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베이징에 있는 ‘베이징대 1898 카페’는 칭화대학교, 인민대학교, 베이징대학교 등이 밀집한 대학가에 있다. 얼핏 보면 커피를 파는 일반 카페와 다를 것 없어 보이지만, 1898이라고 적힌 간판 아래 “이곳은 그냥 카페가 아니다(Not Just Cafe)”라고 적혀있다.

베이징대 1898 카페는 베이징대학교 동문이 주주로 구성된 일종의 ‘창업 카페’로, 예비 창업가를 모집해 창업을 돕는다. 2013년 10월 베이징대 동문 100여명이 크라우드 펀딩으로 자금을 조달해 중국 최초의 창업 테마 카페를 만든 것에서 시작됐다. 카페의 이름은 베이징대학교 개교 연도인 1898년에서 따왔다.

베이징대 1898 카페의 모습. 카페명 1898 아래 “Not Just Cafe”라는 문구가 적혀있다.

이 카페는 ‘제이알 커피(金融客咖啡)’, ‘지에메이 치과(佳美儿童空腔医院)’와 같은 대규모 기업을 탄생시킨 창업의 요람이다. 식당부터 헬스장까지 수많은 소기업도 만들어냈다.

베이징대 1898 카페는 ‘중국식 크라우드 펀딩’의 대표적인 모델이기도 하다. 새롭게 떠오르고 있는 중국식 크라우드 펀딩의 핵심은 바로 인맥이다. 중국인은 ‘꽌시(关系·관계)의 민족’으로 불릴 만큼 인맥을 중요시한다.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 중국 우한무역관에 따르면, 중국의 크라우드 펀딩은 불특정 다수로부터 자금을 조달받는 서양과 달리 인맥을 기반으로 지인과 함께하는 경우가 많다. 서양식 모델의 핵심이 자금 조달이라면, 중국식 모델은 사람 모집인 것이다.

중국식 크라우드펀딩은 주로 내부인맥의 추천을 통해 진행된다. 예를 들어 최초 설립자가 비슷한 가치관을 공유하는 4명의 지인을 구하면 5명의 그룹이 형성된다. 이후 이들이 다시 각각 3명씩 지인을 추천해 20명으로 규모를 키운다. 이런 식으로 지인들을 끌어들여 100~200명을 모으게 된다. 이 같은 내부추천 방식의 장점은 추천자가 추천인의 신뢰성을 보장해 크라우드펀딩 내의 친밀감 및 협력 네트워크 형성에 용이하다는 것이다.

베이징대 1898 카페 로고

CCTV 평론가 리우거(刘戈)는 베이징대 1898 카페에 대해 “일반적인 회사 같으면서도 마케팅 기업 같고 종교 조직 같으면서도 사회 공동체 같다”고 평한 바 있다. 지인들로 구성돼 있어 비슷한 가치관을 공유하고 친밀하면서도 일반 기업과 같은 체계적인 조직을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베이징대 1898 카페는 전통적인 회사와 유사한 체계적인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다. 현재 카페 크라우드 펀딩 조직에는 집행위원회, 감사위원회, 전문 경영인 그룹 등이 있으며, 각각 역할을 분담하고 있다. 감사위원회·집행위원회는 다수의 영향력 있는 주주들로 구성된 카페 최고 권력기관이며, 전문 경영인 그룹은 카페 경영 관리를 맡는다.

한편, 리커창 중국 총리는 크라우드 펀딩을 13차 5개년 중국 전략 신흥 중점 프로젝트에 포함해 2016년부터 2020년까지 확대해나갈 방침이라고 밝혔다. 현재 중국 정부는 2013년부터 ‘대중창업 만중혁신(大众创业 万众创新)’ 정책 아래 창업 지원 규모도 키우고 있다.

이에 따라 베이징대 1898 카페와 같은 중국식 크라우드 펀딩 모델들도 함께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중국 내 크라우드 펀딩 플랫폼의 수는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유로모니터 조사에 따르면, 2013년 11개에 불과하던 플랫폼이 지난해 220개까지 급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