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그맨 김학래씨

피자집, 고깃집, 라이브카페, 의료용 의자….

친근한 웃음이 매력인 개그맨 김학래씨는 연예인이라는 직업이 불안정하다면서 부업을 찾아 헤맸다. 하지만 손대는 사업마다 쪽박을 찼다.

그의 첫 사업은 피자집이었는데, 처음엔 잘되는 듯했지만 주변에 프랜차이즈 피자집이 등장하면서 4년 만에 문을 닫았다. 그는 "일단 목 좋은 곳에 가게를 열고 차차 배워나가면 되겠지 생각했던 것이 패착이었다"면서 "전문성 하나 없이 가게를 열었다가 손해를 봤다"고 털어놨다. 그다음엔 강남에 큰 고깃집을 차렸다. 처음엔 '아는 사람들이 한 달에 한 번만 회식해도 성공할 수 있겠다'고 의기양양했지만, 주주 8명이 모인 공동 창업이었던 것이 문제였다. 주주 수가 많다 보니 어느 누구도 책임감 있게 가게를 운영하려고 하지 않았던 것이다. 결국 고깃집도 3년 만에 문을 닫았다. 그다음엔 서울 인근에 라이브카페를 열었다. 제법 장사가 잘되어 한 해 10억원 넘는 매출도 올렸지만, 경쟁자들이 많아지면서 버텨내지 못했다. 업종을 바꿔 의료용 의자 사업도 해봤지만 결국 쓴맛만 봤다.

그가 사업가로서 궤도에 오른 것은 서울 올림픽공원 근처에 중국 음식점(차이나린찐)을 열면서다. 잇단 사업 실패에서 얻은 교훈을 토대로 '목숨을 걸고' 가게를 꾸려나갔더니 저절로 성공이 따라왔다고 한다. 우리나라의 외식업 창업 생존율은 15%밖에 되지 않는데, 김씨는 한 자리에서만 15년 넘게 장사를 하고 있다. 식사 메뉴를 170여개로 다양하게 꾸며서 손님이 언제 찾아와도 새롭고 신선한 느낌이 들게끔 만들었다. 쫄깃쫄깃한 탕수육을 만들기 위해 아내(개그맨 임미숙씨)와 함께 밤낮으로 조리법도 연구했다. 전국 방방곡곡을 다니면서 얻어낸 노하우로 만들어낸 김학래표 '인절미 탕수육'은 크게 히트했고, 식당은 유명 맛집으로 자리 잡았다. 전국을 대상으로 상품을 팔 수 없을까 고민한 끝에 홈쇼핑 채널에 눈을 돌렸고, 중국 냉동 음식으로는 처음으로 100억원대 연 매출도 올렸다.

12월 2일 오후에 '실패에서 배워라…개그맨 김학래의 생존 창업기'란 주제로 강연하는 김씨는 "창업은 목숨을 걸지 않으면 실패할 수밖에 없다"면서 "연예인이니까, 아니면 회사 임원이었으니까 가게 문만 열면 고객들이 저절로 찾아올 것이란 기대는 착각"이라고 잘라 말했다. '내가 왕년엔 이랬는데'란 생각부터 버려야 한다는 것이다. 뜬구름 잡는 식의 허황된 꿈 이야기가 아니라, 예비 창업자들에게 도움이 될 만한 내용들로 들려줄 예정이다. 그는 사장이지만 식당에서 궂은 일도 마다하지 않는다. 기자가 강연 섭외를 하려고 김씨 식당에 전화를 걸었을 때, 전화를 받은 사람은 사장인 김씨 본인이었다. 손님들의 식당 예약 전화는 대부분 직접 받는다고 한다.