로 붐비고 있다.

2018 평창 동계올림픽의 공식 라이선스 상품인 구스 롱 다운점퍼, 일명 평창 롱패딩이 뜨거운 반응을 얻고 있다. 지난달 말 출시한 평창 롱패딩은 15일 만에 약 15만장 판매됐다. 1차 매진에 이어 16일 출시된 2차 판매분도 당일 모두 완판됐다. 인기가 높아지자 온라인 중고거래 사이트에는 웃돈을 붙여 판매하는 리셀러도 등장했다.

17일에는 평창 동계올림픽 온라인 스토어에 평창 패딩이 소량 입고된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해당 사이트에 접속이 폭주했다. 전날 강원도청의 공식 페이스북에 재입고 공지가 나오면서 접속자가 몰려든 것이다. 하지만 이는 해프닝으로 밝혀졌다. 실제 추가 입고 예정일은 22일이었으나, 강원도청 관계자가 확인되지 않은 내용을 SNS에 올려 혼선이 빚어졌다.

롯데백화점 관계자는 “평창 롱패딩은 22일 추가 입고될 예정”이라며 “현재 아동용 일부 사이즈를 제외하고는 매진된 상황이지만, 샘플을 착용해 보고 3차 입고일에 주문하려는 고객들이 몰리면서 이른 아침부터 매장이 붐비고 있다”고 말했다.

평창 롱패딩이 인기를 끄는 이유는 뛰어난 가성비에 있다. 거위 털 충전재가 들어간 이 제품의 가격은 14만9000원으로 시중에 판매되는 거위털 패딩 재킷 가격의 절반 수준이다.

굿즈(기념품)답지 않은 세련되고 깔끔한 디자인도 소비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평창 롱패딩은 올겨울 트렌드로 떠오른 벤치파카 형태의 디자인으로, 올림픽 오륜기나 로고 없이 등과 팔에 ‘Passion, Connected’라는 슬로건이 새겨져 있다.

평창 롱패딩 이미지

평창 롱패딩이 인기를 끌자 이 제품을 제조한 의류업체 신성통상도 덩달아 바빠졌다. 이 회사의 SPA 브랜드 탑텐이 롯데백화점에 평창 패딩을 OEM 방식으로 납품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문의가 빗발쳤다.

황선희 신성통상 홍보실 과장은 “어제 2차 물량이 완판되면서 회사에 ‘평창 롱패딩을 구할 수 없냐’는 문의 전화가 쇄도했다. 평창 롱패딩과 유사한 디자인으로 출시된 탑텐의 오리털 롱패딩 재킷도 2~3일 사이 판매량이 30% 급증했다”고 말했다.

패딩 외에도 올림픽 마스코트인 '수호랑·반다비' 인형, 머그컵, 장갑 등 다양한 ‘평창 굿즈’가 인기를 얻고 있다. 특히 지난 9월 문재인 대통령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게 수호랑·반다비 인형을 선물한 이후, 이들 인형은 '이니 굿즈'로 불리며 평창 롱패딩 대란이 일기 전까지 판매량 1위를 차지했다.

롯데백화점 관계자는 “기존엔 인형과 머그컵 등 작은 기념품을 중심으로 반응이 좋았는데, 평창 롱패딩이 폭발적인 반응을 얻으면서 다른 굿즈에 대한 관심이 확대되고 있다”며 “패딩을 사러 왔다 다른 제품도 함께 구매하는 고객들이 늘고 있다”라고 말했다.

한편 평창 롱패딩의 큰 인기가 평창동계올림픽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1차 판매 당시 패딩을 샀다는 직장인 안선희(28) 씨는 “사실 평창올림픽에 큰 관심이 없었는데 평창 롱패딩을 입게 되니 올림픽에 대한 관심이 절로 생기는 것 같다. 2002년 한일 월드컵에서 ‘붉은 악마’ 티셔츠를 입고 응원했던 때가 생각난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