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10대 기업의 유효법인세율이 지난해 처음 미국 10대 기업을 앞질렀다는 분석이 나왔다. 유효법인세율은 소득 대비 실제 법인세 납부 비중을 나타낸다. 재계에서는 글로벌 시장에서 국내 기업들의 경쟁력을 고려해 법인세 인상에 대한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우려하고 있다.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 산하 한국경제연구원(한경연)은 최기호 서울시립대 교수에 의뢰해 한국과 미국 10대 기업의 유효법인세율을 비교한 결과, 지난해 한국 10대 기업의 유효법인세율은 21.8%로 미국 10대 기업의 유효법인세율(18.3%)를 처음으로 앞섰다고 15일 밝혔다. 10대 기업은 금융사를 제외한 매출을 기준으로 선정했다.

한국경제연구원 제공

지난 10년(2007~2016년) 누적 유효법인세율의 경우 한국 10대 기업이 19.5%로 미국 10대 기업 25.2%보다 낮았다. 한경연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미국의 유효법인세율은 하락세를 보인 반면 한국기업의 세율은 지속적인 상승세가 이어졌다고 분석했다.

한경연은 한국 기업의 유효법인세율이 지속적으로 오른 배경으로 지난 몇 년간 증세를 목적으로 추진된 국내 대기업 대상의 각종 세금공제·감면 축소를 지적했다. 세법 개정으로 대기업의 최저한세율은 2014년부터 16%에서 17%로 높아졌다. 연구·개발(R&D)비 공제 축소도 지속돼 대기업(과세표준 2000억 원 초과)의 연구개발 공제율은 2013년 13.5%에서 지난해 4%로 급감했다.

반면 미국의 경우 2015년 연구개발 세액공제 일몰기한을 폐지하고 당해연도 공제받지 못한 세액공제액을 20년간 차기 연도로 이월할 수 있게 하는 등 기업 지원 확대 정책을 펼치고 있다.

지난해 한국 10대 기업의 법정세율 대비 유효법인세율 비중은 90%를 기록한 반면 미국 10대 기업은 52.4%를 기록했다.

최기호 서울시립대 교수는 “미국이 우리나라보다 법정법인세율이 10%포인트 이상 높지만, 미국 기업들은 저세율 국가에 소재한 해외자회사로의 소득이전을 통해 법인세를 절감했다는 것을 시사한다”고 설명했다.

가령 종일 업종내 삼성전자와 애플을 비교하면 지난 10년 동안 누적된 삼성의 유효법인세율은 17.6%로 애플 16.7%보다 높았다. 양국의 법정세율 차이를 감안해 법정세율 대비 유효법인세율을 보면 지난 10년 동안 삼성은 71.5%, 애플은 47.6%의 세율을 부담한 것으로 분석됐다.

유환익 한경연 정책본부장은 “글로벌 시장에서 활약하는 한국 주요기업의 법인세 부담이 결코 적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 미국 트럼프 대통령이 법인세를 35%에서 20%로 파격 인하하려는 움직임을 주시해야 한다. 미국과 반대로 우리나라가 3%포인트 인상한다면 우리 기업의 경쟁력만 훼손하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며 “국내에서 논의되는 법인세 인상에 대한 신중한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