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격적으로 변한 ARM, 결실 맺는 신기술 투자
"33조원 베팅한 손정의 안목, 틀리지 않았다"

모바일용 프로세서 시장의 지배자인 ARM이 스마트폰뿐만 아니라 서버, 자동차, PC, 인공지능(AI) 등 새 사업 영역을 빠른 속도로 개척해나가고 있다. 지난 수년간의 연구개발(R&D)과 투자가 지난해 소프트뱅크에 인수된 이후 더욱 가속도가 붙고 있다는 분석이다.

특히 인텔의 독무대였던 서버 시장에서 ARM 기반의 프로세서가 본격적으로 시장을 확대하고 있다. 일반 소비자용 PC에 탑재되는 CPU보다 높은 성능과 안정성을 요구하는 서버용 CPU 시장은 매출 규모, 이익률이 높지만 인텔의 x86 아키텍처가 전체 시장의 90%가 넘는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

지난해 일본 소프트뱅크그룹이 ARM을 3조3000억엔(약 33조원)에 인수한다고 발표했을 당시만 해도 업계에서는 ARM 인수효과에 대해 반신반의하는 시선이 적지않았다.

ARM 기반 프로세서 콘셉트 이미지.

ARM은 세계 스마트폰용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 분야에서 압도적인 지위를 차지하고 있지만 전력 효율성이 높은 칩을 디자인할 수 있다는 강점 외에 이렇다하게 내세울 수 있는 강점이 없었다.

스마트폰 이외의 수익원을 찾으려는 시도도 쉽지 않았다. 일례로 수년전부터 ARM은 칼세다(Calxeda) 등의 반도체 기업과 함께 인텔이 독점하고 있는 서버용 CPU 시장의 문을 두드려왔지만 이렇다할 성과가 없이 수년간 공회전을 거듭해왔다. 인공지능이나 기계학습, 빅데이터 분석 등에 특화한 고성능 프로세서 분야에도 꾸준히 투자해왔지만 세계 슈퍼컴퓨터 분야에서 존재감은 거의 없었다.

하지만 소프트뱅크그룹에 전격 인수된 지난해를 기점으로 분위기가 달라졌다. ARM의 행보가 더욱 적극적이고 과감하게 변했다. 모바일 분야뿐만 아니라 서버, 인공지능, 사물인터넷(IoT), 뉴메모리, 5G 이동통신, 자율주행 자동차 등 신사업 분야에서 잇달아 새로운 칩 디자인과 플랫폼을 내놓으며 회사는 더 공격적이고 포괄적인 사업 방식을 취하기 시작했다.

손정의 일본 소프트뱅크 회장이 지난 2월 모바일월드콩그레스에 참석해 연설하고 있다

특히 서버 분야에서는 최근 퀄컴의 '센트릭 2400'을 시작으로 전 세계 글로벌 서버 기업들이 본격적으로 ARM 플랫폼을 받아들이기 시작했다. 자동차용 반도체 부문에서는 '반도체 백화점'으로 불리는 ST마이크로일렉트로닉스가 ARM 플랫폼을 채택했으며 NXP도 ARM으로부터 라이선스를 구매하고 있다. 경쟁자인 인텔마저 모바일 칩 분야에서 ARM과 파트너십을 맺고 10나노 기반의 프로세서를 생산할 계획이다.

IT업계 관계자는 “다수의 인터뷰에서 드러나듯이 손정의 회장은 플랫폼을 가장 중요한 ‘무기’로 여기는 경영자”라며 “ARM이 전 세계 IT 시장에서 가장 보편적이고 확장성 있는 플랫폼을 보유한 기업이라는 것은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고, 손 회장만큼 미래 시장에 대한 강력한 투자의지를 지닌 경영자도 흔치않다. 소프트뱅크에 인수된 ARM은 앞으로 더 많은 영역으로 뻗어나갈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