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의 대형교회인 명성교회가 ‘세습 논란’에 휩싸였다.

명성교회에 위임목사로 취임한 김하나 목사

명성교회의 김삼환 원로목사가 지난 12일 자신의 아들인 김하나 목사를 후임으로 위임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교회의 규모가 기업처럼 커지자 이 기득권을 유지하기 위해 부자 세습을 강행한 것이 아니냐는 비난이 나오고 있다. 명성교회는 교인 수 10만명에 달하는 초대형 교회이다. 장로교 중 가장 큰 규모를 자랑한다.

김하나 목사는 이날 위임 예식에서 "죄송하다"는 말을 10번 이상 반복하며 "미디어에서 하는 지적에 일리가 있다. 안타깝고 유감이지만 이 결정에 대한 책임은 오로지 제가 지겠다"고 말했다. 명성교회 측의 한 장로는 개신교 인터넷 매체 기고문을 통해 "교회는 공식적인 과정과 엄정한 검증을 통해 가장 적합한 사람으로 김하나 목사를 선정한 것"이라고 밝혔다.

김하나 목사는 매사추세츠 주립대와 프린스턴신학교를 졸업했으며, 지난 2013년 종교개혁 기념 세미나에 참석해 “세습을 하지 않겠다”고 선언하며 “세습 금지는 시대의 역사적 요구”라는 발언을 했다. 그러나 불과 4년 만에 말을 뒤바꾸고 세습을 수용했다.

한편, 명성교회가 속한 대한예수교장로회(예장) 통합 교단은 교회 세습 문제에 대한 비판을 정당하다고 여겨 세습방지법을 제정·시행하고 있었다. 그러나 지난 9월 열린 제102회 예장통합 정기총회에서 ‘성도의 기본권을 침해할 소지가 있다’는 이유로 세습 방지법을 삭제하고 이를 수정·보완한다는 총회 헌법위원회의 보고서를 수용했다. 이후 명성교회 측은 헌법위가 보고서를 수용한 직후, 세습방지법의 효력이 중지됐다고 주장하며 김 목사의 청빙을 강행했다.

김삼환 원로목사

이에 서울동남노회 비상대책위는 총회 재판국에 김 목사의 청빙 무효 소송을 제기할 예정이다.

한편, 이번 명성교회 세습 논란을 두고 교계 곳곳에서 반대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예장통합 소속 목회자 538명이 이달 초 세습 규탄 성명을 발표했다. 또 장로회신학대학교 학생들은 오는 14일 장로회신학대학교 한경직기념예배당 앞에서 명성교회 세습반대 기도회를 열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