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부터 분양권 양도소득세 오르는 거 아시죠? 1000만원 더 드릴 테니 지금 파시는 게 나을 거예요."

요즘 서울시내 분양권 소유자들은 부동산중개업소로부터 이런 전화를 많이 받는다. 정부는 분양권 소유자에게 '세금 더 내기 싫으면 지금 싸게 내놓으라'는 의미에서 양도소득세 인상을 예고했는데, 실수요자 등 매수자 쪽이 오히려 "양도세 오르기 전에 팔아 달라"며 소유자에게 웃돈을 제안하는 상황이다.

'8·2 부동산 대책'이 발표된 지 100일이 지나면서 대책의 목표와 달리 엉뚱한 결과가 나오는 '규제의 역설(逆說)'이 나타나고 있다. 힘으로 시장을 억누르려다 생긴 부작용이다.

"양도세 올리니 지금 팔아라"→가격 더 올라

정부는 8·2 대책에서 "2018년 1월 1일부터 서울·과천 등 조정 대상 지역에서 분양권을 전매하면 보유 기간과 상관없이 양도 차익의 50% 세율을 일괄적으로 적용한다"고 밝혔다. 현재 세율은 분양권을 1년 이상 보유한 경우 40%이다.

서울 강동구 고덕그라시움 전용면적 59㎡는 최근 7억5000만~7억8000만원에 거래됐다. 1개월 전보다 1000만~2000만원 올랐다. 마포구 신촌숲아이파크 분양권도 같은 기간 1000만원 올랐다. G부동산 관계자는 "매수·매도 양측이 한 달 20일 뒤엔 세금이 오르니 그전에 가격을 좀 올려 거래하자고 합의했다"고 말했다.

집주인보다 세입자가 대출액 더 많다?

주택담보대출비율(LTV)과 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 강화는 '집주인보다 세입자가 더 많은 대출을 받을 수 있는 상황'을 만들었다. 서울 성북구 월곡두산위브 전용 59㎡의 경우 주택 담보대출은 매매 가격 4억원의 40%인 1억6000만원이 한도다. 하지만 전세금 대출은 전세금 3억3000만원의 80%인 2억6400만원까지 가능하다.

서울 평균 전세가율(매매 가격 대비 전세금 비율)이 70%인 점을 감안하면 서울 시내 대부분의 아파트가 이런 상황이라고 볼 수 있다. 정부가 주택 담보대출 한도를 줄이면서도 전세 자금 대출은 그대로 놔둔 결과다. 고종완 한국자산관리연구원장은 "전세 대출이 전세 시세를 지지해주는 역할을 한다는 점에서 실수요자는 어려워졌고 전세를 끼고 집을 사는 갭 투자자는 타격이 없는 상황을 규제가 만들어놓은 셈"이라고 말했다.

가점제 100%에 30대 이하 당첨자 반 토막

'서민 실수요자'를 위한 청약제도 개편은 젊은 세대의 서울 아파트 분양을 막은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85㎡ 미만 아파트를 추첨 없이 100% '가점제'로만 분양한 첫 사례인 서울 서대문구 '래미안 DMC 루센티아'의 1순위 청약에서는 당첨자 연령대별 비중이 40대 51%, 39세 이하 28%, 50대 17%, 60세 이상 4%로 나타났다. 비슷한 지역에서 지난 8월 기존 청약제도로 분양한 'DMC 에코자이'와 비교하면 39세 이하의 당첨자 비중이 절반으로 줄었다. 심교언 건국대 교수는 "시장에 과도한 규제를 가한 탓에 당초 예상하지 못한 결과가 여기저기서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