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큰 폭의 최저임금 인상을 앞두고 본사-가맹점주 상생안을 준비 중인 편의점 업체들이 치열한 눈치싸움을 벌이고 있다. 지난 7월 편의점 업계 2위(점포수 기준) GS25(GS리테일)가 상생안을 발표한 후 1위 업체 CU는 10월까지 상생안을 내놓을 계획이었으나 발표가 지연되고 있다. 세븐일레븐(3위)과 미니스톱(5위)은 CU 동향을 살피며 갈피를 못 잡고 있는 상황이다. 최저임금 인상에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는 가맹점주들은 상생안 발표를 애타게 기다리고 있다.

15일 편의점 업계에 따르면 BGF리테일이 운영하는 편의점 CU는 현재 점주협의회측과 상생안을 논의하고 있지만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CU점주협의회는 지난 8월 박재구 BGF리테일 사장과 면담을 갖고 10월쯤 상생안을 발표하기로 했다.

그러나 11월 중순이 된 현재까지 상생안 발표 소식은 없다. 편의점 업계 한 관계자는 “CU점주협의회 내부 마찰로 협의회 대표자들이 일괄 사퇴해 지난달 협상이 중단됐다가 이달들어 재개됐지만 당장 상생안을 발표할 단계는 아닌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CU 관계자는 “TF팀을 구성하고 극비리에 협상을 진행 중”이라며 “올해내 상생안 발표를 목표로 협상을 계속하고 있지만 발표 시기를 확언할 수 없다”고 말했다.

야간 운영중인 한 CU 편의점.

CU는 세부 상생안 조율에 고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내년도 최저임금이 7530원으로 올해보다 16.4% 오르면서 가맹점주들은 인건비 지원 등을 요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편의점 업계 한 관계자는 “2위 업체인 GS25가 상생안을 선제적으로 내놓으면서, 비슷하거나 더 큰 규모의 상생안을 내놔야 한다는 압박감이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GS25는 지난 7월 ▲가맹점주 최저수입 보장 확대를 위한 400억원 지원▲심야시간 운영점포 전기료 350억원 지원▲GS25 점주수익 극대화를 위한 매출 활성화 솔루션 구축비 5000억원 투자 등을 골자로 한 상생 방안을 발표한 바 있다.

CU의 상생안 마련 작업이 지지부진하자 업계 3위, 5위 업체인 세븐일레븐과 미니스톱은 눈치만 보고 있다. 신규 점포 개설, 점포 재계약을 앞둔 편의점 가맹점주들이 각 사의 상생안을 비교할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섣불리 상생안을 내놓기 어렵다는 분위기다. 양사 관계자는 “가맹점주들과 협상을 진행하며 연내 결과물을 내놔야 한다는 공감대는 형성됐지만 1위 사업자의 방안을 감안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국내 5대 편의점 프랜차이즈의 점포 수는 10월말 기준 CU 1만2359개, GS25 1만2309개, 세븐일레븐 9195개, 이마트24 2476개, 미니스톱 2426개로 총 3만8765개에 달한다. 군소 프랜차이즈와 개인 점포를 합치면 국내 편의점 수는 4만개를 넘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국내 편의점 수는 2013년말 2만5000개선이었지만 출점 경쟁으로 점포수가 급격히 늘었고, 최근엔 시장 포화 논란이 일면서 점포 증가세가 더뎌지고 있다. 편의점 업계 관계자는 “출점 경쟁으로 ‘편의점 목’ 자체가 많이 남지 않은 상황”이라며 “결국 계약 종료를 앞둔 경쟁사 점주를 영입해야 하는데, 가맹점주들이 각 사의 상생안을 두고 비교할 것이 뻔해 각 사가 눈치싸움을 벌이고 있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CU가 파격적인 상생안을 내놓을 경우 GS25에서 추가 상생안을 마련할 수 밖에 없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두 업체는 점포수 1위를 놓고 치열한 다툼을 벌이고 있다. 서울 성동구에서 편의점을 운영하는 한 가맹점주는 “당장 내년 1월부터 인건비 부담이 크게 늘 것으로 예상돼 아르바이트를 몇명이나 고용해야 할지 고민이 많다”며 “하루 빨리 본사에서 명확한 지원안을 제시해줬으면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